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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마을 안길을 뜻하는 '올레'의 모습 <제공=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제주도의 마을 안길을 뜻하는 '올레'의 모습 <제공=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 고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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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집을 잇는 작은 마을 안길을 뜻하는 제주어 '올레(올래)'가 상표권 분쟁으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마을의 공동체적 풍경과 정서를 담은 지역 언어가 자본의 논리에 휘말리며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법원 제21부(김환수 부장판사)는 최근 (주)한라산이 (주)제주소주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사용금지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 따라 한라산을 제외한 어떤 소주 제조업체도 자신들의 제품에 '올레(올래)'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올레' 명칭 놓고 시작된 제주 지역 소주 전쟁

소송의 발단은 제주 지역 후발 소주 생산업체인 제주소주가 지난 2014년 8월 '제주올레소주'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제주 지역 소주 소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한라산이 다른 업체가 갖고 있었던 '올래' 상표권을 사들여, 같은해 9월 기존 제품인 '한라산물 순한 소주'를 '한라산 올래'로 바꿔 출시했다. 한라산측은 곧바로 제주소주에 대해 '제주올레소주'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고 상표권사용금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올래'와 발음과 의미가 유사한 '올레'가 제품 구분에 혼동을 주고, 결과적으로 매출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한라산측의 소송 제기 이유다.

우선 지난해 1월 1심 법원인 제주지방법원은 한라산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올레와 올래처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상품에 사용될 경우 수요자들이 출처에 대한 오인과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며 "올레 상표를 부착한 제품과 광고, 간판, 명함 등을 모두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제주'라는 지명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만큼 수요자들의 인식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올레'하면 뭐가 떠오를까...돌아온 답변은?

관건은 '올레(올래)'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즉 식별력이 있느냐 여부다.

특허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전국 16개 시도 20세 이상 성인 5백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9.2%가 제주의 대표적 걷기여행 코스로 인식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도보여행 방법이나 작은 골목길 등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올레(올래)가 수요자들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유통기업인 신세계가 지난해 제주소주를 사들인 후 최근 제품명을 '푸른밤'으로 바꿔 출시함에 따라 이번 판결은 매출이나 상품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올레' 상표 등록 활발...분쟁 소지 여전

문제는 '올레'와 관련한 상표권 분쟁의 소지가 여전하며 현재도 활발히 출원과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보여행 코스로 유명한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가장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제주올레'의 경우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지난 2009년 개인 자격으로 상표권을 출원했고, '제주올레 워크샵'과 '제주올레 걷기축제', 게으르다는 의미의 '간세' 등을 사단법인의 이름으로 잇따라 등록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경기도 포천시의 한 식품회사가 제주올레를 상표로 등록하려다가 반려된 경우도 있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레'와 '올래'로 등록된 상표는 각각 19건과 7건에 달한다. '올레'와 다른 단어가 결합된 상표도 21건에 이르고 있다. 다양한 상품에 따라 개별적인 효력 범위를 인정하는 만큼 상표 등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에 사는 고재일입니다. 팟캐스트 <고칼의 제주팟>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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