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이주민과함께 홈페이지.
 (사)이주민과함께 홈페이지.
ⓒ 이주민과함께

관련사진보기


11살 난민 장애아동이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관할 자치단체의 '난민 장애아동의 장애인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10월 31일 '이주와인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판사 김형천·채대원·주성화)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생활 중인 난민 아동 미르(남)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했던 부산 사상구청에 대해 장애인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미르는 2015년 4월, 난민 인정을 받은 아버지의 초청으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미르는 같은 해 6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부산 사상구 솔빛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르는 등하교에 어려움이 있었고, 부모들도 도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본국에서 받은 고문으로 어깨를 다쳐 팔을 쓰지 못했고, 어머니는 임신 중 유산의 위험으로 외출이 어려웠던 것이다.

미르는 집에서 스쿨버스가 서는 정류장까지 혼자 걸어 다닐 수 없었고, 이에 등교 사흘 만에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미르의 부모는 아이가 장애인등록을 하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와 구청, 보건복지부 등에 문의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난민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미르는 1년 가까이 학교에 학습유예를 신청한 채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전국 21개 이주민‧난민 인권 단체와 공익변호사 단체들이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에 법무법인 '태평양'이 올해 2월 공익 변론의 하나로 미르의 '장애인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돕겠다며 나섰다. 그러나 1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6월 9일 기각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장애인등록과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권리는 난민법이 아닌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는 것이므로 장애인복지법에서 등록을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외국인인 난민은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과,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난민 장애아동에게 복지서비스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기각 사유였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1심 패소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뒤, 보건복지부는 향후 난민의 장애인등록이 가능하도록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그 전까지는 지역 복지관과 협력하여 미르의 등하교를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보내주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등하교 지원 자원봉사자는 배정되지 않았고, 법 개정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르의 가족들은 항소를 결심했던 것"이라 밝혔다.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부산고등법원이 관할 구청의 장애인등록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난민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난민에게는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따라서 난민 아동의 장애인등록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이번 판결에 대해 관할 구청이 대법원에 상고하게 되면, 미르는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고 더 기다려야 한다.

이주와인권연구소는 "아직 관할 구청의 상고 가능성도 남아있고, 외국인의 경우 장애인등록을 했더라도 활동보조인 서비스 지원을 제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지침도 여전하다"고 했다.

이 단체는 "개별 법률이 일일이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난민에 대해서는 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옴으로써, 앞으로 미르와 같이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련 기사] 난민의날 "난민 장애인 아동 외면하는 한국 정부"


태그:#이주와인권연구소, #부산고등법원, #난민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