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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루는 위험해’ 공연에 나선 엄마들.
 ‘마법가루는 위험해’ 공연에 나선 엄마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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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연극단을 아시는가? 이 연극단의 이름은 '맘마미아'다. 이름은 전 세계에서 이름을 날린 뮤지컬 제목과 같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 두 가지가 있었으니….

'유명한 맘마미아'와 '영등포 맘마미아' 차이 두 가지

그것은 바로 배우들이 진짜 '엄마'들이라는 것과 서울 영등포지역 대부분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6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선유초 1학년 1반과 2반 교실. 반마다 5명의 연극단이 2개조로 나뉘어 공연을 시작했다. 이 공연의 제목은 '마법가루는 위험해!', 부제는 '입속마을 치아친구들'이다.

'입속마을 치아친구들'이 바로 맘마미아 소속 '엄마'연극단의 배역이다. 흰색 망토를 입은 어금니, 송곳니, 앞니, 그리고 검정 망토를 둘러쓴 충치맨.

공연하는 엄마배우들과 공연 보는 아이들.
 공연하는 엄마배우들과 공연 보는 아이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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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임에 속아 달달한 설탕을 마법가루인 줄 알고 먹어버린 아이들. 이때부터 이 연극의 긴장과 갈등은 시작된다.

"이 달달한 냄새는 뭐지? 이건 설탕이잖아. 단 음식은 안 돼! 배 볼록, 엉덩이 불룩…."

깔깔대며 노래와 춤을 따라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오전 10시 55분, 온통 검은색에 귀부분만 뻘건 망토를 쓴 충치맨이 등장했기 때문. 충치맨의 얼굴은 기자가 봐도 무섭게 일그러져 있다.

"히히히, 마법가루를 먹었니? 그래서 내가 왔다!"

40분간의 공연이 끝난 뒤 엄마들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혀 있다. 공연 들어가기 전 "화이팅!"을 외쳤던 그 생생한 모습은 어느새 지쳐 있다.

환대 분위기 속에 홀대 받는 '충치맨' 엄마

"며칠 전엔 1학년 우리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에서 공연했어요."

연극을 막 마친 이경원씨가 한 말이다. 엄마의 출현에 아이는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가 남자인데 아주 좋아했어요.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좋아했어요. 우리가 다 동네 엄마잖아요. 아는 엄마가 끼어 있으니 아이들이 정말 반가워하는 거예요."

배우가 된 엄마, 이에 환호하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 배우 엄마와 아들은 이날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으리라.

서울 영등포구청이 이와 같은 맘마미아 활동을 벌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엔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5개교 111개 학급에서 모두 2220명의 학생들 앞에서 공연했다.

올해엔 관객 대상을 1학년으로 좁혔다. 하지만 학교 수는 더 늘려 20개 학교 95개 학급에서 모두 19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연하고 있다. 영등포구엔 23개 초등학교가 있다. 올해 공연은 지난 9월 11일 서울영원초에서 시작해 12월 6일 서울대방초에서 끝난다.

하지만 맘마미아 배우로 나선 엄마들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연극을 본 아이들이 밥상머리 앞에서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다음은 이씨의 전언이다.

"엄마가 달달한 식품을 밥상에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연극이랑 생활이랑 왜 다르냐'고 말하기도 해요."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바로 충치맨 배역을 맡은 엄마가 문제다. 이 엄마는 공연 뒤 동네 아이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할 때마다 외면당한다고 한다. 아이가 안면을 싹 바꾼 뒤 얼굴을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엄마연극단 가운데 최고령인 김문숙 씨(가운데)가 공연하고 있다.
 엄마연극단 가운데 최고령인 김문숙 씨(가운데)가 공연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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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마연극단에서는 81세인 김문숙씨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43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퇴직한 교사다.

"원래는 혁신교육지구 활동 가운데 하나인 마을해설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연극단을 모은다는 소리를 들었지요. 나이가 많아서 주저주저하다가 아이들 만나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했죠."

김씨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동작도 여느 엄마들에 견줘 느리지 않았다. 다만 목소리는 약간 느렸는데, 이것 또한 남다른 매력이 있다.

그는 연극이 끝나자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줬다. 아이들도 이 81세 배우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김씨는 "이런 좋은 활동을 우리 구에서만 한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면서 "서울 다른 구는 물론 전국에서 엄마들이 나서서 아이들 생활습관을 바르게 하기 위한 연극을 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왜 전문배우 안 쓰고 엄마들 쓰냐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겼다. 연극을 통한 학생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전문 연극배우를 쓰면 되지 않을까? 왜 아마추어 '엄마배우'들이 활동하도록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마을-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맘마미아 실무를 맡고 있는 정서훈 영등포구청 주무관도 "엄마들이 연극 제대로 하려고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모여 연습했다"면서 "이 연습과 공연 과정이 혁신교육지구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고 마을과 학교가 힘을 합치는 과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극을 본 아이들과 엄마배우들.
 연극을 본 아이들과 엄마배우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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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배우 이경원 씨는 위 구청장과 주무관의 설명에 대해 다음처럼 한마디 말로 결론을 맺었다.

"우리가 연극하는 건 다른 지역에서 온 연극배우와는 차원이 다르지요. 우리 자식 앞에서 우리 자식을 위해 하는 것이니까 마음과 마음이 확확 와 닿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교육청웹진<지금서울교육>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엄마연극단, #맘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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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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