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 (주)EG PROJECT


"익숙하던 것이 달리 보였을 때, 그것이 마술 아닐까요."
"마술은 현실이에요."

울림이 떠나지 않는다. 그동안 잊고 지낸 지난 날의 감성, 현재의 삶에 대한 느낌, 앞으로 나아가면서 느낄 법한, 이제는 가까워져가는 감성에 대한 이해.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아래 <케미 프로젝트>)는 관객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 되는 넓고 깊은 공명(共鳴)을 전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의 대나무 숲처럼 문학·예술·종교·욕망 등이 없으면 죽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라는 정재찬 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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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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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케미 프로젝트>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과 시 에세이스트 정재찬 교수가 함께 만든 자리다. 이은결은 마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환상과 상상력을 갖게 만든다. 잔잔하고 나지막하게 시를 읊어주는 정재찬 교수는 시를 통해 울림을 전한다. 정재찬 교수는 시에 대한 자신의 일화와 함께 한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일루션'이다.

그 일루션의 완성은 이은결이다. 촉촉한 젖은 감성에 재치있는 입담으로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금세 숨을 죽이고 바라보게 하는 무대를 펼친다. '짠'하고 나타나고 '확'하고 놀라움을 주는 마술이 아닌 '울림'을. 보이지 않는 것까지 느끼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귓가에 맴돌게 하는 일루션을 말이다.

삶의 과정 하나하나 되밟는 시간

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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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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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빚어내는 일루션의 세계는 그야말로 '케미스트리'로 빛을 발한다. 물로 배를 채우는 친구를 위해 반 친구들이 빈 도시락을 채워주는 노르웨이 광고에 이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붕어빵에 대한 시, 질풍노도의 시기지만 '성장'을 위한 과정인 청소년기 등 흘러간 시간에 대해 편안하게, 관객들 스스로 감정을 풀 수 있는 시간의 여백을 마련해 준다.

특히 <케미 프로젝트>에는 유년시절, 청소년, 20대에서 30대, 40대 등 삶의 과정을 하나하나 되밟는 과정이 녹아있다. 덕분에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 그 흐름에는 마종기의 <전화>, 강은교 <물길의 소리>, 이문재 <소금창고>, 나희덕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등의 시가 등장한다.

또 사춘기를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에서 카이에 눈에 들어간 유리조각을 빗대는 데 이어 윤동주의 <참회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학교 교육에서는 정해진 다섯 문항 중 에 대해, 정재찬 교수는 "올바르게 사는 건 누군가, 즉 올바른 거울을 찾는 것에 대한 시"라고 말한다.

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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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와 시인의 조화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된 이은결X정재찬 < CHEMI-PROJECT >의 공연 사진. 일루션과 시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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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쉽고 빨라진 시대, 기다림이나 간절함이 사라진 이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기도 한다. 휴대폰 메시지가 편지로 되돌아오는 일루션, 최초의 전화기 종이컵을 이용한 '마음 전화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어루만지듯, 펼쳐지는 일루션에서 흰 손수건 한 장으로 삶의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그려내는 일루션까지. "시에는 오독이 없다. 느낀 대로 말해도 된다"라는 정재찬 교수의 말은 마치, 위로처럼 작품에 대해 마음껏 상상하고, 느끼게 한다.

단 3일 만에 막을 내려 아쉽기만 한 <케미 프로젝트>. 모두가 공명(共鳴)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 EG PROJECT



이은결X정재찬 <CHEMI-PROJECT> 이은결 정재찬 교수 케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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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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