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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4.99으로 5명에 육박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출산율은 1.17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죽음은 이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주제가 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존엄사는 물론이고 고령화 사회 현상으로써 고독사도 관심의 대상이다.

존엄사와 고독사 외에 우리의 관심을 요하는 또 다른 죽음에 대한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그늘. 바로 무연고 사망이다.

고독사가 가족이나 친적 등과 격리되어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면 무연고사는 고독사를 당한 사람의 시신을 인수할 사람조차 없는 죽음이다. 고인은 죽어서도 버림받은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지난 26일 목요일 저녁, 마포돌봄네트워크에서 북씨네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들에 관한 책 <남자 혼자 죽다> 북콘서트를 주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무연고 사망자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한 북콘서트는 3명의 공저자 중 발표자로 나선 저자가 어떤 경위로 무연고 사망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했다.

3명의 공저자 중 발표자로 나선 이수진 저자 이수진 저자가 이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북콘서트 시작을 열고 있다.
▲ 3명의 공저자 중 발표자로 나선 이수진 저자 이수진 저자가 이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북콘서트 시작을 열고 있다.
ⓒ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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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입시를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탐사보도에 평소 관심이 있던 한 학생이 의미있는 취재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이 발단이었다고 한다. 시작 당시 취재팀은 여섯명이었고 그 중에는 남자 학생도 있었다. 비록 책을 집필하는 작업은 3명의 여성들이 마무리하여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길거리에서든 쪽방에서든 사망하거나 몸상태가 위중해지면 병원으로 보내진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고독사한 고인의 시신인수자를 찾기 위해 연고자를 찾는다. 배우자, 자녀, 부모 등 가족에게 먼저 연락을 시도하지만 잘 확인이 안되거나 그들이 거부하면 친인적, 그 다음에는 회사나 주변 지인들에게로 연락이 확대된다. 그래도 없으면 한달 동안 시신을 인수할 누군가가 있는지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공고문을 내고 그렇게 그들은 진정한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 국가가 지정한 곳에 화장된 후 10년간 안치된다.

취재팀은 이 무연고 사망자 공고문을 최초의 단서 삼아 209명의 고인에 대한 인생 흔적을 추적해 나갔다. 공고에 난 마지막 장소를 찾아가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고 우편물이나 유품을 뒤지며 얻은 정보로 그들은 조금씩 홀로 죽어간 이들의 삶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힘들어도 발품을 판 만큼 고인의 삶이 뚜렷해진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들이 지난 취재 4년의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는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경제적 빈곤과 관계의 단절, 어떻게 '무연고 사망'에 연결되는가

북콘서트 전경 사랑의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 지하 2층 소극장에서 열린 북콘서트 전경
▲ 북콘서트 전경 사랑의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 지하 2층 소극장에서 열린 북콘서트 전경
ⓒ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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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들에게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5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가난이고 둘째는 사업이나 직장에서의 실패이며 셋째는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넷째는 일정기간 동안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무연의 생,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과 의지의 부재 등이다.

따라서 이 다섯가지는 크게 두가지로 다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경제적 빈곤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의 단절! 사업의 실패나 변변치 못한 돈벌이는 가난이라는 경제적 빈곤을 부르고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것은 관계의 단절을 낳는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경제적 빈곤과 관계의 단절, 이 두 가지는 무연고 사망이란 주제 아래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이날 북콘서트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자들이 취재한 209명의 사망자 중 194명은 남자였고 15명만 여자였다. 무연고 사망자의 압도적 다수는 남성이란 이야기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16년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남자가 73%로 여자 19%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저자는 남성은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모든 관계를 끊게 한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즉 남자라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 아래서 자라난 한국 남성들이 겪는 시대의 아픔이라고 하면서.

언론사 입시를 준비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발표자는 기자처럼 조리있고 간결하게 무연고 사망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1부가 그렇게 끝났다. 휴식 시간을 가지기 전 잠시 주최측이 준비한 공연이 이루어졌다. 가수로 초대된 이는 누구에게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나눔과 나눔'이란 단체의 팀장이기도 한 자소리씨로, 그는 우리 일상의 소소한 아픔과 죽음에 대해 짤막하지만 깊이 있는 멘트와 함께 울림이 있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 북콘서트 공연 영상 북콘서트 1부와 2부 사이 짧은 공연시간이 마련되었다. 공연자는 누구에게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나눔과 나눔'이란 단체의 팀장이기도 한 자소리씨.
ⓒ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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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시간 후 이 책의 공저자 3명 모두는 물론 최초 함께 취재했던 남성 취재원도 청중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2부가 시작되었다. 4년간의 취재를 하며 느낀 점, 에피소드 등 북콘서트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책의 뒷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저자들은 맨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 '무연고 사망자는 게으르고 의지가 박약한 이들'이라는 편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 중에는 인생의 한 시기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불태웠던 이들, 부지런하고 의욕적으로 생을 일으키려 노력한 이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무연고 사망이란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또한 자본이 자본을 부르고 실패한 자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병원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사망했을때 가족이 고인의 시신을 인수하고 싶어도 인수할 수 없는 경제적 논리도 있었다. 고인의 시신을 인수하려면 사망 전 발생한 수술비나 병원에서의 시신보관료 등 대략 2천만 원 정도 되는 돈을 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형편이 무척 어려운 가족들에게는 뜻이 있어도 선뜻 인수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중과의 대화 시간이 무르익어가며 필자도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무연고 사망자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여성의 문제와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는 이 시대에 여성저자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질문하였다.

북콘서트 2부  북콘서트 2부에서는 공저자 3명이 함께 나와 청중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북콘서트 2부 북콘서트 2부에서는 공저자 3명이 함께 나와 청중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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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저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취재를 하면서 저자들은 남성에게 부여된 경제력이라는 짐을 여성도 함께 나누자는 메시지로 본래 책의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과 인터뷰하고 의견을 구하며 고민한 끝에 방향이 현재의 컨셉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들이 구한 의견과 조언들에는 남성의 경제력이라는 사회적 짐을 나누자는 메시지가 자칫 여성 역시 무연고 사망자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현 상황의 악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 여성이 여전히 가사 부담을 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점, 더욱이 오늘날 여성 역시 사회 경제 활동에 많이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등 우리 사회의 여러 측면에 대한 관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 여성 저자는 경제력이란 과중한 부담이 여전히 남성에게 많이 주어진 현실에서 이 무연고 사망의 문제를 페미니즘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긴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의 성별 차이에서 오는 특별히 달랐던 의견이나 생각이 있었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답변도 인상적이었다. 여성 취재원들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들의 사연이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느껴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남성 취재원의 경우 취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고 바로 남의 일 같이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경제력의 부재가 주원인이라고 지목된 무연고 사망자의 이야기가 같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자기 일 같았던 것일까?

다양한 사연을 가진 209명의 무연고 사망자

저자들이 한결같이 이번 콘서트에서 강조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돈을 번다는 이유로 가족 혹은 주변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성들은 직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혹은 일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일을 그만 두게 될 경우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관계의 단절이란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본 취재를 하며 느낀점을 고백하는 남성 취재원의 말에는 이런 고민이 물씬 묻어났다.

"남성으로서 남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남자는 자기 치부나 속이야기를 남들에게 꺼내놓고 대화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의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이며 가장 어려운 해결책이기도 한 것은 대화입니다. 저 역시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가장 깊게 생각했고 그 동안 묵혀 놓았던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중 질문에 답변하는 남성 취재원 공저자 여성 3명 이외에 무연고 사망자 취재를 함께 진행했던 남성 취재원이 청중의 질문으 답변하고 있다.
▲ 청중 질문에 답변하는 남성 취재원 공저자 여성 3명 이외에 무연고 사망자 취재를 함께 진행했던 남성 취재원이 청중의 질문으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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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 개인의 삶은 독특하고 고유하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취재된 209명의 사망자 역시 모두 자기만의 사연을 가진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 사장이었으나 추락한 이부터 서울대 상경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변변한 직업도 가지지 못했던 이...

각자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졌으나 죽음의 순간 그들은 모두 동일한 아픔을 겪었다. 쓸쓸하고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였고 그들의 육신은 죽어서도 버림받았다. 그들의 영혼을 그 순간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지만 살아 생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고 버림받았던 그들의 존재는 이 책의 저자들을 통해 다시 기억되고 조명되었다. 부디 그들을 기억해주는 저자들과 청중들의 마음을 위로 삼아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쉬기를 바라며 짧지만 의미가 있었던 북콘서트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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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다시 페미니즘, 싱글의 철학 외 다수) / 철학상담치료사/ 희망철학연구소 연구원 /불교상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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