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고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팬들과 동료 음악인들이 그를 찾았다.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관련 기사: "마왕 빈자리 너무 커요"... 눈물로 함께 한 신해철 3주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일병 딱지를 단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인이었다. 부대 식당에서 뉴스를 보는데, 아침밥이 목구멍을 채 넘어가지 않았다. 물론 나는 그의 노래를 모두 술술 외울 수 있는 '진성 팬'은 아니었다. 스물두 살이었던 나는 어렸고, 신해철의 전성기를 함께 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했으니까.

많은 사람은 그를 '독설가'로 규정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록스타, MBC <백분 토론>에서 화려한 재킷을 입고 대마 합법화를 외치는 사람은 그 외에 없을 것이다. 신해철은 정치적인 시민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실 정치는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인데, 많은 사람은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정치적'이라는 말을 터부시한다. 신해철은 그런 시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오히려 '정치,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신해철이 살아가는 방식

 고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고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 신해철닷컴


그의 정치적 성향에 거부감을 표한 사람 역시 있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방송에 출연하여 찬조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여 그 어느 때보다 서글픈 '그대에게'를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 신해철이 살아가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였을 뿐이다.

신해철은 생전, '민물장어의 꿈'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신해철의 장례식과 추도식 때마다 팬들은 모여 민물장어의 꿈을 불렀다. 그들은 이십 년 지기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토록 깊은 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결국 음악이었다.

신해철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뮤지션이었다. 재미있어 보인다면 일단 만들고 보았다. 프로그레시브 록, 메탈, 재즈, 일렉트로닉부터 국악까지, 그의 장르 편력은 광범위했다. 신해철의 프로젝트 그룹인 모노크롬의 '무소유'(1999)는 지금 들어도 그 현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유작이 된 싱글 'A.D.D.A'(2014)에서도 그는 우리에게 '어때, 재미있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신해철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뮤지션이었다. 시민 신해철과 마찬가지로, 뮤지션 신해철은 세상의 일들을 말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50년 후의 내 모습', '절망에 관하여', 등 끊임없이 삶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의 깊은 사유는 불완전한 젊음들과 동행했다.


"슬픔도 기쁨도 좌절도 거친 욕망들도,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 텐데…." - 넥스트,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중에서

내가 뽑는 신해철 최고의 명곡은 '불멸에 관하여'다. 당시 이십 대 중반이었던 그는 이 곡에서 인간의 존재를 묻는 구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어려운 존재 타령이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먹고사는 데 불필요한 질문이 실종된 시대, 그 가운데에서 이 노래의 가치는 커져만 간다.

우리는 여전히 그를 탐색한다

 신해철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뮤지션이었다.

신해철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뮤지션이었다. ⓒ 신해철닷컴


그는 세상을 떠나기 조금 전, 그는 JTBC <속사정쌀롱>에 출연했다. 청년 백수라는 주제를 놓고, 그는 청춘들을 다그치지 말라고 했다. 많은 어른이 '내가 젊을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문장을 시작할 때, 그는 어둠 속에 있는 청춘들에게 손을 내밀자고 말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가사도 이 따뜻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불현듯, 그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소원하던 넥스트의 재결합을 이루어냈을까, 지난겨울, 뜨거웠던 촛불 광장에서 희망과 분노가 섞인 '그대에게'를 불렀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모두 이룰 수 없는 꿈들이 되었다. 그의 육신은 없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남아 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또한 유효하리라 생각한다. 한 친구는 내게 신해철은 '평생을 탐색해야 하는 궁금한 존재'라고 했다. 그 친구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그를 탐색하고 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마." - 넥스트, '해에게서 소년에게' 중에서

신해철 넥스트 마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