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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 '강아지를 마치 자식처럼 위한다'는 말에서 보듯 '위한다'는 말은 예부터 사람이나 사물을 받들거나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썼다. 그런데 요새 들어 '위한다'를 '-하기 위하여, -를 위하여, -를 위한' 꼴로 써서 우리 말을 어수선하게 한다. 이런 말이 퍼진 데는 아무래도 영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다음 보기로 든 말을 우리 말로 뒤칠 때 어떻게 가르치고 배웠는가.

"in order to~, so as to~, with a view to~, in the cause of~, for the cause of~, for the sake of~, for the benefit of~, for one's sake~, in the interests of~ ……"

이들 말을 하나같이  '-하기 위하여, -를 위해, -를 위한'으로 익히고 써 버릇한 까닭이다. '위한다'는 제목, 법 이름 따위를 줄여 말할 때나 쓸모가 있지 일상에서는 한자말을 잇달아 쓰게 하거나 입말을 글말로 바꾸고 자리에 맞는 풀이말을 잡아먹는 구실을 더 많이 한다. 또 '부림마디, 매김마디, 어찌마디'를 길고 어수선하게 만드는 일도 한다.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 뜻으로 쓸 때는 '-고자, -하려고, -하도록' 따위로 다듬으면오히려 더 깔끔하다.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찾아 파란색으로 ○표를 해 보세요.(1-2-국어활동, 8쪽)
건강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맞은 내용을 찾아 파란색으로 ◯표를 해 보세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알맞은 내용을 찾아 파란색으로 ◯표를 해 보세요.

(※ 교과서도 그렇고 교실에서 교사도 '생활한다'는 말을 쓰니까 아이들도 너나없이 생활한다는 말밖에 모른다. 아이가 쓰는 말로는 '산다'고 해야 한다. '생활한다'는 어른들이 많이 쓴다. '산다'고 해도 될 자리에 마구 '생활한다'로 쓰니까 아이들도 따라 쓴다. 이는 예부터 같은 말이라도 어려운 말, 유식한 말을 쓰려고 하여 깨끗한 우리 말을 버리고 한자말이나 서양말을 써온 버릇을 지금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 싼 가방을 보고 누가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었는지 찾아 ◌표를 해 봅시다.(1-2-국어활동, 31쪽)
  → 현장 체험학습을 가려고 싼 가방을 보고 누가 선생님 말씀을 제대로 들었는지 찾아 ◯표를 해 봅시다.
△ 물을 마시고 싶었으나 마시지 못하자,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함.(1-2-국어활동, 67쪽)
  → 물을 마시고 싶었으나 마시지 못하자, 어떻게 하면 물을 마실지 찾으려고 함.
  →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마시지 못하자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궁리함.

이깟 일로 호들갑 떠냐고 하겠지만 말은 기억이고 버릇이다. 우리는 누구든 학교 들어가기 전에 평생 살아갈 말 대부분을 배운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교과서로 말을 배운다. 교과서로 세상을 만난다. 교과서는 그저 손에 잡히는 참고 자료라고 하지만 말처럼 가볍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집에서 배운 말과는 바탕이 다른 글말을 익히고 또 익힌다. 그렇게 배우는 글말이 바로 '~으로 인해', '~에 관하여', '~에 대하여', '~을 위하여' 같은 어설픈 번역체다. 어떤 생각이고 말이고 한번 머리에 박히고 몸에 배면 바꾸기 어렵다. 아이는 어른보다 자유롭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물들고 길들어 버린다. 오염된 말이 길든 아이는 마음처럼 쉽게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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