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등장한 손혜원과 혈맹들의 거대 펼침막. 방청객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줬다.

현장에 등장한 손혜원과 혈맹들의 거대 펼침막. 방청객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줬다. ⓒ 임동준


지난 25일, 서울 왕십리 디노체컨벤션에서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아래 <파파이스>) 마지막 회 공개녹화가 있었다. 이번 글은 2014년 3월 시작되어 3년 6개월의 시간을 지나 마지막 회를 맞이한 <파파이스>의 공개녹화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들과 <파파이스> 그리고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닭집 이름으로 만들어진 팟캐스트

'파파이스(Papa is)'는 처음부터 지어진 이름이 아니었다. 1회가 방영될 당시 제목은 '김어준의 KFC'였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프로그램 제목으로 사용했다는 점부터가 인상적이었던 김어준의 새로운 팟캐스트. 이 방송은 보수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에게 대화의 창구가 되었다. 또한, 주요 언론과 지상파 방송이 다루지 않던 사건들을 심도 있게 다루며 차별화를 보여줬다.

방송 초기에는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피해자 유우성 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정치 이슈를 다루며 안철수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어야 했다. 팟캐스트 런칭 1달이 되어갈 때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자연스레 <파파이스>는 세월호에 주목했다.

사고의 전말, 사고와 관련된 인물들 그리고 정부 발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파파이스>가 다른 언론매체, 방송과 달랐던 부분은 유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는 것이다. 장기간 단식투쟁을 진행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물론이고, 선채 인양 전 미수습자 가족이었던 고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의 이야기 그리고 세월호 생존 학생들에 대한 지원방안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꾸준히 언급했다.

세월호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는 정부와 언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답이었고, 세월호 사고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미안함 표시였다. 닭집 이름으로 만들어진 팟캐스트는 그렇게 국민에게 다가갔다. 상처를 나누고 이런 문제들을 바꾸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파파이스>와 함께 시간을 보낸 시청자들은 왜 이 팟캐스트가 이런 이름으로 지어진 것인지를 이해해갔다.

촛불의 시대와 정권교체의 밑거름

 <파파이스> 녹화 중 송채경화·김보협 기자·김어준 총수…. 시작을 함께했던 셋은 마지막도 함께했다.

<파파이스> 녹화 중 송채경화·김보협 기자·김어준 총수…. 시작을 함께했던 셋은 마지막도 함께했다. ⓒ 임동준


기존의 언론, 방송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던 <파파이스>가 진가를 발휘한 것은 2016년 총선에서의 활약이었다. <파파이스>는 총선 전, 야권의 후보들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후보들에 대한 소개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결과는 뚜렷했다.

파파이스에 출연한 후보들은 대부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선의 맛을 봤다. 그중에서도 선거운동 직전에 공천이 된 김병기, 박주민 후보는 파파이스에 출연한 이후 지역구에서 큰 지지를 얻었다. 다른 의원들보다 지역구에 대한 연관이 적었던 두 후보는 파파이스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줬다.

총선 이후에는 정치현안과 시사에 집중했다. 그러던 도중 나라를 뒤흔든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영향력을 점점 키워가던 <파파이스>는 촛불 집회와 탄핵정국을 맞아 활약을 보였다. 최순실에 대한 의문들을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반 문재인 세력의 '빅 텐트' 이야기를 언급하며 대선에 대한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역사는 진보했고, 국민의 뜻은 이뤄졌다. 부패한 전임 대통령은 파면당했고, 정권교체의 바람이 시작되었다. <파파이스>는 야권의 집권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거 전에는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개표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개봉하며 개표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한 대선은 결국 문재인 후보의 당선과 함께 끝이 났고, 그 과정에서 <파파이스>는 큰 역할을 했다. '촛불의 위대한 승리' 뒤에는 이 촛불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김어준 총수와 <파파이스>가 있었다.

<파파이스>의 마지막 그리고 새로운 시작

마지막 녹화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녹화 시작은 오후 6시 30분부터였지만, 이날 녹화를 위해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녹화 시작 4시간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오후 2시에 현장에 도착해 대기했고, 앞에는 이미 50여 명의 관객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지막 녹화답게 이날 게스트는 다양했다. 파파이스 최장기간 게스트인 정청래 전 의원과 주진우 기자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해찬 의원, 김정환 <미디어몽구> 운영자,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실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보협 <한겨레> 기자, 김병기 의원, 박주민 의원, 표창원 의원 등이 게스트로 출연해 마지막 회를 빛냈다.

마지막 녹화에는 지난 공개방송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이 찾아왔다. 720석의 자리를 가득 채운 것으로도 모자라 통로와 무대 앞, 출입구 근처까지 1000여 명의 관객이 마지막 녹화를 찾았다. 단순히 팟캐스트가 아니라 대중과 시대를 함께 나눈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이날 찾아온 관객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파파이스>는 마지막을 맞이했지만, 김어준 총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 이날 현장에서 김어준 총수는 주진우 기자와 새로운 팟캐스트의 런칭을 이야기했다. 단발성 팟캐스트라는 점만 밝히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팟캐스트는 물론 김어준 총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진행을 확정한 바 있다.

굿바이 <파파이스>, 땡큐 김어준

 김병기, 박주민, 표창원 의원은 김어준 총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기, 박주민, 표창원 의원은 김어준 총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임동준


<파파이스>는 이렇게 16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마지막을 맞이해 찬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김어준 총수다. 그는 보수 정권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의 유행어인 "쫄지 마"라는 말처럼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파파이스>를 통해서 모든 국민이 이런 태도를 지닐 때 조금 더 발전된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녹화의 마지막에 김어준 총수는 장난스레 김병기, 박주민, 표창원 의원에게 자신에 대한 찬양을 요구했다. 그리고 세 명의 의원의 답 중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는 박주민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박주민 의원은 "김어준 총수는 정치가 어렵고,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것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또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3년 6개월간 파파이스가 점점 더 많은 시청자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김어준 총수의 이런 기술 덕분이다. 정치적 사안과 사회적 문제를 꿰뚫어 보고, 그 핵심을 뽑아 듣는이에게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독보적이다. 그의 기술 덕분에 많은 사람이 시사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왜 촛불을 들고 부도덕한 지도자를 몰아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리고 촛불의 세대가 김어준 총수에게 감사하는 것 역시 정치에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물음과 합리적 의심으로 시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다. 그와 함께한 파파이스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와 함께 질문하고,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은 그의 유행어와 함께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쫄지 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임동준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 < 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 김어준 박주민
댓글2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