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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6일, 오늘은 안중근 의사 의거 108주기 기념일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 내 안중근 의사 관련 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중근 의사를 기리기 위한 행사를 이번 주에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시장 안병용) 역시 그중 하나다. 중국 차하얼학회로부터 안중근 의사 동상을 기증받은 의정부시는 지난 20일 의정부역 동부광장에 설치된 안중근 동상을 대중에 전면 공개했다.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설치된 안중근 동상
▲ 안중근 동상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설치된 안중근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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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안중근 동상은 설치 전부터 제작 배경이 불분명하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이 동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해 제작됐고, 민간단체인 차하얼학회가 의정부에 동상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관련 기사 : "안중근 동상 없다던 건 '선의의 거짓말', 시진핑 지시는 확인불가")

또한 의정부시는 '차하얼학회가 동일한 안중근 동상을 2점 만들어 하나는 의정부역에, 다른 하나는 하얼빈역에 세우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해왔다. 안중근 의사 쌍둥이 동상은 하얼빈역에 세워질 수 있을까.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직접 중국 하얼빈역을 찾았다.

"하얼빈역에도 안중근 쌍둥이 동상 세워진다"... 하지만 현장 조감도엔 '없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8주기를 맞는 2017년 10월 26일 하얼빈역 광장의 아침
▲ 하얼빈역 광장 안중근 의사 의거 108주기를 맞는 2017년 10월 26일 하얼빈역 광장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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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를 보면 의정부시가 주장한 안중근 동상 설치 예정 장소가 확인되지 않는다.
▲ 하얼빈역 리모델링 조감도 조감도를 보면 의정부시가 주장한 안중근 동상 설치 예정 장소가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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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 광장.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의정부시의 소개가 사실이라면 이곳은 안중근 의사 쌍둥이 동상이 들어서야 할 곳이다. 그러나 현장에 공개돼 있는 하얼빈역 리모델링 조감도엔 안중근 동상이 세워질 곳은 보이지 않았다.

의정부시가 감사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2017년 9월 (의정부시가) 한국국제문화교류원에 문의한 결과, 안중근 동상의 설치 예정 장소인 중국 하얼빈역의 개축공사로 인해 아직 안중근 동상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이나 향후 하얼빈역 개축공사의 완공 시기에 맞추어 한국에 기증된 동상과 동일한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국제교류원은 차하얼학회와 안중근 동상을 제작해 한국에 기증하기로 협약한 사단법인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의정부시와는 다른 입장이다. 주 중국 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는 "하얼빈역 개축공사 완공시 의정부시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과 동일한 동상이 세워지는지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차하얼학회와 하얼빈시 그리고 의정부시와 하얼빈시 사이의 제안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2015년부터 안중근 의사 쌍둥이 동상의 의정부역-하얼빈역 설치를 홍보해왔다. 오래전부터 대중에 소개한 것에 비해 결과물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애초에 차하얼학회가 안중근 동상의 하얼빈역 설치를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의정부시는 따로 하얼빈시와 설치 등을 제안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선양 총영사관 "확인된 바 없어"... 안중근 기념관 "처음 듣는 얘기"

하얼빈 조선족예술관 안에 임시개관한 안중근 기념관의 안중근 흉상.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는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조형물은 이것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얼빈 조선족예술관 안에 임시개관한 안중근 기념관의 안중근 흉상.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는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조형물은 이것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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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자는 26일 중국 하얼빈 조선족예술관으로 향했다. 하얼빈역 리모델링 공사에 따라 지난 2014년 중국 정부가 건립한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은 올해 3월 19일 조선족예술관에 임시 개관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안중근 기념관 관계자는 의정부시의 '안중근 의사 쌍둥이 동상 하얼빈역 설치'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의정부역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 사진을 보여주자 이 관계자는 "처음 보는 동상"이라면서 기념관 내 안중근 의사 흉상을 가리키면서 "하얼빈 내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조형물은 이것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안중근 동상은 논란 거리 중 하나였다. 지난 2006년 하얼빈역 앞에 안중근 동상이 세워졌지만, 열흘 뒤 중국 정부에 의해 철거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안중근 동상을 철거한 이유는 '외국인 동상 건립 불허 방침' 때문이었다. 결국 이 동상은 2009년 부천시 안중근 공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2014년 중국 정부는 하얼빈역에 안중근 기념관을 세웠다.

의정부역 안중근 동상의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김영준 버드나무포럼 대표는 "안중근 정신은 거짓과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 위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는가"라며 "머지 않아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안중근동상, #의정부시,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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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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