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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부터 해마다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어왔습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2014년),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2015년),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2016년)를 거쳐, 올해는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2017교육문화연구학교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안양 동안구 비산3동 마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소망을 담아 진행됩니다.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2월 29일까지이고, 비산동 마을 관련 6가지 주제(△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를 나눠 총화와 팀별 세미나 및 마을 대상 다양한 실천 활동 등을 병행해 나갑니다. - 기자 말

모든 사람이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발언한다.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시간의 대표적 모습이다. 마을허브공간을 둘러싸고 참석자들은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발언한다.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시간의 대표적 모습이다. 마을허브공간을 둘러싸고 참석자들은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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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가까워 왔다. 잘 시간을 넘긴 어린아이들이 칭얼거렸고, 어른들은 자주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렇게 70여 명의 사람들이 금요일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치열한 논의를 거듭했다.

10월 20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새들생명울배움터 2017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 두 번째 모임 풍경이다. 이날 모임은 6가지 주제 중 △마을허브공간에 집중됐다. 각자 속한 주제별 모임도 있는데, 모두가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이유가 있다.

11월 13일, 비산3동 5번 마을버스가 오가는 길목에 새들생명울배움터의 마을허브공간이 들어선다. 7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지낸 이들이 꿈꾸고 바라 온 공간이다. 이웃들과 소통하고 대안적 삶을 실천하는 장으로서 문화예술·물품을 나누며 다양하게 만나고픈 열망이 모여질 곳이다.

하기에 10월 20일 금요일 단 하룻밤이랴, 지난 첫 모임 때 짜인 '마을허브공간 팀'은 직후부터 뜨거운 나날을 보냈다. 막 바로 공간 실측에 들어가서 도면 작업과 공간 구성을 진행했다.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처음 다뤄본 프로그램으로, A4 용지에 서툰 도면 디자인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마을허브공간 팀이 있네요, 14명이나!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밤늦도록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이날 모임에 참가한 누구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듯하다. 어린아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조금 먼저 일어난 이는 "이런 자리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의견 개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누구나 어떠한 질문과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의견 개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누구나 어떠한 질문과 제안을 할 수 있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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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하고 설득하며 만드는 공간

이날의 열기는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가 지난 첫 시간에 언급한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그는 모이는 12주 동안 민주주의 실천과 공부의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일렀다. (관련 기사: '마을 만들기', 왕도를 걷다)

실제로 두 번째 모임에서 마을허브공간을 둘러싼 질문들과 의견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실천과 훈련의 현장이었다. 마을허브공간 팀이 주축이 됐지만 의견 개진에는 아무런 구분이 없었고, 이미 여러 차례의 회의와 고민 끝에 내렸을 팀의 결정을 번복하는 제안들도 서슴없이 나왔다. 온라인상으로 팀의 회의 내용과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된 터라 질문은 예리했고 제안은 구체적이었다.

왜 마을허브공간이 있어야 하는지,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이면서 물품나눔 장터로 사용하자고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참가자들은 서로 묻고 답했다.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은 이웃들과 만나고픈 열망이 컸던 만큼 치열했다. 휠체어, 유모차가 편하게 들어오려면 입구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상근자는 어느 자리에 있어야 방문자들을 잘 맞이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고려와 설득이 이어지고 공간 배치는 거듭 뒤바뀌었다.

 허브공간의 주축이 된 팀의 권경아 씨가 공간 구성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문자에게 최대한 열려 있으면서, 공간에 담고 싶은 가치를 어떻게 구현시킬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였다.
 허브공간의 주축이 된 팀의 권경아 씨가 공간 구성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문자에게 최대한 열려 있으면서, 공간에 담고 싶은 가치를 어떻게 구현시킬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였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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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마음 전하기에 부족함 없도록  

마을허브공간으로 임대한 곳은 안양종합운동장 후문 쪽으로 언덕진 길가에 위치한 상가 건물 1층이다. 바로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어 사람들이 이곳에 종종 머물게 되는 곳이다. 입구에 데크, 뒤편에 창고가 붙었고, 화장실은 남녀 공용으로 건물 전체에서 이용하는 상황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경력을 가진 내지선 씨는 전문적인 기술로 손을 보탰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경력을 가진 내지선 씨는 전문적인 기술로 손을 보탰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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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가 이 작은 곳을 세를 얻어 벌이고 싶은 일은 결국 하나다. 비산동 마을에서 그동안 서로가 누렸던 온갖 즐겁고 기뻤던 일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 버스 기다리는 사람과, 지나가는 사람과 낯선 그 누구와도. 그래서 1층으로 임대했다. 바깥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이날 모인 70여 명의 간절한 바람이다. 최봉실 대표는 설명했다.   

"새들생명울배움터에서 사용하는 경당이나 연구소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여기를 구한 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고 싶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두 곳은 위치 때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잖아요.  

새들생명울배움터 안에서 우리가 누려 온 문화, 정신적인 향유를 여기서 모두에게 열어 놓고 할 거예요. 우리 안에 넘치는 것들을 이웃과 나누고, 만나는 접점이 되는 공간인 거죠.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것이 다 문화 예술이었잖아요. 노래 부르며 시 나누며 놀았던 거예요. 그동안 축적돼 온 문화 예술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잖아요. 문화예술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우리 안에 넘치고 있어서 나눠야겠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넘치는 일을 넘쳐 흘려보내자는 얘기다. 지난 9월 말 토요일이 꼭 그런 하루였다. 새들생명울배움터의 2세대 교육 기관인 경당이 7년 동안 마을 분들의 관심과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마을감사장터를 열어 많은 이웃을 만났다. 노래 부르고, 좋은 물건들을 나눠 쓰고, 유기농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무료로 나누고, 삶을 포착해 우러나온 시와 그림도 전시했다. 그렇게 한바탕 동네잔치를 벌였다. (관련 글: 도시에서도 장터, 잔치 가능하다)

 지난 9월 말 열린 마을감사장터. 이웃들과 좋은 먹거리, 물품뿐 아니라 문화 예술을 함께 나누며 한바탕 동네 잔치를 벌였다.
 지난 9월 말 열린 마을감사장터. 이웃들과 좋은 먹거리, 물품뿐 아니라 문화 예술을 함께 나누며 한바탕 동네 잔치를 벌였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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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역동하는 생을 닮은 공간


마을감사장터에서 맛본 이웃들과 만나는 기쁨을 이제는 허브공간에서 누려가고자 한다. 평상시 마을허브공간은 기증받은 물품들을 필요한 이웃들에게 판매하는 아나바다 장터와, 책 보고 담소 나누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계획이다. 협소하지만 작은 좌식 공간도 구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아나바다 물품이 다 치워지고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할 수도 있고, 강의나 세미나가 열리는 장소로도 탈바꿈한다.

공간이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상태라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아나바다 장터이면서, 담소 공간이면서, 공연을 보고, 한순간 모두가 춤을 출 수도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배치되는 가구들의 고정성이 크지 않고 어느 때든 다르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협소한 공간을 백분 활용하려는 심사다.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는 허브공간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가 담긴 최종안을 발표했다. 공간 요소마다의 목적과 계획을 공유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는 허브공간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가 담긴 최종안을 발표했다. 공간 요소마다의 목적과 계획을 공유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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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실 대표는 크기의 제약뿐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도 공간이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공간이 고정돼 있으면 사람도 자기 삶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어요. 변형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가구로 공간을 구성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좁은 공간이라고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면 거기에 우리 스스로가 맞춰 살게 돼요. 큰 가구가 아니라 작은 단위로 나뉘는 가구들로 공간을 그때그때 재배치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 모든 걸 다 바꿀 수 있게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중요한 얘기를 놓칠 뻔했다. 마을허브공간이 새들생명울배움터에서 그동안 쌓아 온 좋은 것들을 나누는 공간은 맞다. 그러나 이 공간은 주인과 손님이 따로 있는 공간이 아니다. 오늘 처음 이곳에 왔더라도, 내일 이곳을 찾는 누군가를 대접하는 이가 될 수 있다. 최봉실 대표는 마을 허브공간이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이해를 도왔다.

"신뢰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내놓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새들생명울배움터와 연결된 분들, 그동안은 몰랐지만 이 장을 계기로 만날 분들의 좋은 뜻을 이웃들에게 전하는 매개의 역할을 여기서 하는 겁니다. 실제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거죠."

한 번 만나고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마을허브공간은 꿈꾸고 있다. 아나바다 장터로 허브공간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과 문화들을 함께 누리고 즐기면서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주의, 가장 좋은 결론을 찾아가는 믿음과 책임의 여정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논의로 밤이 깊었다. 참석자들은 지칠 법도 한데 길가에 위치한 작다면 작은 공간에서 이룰 일들을 떠올리며 거듭 논의했다. 기탄없이 의견을 냈고 서로 다른 의견이 맞붙었을 때, 더 좋은 결론을 찾기 위한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최종 수렴은 마을허브공간 팀에 일임하며 인테리어 공사 때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열어두고 생각하기로 했다.

최봉실 대표가 "매순간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로 있으면 보다 나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첫 모임 때 한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는 거듭되는 논의를 갈무리하며 말했다.

"모두가 합의하는 결론을 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민주주의가 그렇죠. 책임을 진 사람한테 믿고 맡기는 것도 필요해요. 그러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거리낌 없이 얘기하면 되고요. 최종 결정을 할 때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이들한테 맡기고 그렇지 않을 때는 모든 고생을 감수하고, 원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허브공간 회의는 밤늦게 끝났다. 마을개선, 문화사업, 농사 준비 등 6개 주제별 모임이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진행됐다.
 허브공간 회의는 밤늦게 끝났다. 마을개선, 문화사업, 농사 준비 등 6개 주제별 모임이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진행됐다.
ⓒ 임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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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주제는 관련성이 짙다. 마을을 둘러싼 구체적 실천의 안들을 참석자들은 각자가 맡은 주제를 중심으로 고심했다.
 모든 주제는 관련성이 짙다. 마을을 둘러싼 구체적 실천의 안들을 참석자들은 각자가 맡은 주제를 중심으로 고심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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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13일 달력에 동그라미

마을허브공간의 최종안은 이날 모임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합해서 다시 온라인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11월 11일 마을허브공간 개장 공연이 열리고, 개장은 13일이다. 두 날 모두 열려 있고, 이후로도 지속되는 만남을 바란다.

마을허브공간을 비롯해 △마을개선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 팀도 각각 활발하게 구체적인 일들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마을개선 팀은 마을 지도를 그리고, 마을 개선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간다. △언론출판 팀은 주제별 모임들의 홍보활동을 도우며 필요한 기사를 생산하고, 언론/출판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다 △농사준비 팀은 10월 21일 포천 평화나무목장에 가서 증폭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증폭제는 슈타이너 박사의 생명역동농법의 핵심으로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암소의 똥, 수정가루, 달걀 껍데기 등의 9가지 물질이다. △재개발연구 팀은 비산동 재개발과 상황 파악과 관련 공부를 한다. △문화사업 팀은 마을허브공간 개장식 공연을 계획해 가면서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문화 사업을 고민 중이다.

새들생명울배움터 2017교육문화연구학교가 앞으로 10번의 정기 모임을 앞두고 있다. 매주 계속되는 모임과 활동 소식을 기사로 전한다.

 “모든 사람이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묻고 답하고 설득하며, 가장 좋은 결론을 향해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묻고 답하고 설득하며, 가장 좋은 결론을 향해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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