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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누구에게나 추억의 잇템이 있기 마련입니다. 리바이스 대신 '뱅뱅'이나 '잠뱅이'로 남다른 자태를 뽐내기도 했고, '루카스' 가방을 매고 으쓱 했었죠. '하두리캠'에 열광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열라 놀던 그때, 우리의 20세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는 '덤'입니다. *@}>->----(이것은 장미입니다...) [편집자말]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동의? 보감.'
'용비? 어 천가.'

'요즘 애들'이 쓴다는 '급식체(10대들이 사용하는 문체를 이르는 말)'가 화제다. 따라 하려고 해도 유행이 워낙 빨라 젊은 척하는 늙은이 취급을 받기에 십상이다. 급식체가 한글을 파괴한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10대 문화를 향한 이중적인 시선(호기심과 반감)은 익숙하다. 우리가 '요즘 애들'이었을 때, 지금의 급식체 못지않은 외계어를 구사하던 시절에도 그랬다.

'버디버디 아이디 추천해주세요' 질문글에 달린 네이버 지식IN 답변
 '버디버디 아이디 추천해주세요' 질문글에 달린 네이버 지식IN 답변
ⓒ 네이버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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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와 싸이하던 1㉵기천사1, 접니다

2000년 초반, 세이클럽과 버디버디는 자기표현의 장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세이클럽은 주로 경남권에서 유행했고, 버디버디는 수도권에서 유행이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당시 나(13살)의 친구들은 대부분 버디버디를 했다. 버디버디에 입문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버디버디에 가입하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다.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안방에서 건강보험증을 몰래 가져왔다.

그보다 어려운 관문은 '아이디 만들기'였다. 요즘 포털의 아이디에는 영어만 사용 가능하지만, 버디버디는 한글은 물론 특수문자 사용도 허용했다. 최대한 멋진 아이디를 만들고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 '™' 따위의 의미 없는 이모티콘이 자주 사용됐다. 한글을 그냥 쓰면 밋밋해서 '㉠'이나 '㉸'로 썼다. 나의 첫 번째 버디버디 아이디는 '1㉵기천사1'였다.

싸이월드 감성짤. 종종 핸드폰 배경화면으로도 사용하곤 했다.
 싸이월드 감성짤. 종종 핸드폰 배경화면으로도 사용하곤 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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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버디의 시대는 금방 지나갔다. 또래 친구들의 유행을 따르다 보니 자연스레 싸이월드로 넘어갔다. 중학생이 되면 모름지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문화상품권이 들어오면 도토리를 샀고, 스킨과 미니미를 예쁘게 꾸미고 BGM도 깔았다. 내 마음대로 게시판을 만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렸다. 네이버 지식in에선 싸이월드 이용 팁, 특히 싸이월드에 올릴 만한 휘황찬란한 짤(사진)들이 공유됐다. 50문 50답 형식의 게시글 포맷을 공유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TMI(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장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선택했고,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욕을 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했으며, 피시방 좋아하는 남자한테 몇 퍼센트 정이 떨어지는지 수치화했다. 나만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려는 욕구가 가득했다.

넷상에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게시할 콘텐츠들이 공유됐다.
 넷상에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게시할 콘텐츠들이 공유됐다.
ⓒ 네이버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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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손쉽게 우리를 연결했다. 친구 찾기 기능으로 전학 오기 전 학교의 친구들을 찾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일촌을 맺었고 일촌 '파도타기'를 하며 친구들의 근황을 구경했다. 친한 친구들과는 싸이월드 공유 다이어리를 함께 쓰기도 했다. 'OO중_FOREVER' 따위의 이름을 붙였다. (그때 그 시절 다이어리를 공유하던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일 방문자 수를 나타내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투데이'는 인기의 척도였다. 대문에 걸린 '투데이'가 신경 쓰여 혹시나 오를까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수어 번 싸이월드 로그인·로그아웃을 반복했다. 투데이를 조작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고 하니, 당시의 우리에게 깨나 중차대한 문제였던 건 분명하다.

당시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의 명대사와 얼짱들의 사진을 결합한 '짤'도 싸이월드 단골 게시글이었다.
 당시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의 명대사와 얼짱들의 사진을 결합한 '짤'도 싸이월드 단골 게시글이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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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얼짱' 언니들

실제로 싸이월드는 유명인을 배출하는 기능을 했다. 10대 문화의 중심에 있던 '얼짱(얼굴짱)'들이다. 지금의 '인스타 훈녀·훈남'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훨씬 영향력 있는 존재였다. 싸이월드는 '얼짱 코너'를 따로 두어 순위별로 얼짱 리스트를 띄웠고, 유명 인터넷 얼짱들의 싸이월드 주소는 공공연하게 공유돼 많은 소녀·소년들의 즐겨찾기 목록을 장식했다. 얼짱들의 싸이월드 투데이는 수천에서 수만 단위를 오갔다.

'얼짱'은 그야말로 우리들의 10대를 상징하는 문화다. 수많은 언니들의 이름이 스쳐 지나간다. 청순한 얼짱, 귀여운 얼짱, 센 언니 얼짱 등등 범주화되어 취향껏 소비됐다. 반윤희 언니의 패션과 최하늘 언니의 샤기컷, 울프컷, 뱅 헤어스타일... 언니들의 아이템이 곧 '간지'였고, 10대 트렌드를 선도했다. 심지어 언니들이 셀카 찍는 포즈까지 유행했다. 살짝 각도를 비틀어 찍는다거나, 입을 막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일명 '반윤희 패션'. 피케티와 통이 넓은 반바지가 유행했다.
 일명 '반윤희 패션'. 피케티와 통이 넓은 반바지가 유행했다.
ⓒ 반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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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들은 연예인만큼, 때론 연예인보다도 강렬했다. 당시 인기를 방증하듯 코미디TV의 <얼짱시대>를 비롯해 얼짱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인기 인터넷 소설의 주인공을 가상 캐스팅한 글에선 연예인보다도 얼짱 언니, 오빠들이 더 대세였다. 우리는 그들을 소설 속 주인공에 대입하여 상상의 나래를 폈다.

<얼짱시대2> 포스터.
 <얼짱시대2> 포스터.
ⓒ 코미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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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얼짱 문화가 외모지상주의라고 우려했지만,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 '쭉빵 카페'를 했는데, 외모나 몸매 관리를 주제로 한 글들이 늘 베스트 목록에 있었다. 이른바 '훈녀 생정(훈훈한 여자 생활정보)' 글이다. 얼짱은 몰라도 관리하면 훈녀는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작성된 글들은 어떤 것이 훈녀템인지, 어떻게 해야 피부가 하얘지고 다리가 곧아지는지 설명했다. 생정을 보며 우리는 바람막이와 노스 패딩을 갖고 싶었고, 너도나도 '에뛰드 디어 달링 틴트'를 사 발랐다.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가졌던 사춘기, 나는 인터넷에서 본 대로 쌀뜨물·녹차물로 세수하고, 달걀 흰자로 머랭을 만들어 코팩을 했으며, L자 다리를 하고 TV를 보고, 입술이 트면 꿀을 바르고 잤다. 같아지고 싶어서 부지런히 따르던 시절이었다.

Tip. 싸이월드 세대들이여, 그 시절을 추억하고 싶다면 네이버 지식in에 접속해보라. 그곳이야말로 2000년대 역사의 보고다.


태그:#얼짱, #싸이월드, #버디버디, #세이클럽, #10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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