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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중인 김창현 회원
 휴식 중인 김창현 회원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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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 원인 백제보 수문 즉각 개방하라!

10월 22일 새벽 2시경 부여 백제보에 도착했다. 완전히 어두워진 금강의 강바람은 매서웠다. 마라톤 중에는 열이 오르지만, 쉬는 동안 땀이 식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뜨거운 차와 라면으로 몸을 녹여도 강바람에 금방 차가워져 얼마 쉬지 못하고 일어났다.
백제보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가담한 적폐세력들의 명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그 앞에서 [물고기 떼죽음 원인 백제보 수문 즉각 개방하라!] 현수막을 들고 피케팅을 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백제보 상류에서는 지난 2012년 수십 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김창현 회원은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갈 길을 막은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고 있으니 이 죄를 누가 받게 될까요. 이 죄는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이 받게 될 것이고, 우리는 파렴치한 조상으로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백제보 피케팅
 백제보 피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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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넘게 자전거로 보조한 김태형 회원은 휴식을 취하고 필자와 교대했다. 자전거와 물품을 정비하는 동안 김창현 회원은 벌써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가로등도 제대로 없어 한치 앞을 겨우 보는 캄캄한 길임에도 망설임 없이 뛰었다. 김창현 회원을 따라간 달밤의 금강변은 바람 소리와 야생동물들이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금강은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해 고요했다.

하구둑까지 39km
 하구둑까지 39km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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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익산에 접어들자 해가 어슴푸레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일찍 나와 자전거를 타는 여행객이 지나가며 말했다.

"어제도 봤는데 정말 계속 달리신거에요?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파이팅입니다!"

김창현 회원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뿌듯해했다.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는 금강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는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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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경 익산 성당포구에 도착하자 해가 완전히 떠있었다. 한숨도 자지 않고 달리다 보니 점점 속도가 떨어져 예상 시간보다 2시간 이상 지체됐다. 하지만 목적지인 금강 하굿둑까지 27km밖에 남지 않은 안내 표지판을 보며 서로를 격려했다.

기수역이 살아야 서해바다와 금강이 산다

10km를 남기고 기뻐하는 김창현 회원
 10km를 남기고 기뻐하는 김창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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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쉬는 시간은 길어졌다. 하지만 끝까지 달리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느려질지언정 멈추지 않고 달렸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 한 시, 대청댐에서 출발한지 24시간이 됐을 때 금강 하굿둑에 도착했다.

마지막 현수막을 펼치고 피케팅을 했다. [기수역이 살아야 서해바다와 금강이 산다 하굿둑을 개방하라!] 금강에는 황복과 참게 등이 넘치도록 잡혔으나 하굿둑이 건설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하구둑 피케팅
 하구둑 피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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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은 "흘러라, 금강아 마라톤에 성공했다. 4대강 보와 하굿둑을 허물어 내가 대청댐에서 하굿둑까지 쭉 달려온 것처럼 금강도 쉬지 말고 흐르길 바란다"라고 마라톤의 소감을 밝히면서, "종이컵의 원료는 지구의 허파입니다. 나무와 물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합니다. 우리 모두 부족하게, 불편하게, 불결하게 사는 삼불(三不) 운동을 통해 모든 생명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
 마라톤을 마친 김창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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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회원은 이번 마라톤이 끝이 아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한강과 영산강, 낙동강 마라톤도 진행해 4대강이 모두 흐를 수 있도록 외칠 예정이다.


태그:#금강, #4대강, #환경, #마라톤,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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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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