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랑규선'(螳螂窺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라는 뜻이지요. 매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슬을 먹느라 사마귀가 자기를 노리는 줄도 모르고 있고,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느라 참새가 하늘에서 자신을 노리는 줄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지요.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이런 우둔함에 빠지곤 합니다. 도박이나 마약과 같이 심각한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욕심이 눈을 가려 위험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눈앞에 당리당략만 보다 대의를 그르치는 정치인도 많이 있고, 작은 이익 때문에 인간관계를 그르쳐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눈앞에 이익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해 경제적 이익을 놓치는 사람들도 종종 있구요.

강경수 글, 그림
▲ <배고픈 거미> 표지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관련사진보기


그림책 <배고픈 거미>는 고사성어 '당랑규선'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삶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또다른 이유 하나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 볼까요?

이야기의 배경은 깊은 숲, 거미줄에 걸린 것은 무엇이든 다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거미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거미는 평소처럼 거미줄을 치고 낮잠을 자러 가지요. 그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강경수 글, 그림
▲ <배고픈 거미>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관련사진보기


강경수 글, 그림
▲ <배고픈 거미>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관련사진보기


파리 한 마리가 '웽' 날아가다가 거미줄에 걸렸는데, 그 소리를 듣고 사마귀가 다가오다 거미줄에 걸리고, 사마귀의 파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개구리가 왔다가 거미줄에 걸리고, 개구리의 바둥거리는 소리를 듣고 온 구렁이도 걸리고... 이렇게 올빼미, 호랑이까지 거미줄에 걸리고 맙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는 바로 '당랑규선'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수다쟁이 파리가 동물들에게 소리칩니다.

"우린 이제 끝난 목숨이야. 배고픈 거미가 우리를 몽땅 먹어 치울 테니까!"

거미를 본적 없는 동물들은 모두 깜짝 놀라 겁에 질립니다. 파리의 말만 듣고 온갖 상상을 하며 공포에 사로잡힌 것일 테지요. 두려움은 알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던 것을 알아 가면서 두려움을 해결할 방법들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파리의 말을 아무런 판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파리의 말을 진실로 믿어버리지요. 우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얻는 정보들을 거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파리'라는 언론이 주는 정보를 무조건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지요.

드디어 그 무시무시한 거미가 돌아옵니다. 동물들은 거미의 실체도 보지 못한 채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합니다. 거미는 당당하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만약 살려 주면 두 번 다시 이곳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지요. 동물들은 싹싹 빌며 그러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호랑이 발톱만한 크기도 안 되는 거미는 거미줄을 잘라 동물들을 보내줍니다. 동물들은 꽁무니 빠지게 도망을 가지요.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두려움에 빠진 동물들의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가 드러났네요. 첫째는 욕심 '때문'입니다. 욕심은 자주 우리의 눈을 가리는 안대가 되곤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지'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거미 한 마리가 뒷표지에서 우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작가가 다시 우리에게 물어오지요.

"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우리가 거미줄에 걸린 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욕심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들리는 것만 믿게 되면 우리는 바로 영악한 거미의 웃음거리가 되는, 진실을 가장한 '허상'의 거미줄에 걸린 어리석은 동물이 되는 것이지요.

강경수 글, 그림
▲ <배고픈 거미> 뒷표지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관련사진보기




배고픈 거미

강경수 지음, 그림책공작소(2017)


태그:#그림책공작소, #강경수, #배고픈거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