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총재님은 아직도 박(근혜) 정부 사람이세요, 이제는 문(재인) 정부 사람이세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 이날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향해 이렇게 말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 총재는 임기가 내년 3월 말까지다.

이 의원은 "전임 총재께서 '한은도 정부다. 물가안정이냐, 경제성장이냐 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라고 말했었다"며 "대통령 압박과 무관할 수 없다는 이 발언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저희들은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중립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현 한국은행 운영과 무관한 전임 총재의 정치적 발언 꺼낸 야당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또 이 의원은 평소 이 총재가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성향을 가진 인물인데 박근혜 정권 당시 눈치를 보며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매달 금리를 결정하면서 한번도 인상한 적이 없고 인하만 했다"며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가 지금은 반토막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돼있는데 이 소신을 못 지키고 거꾸로 가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정부 눈치를 본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더불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다른 야당 의원들도 한국은행이 독립성이 의심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하면서 곧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했는데, 이를 두고 정부 정책에 맞추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추 의원은 지난 8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 발언에 관한 (이 총재의) 소감을 말해주고, 금융통화위원(아래 금통위원)들이 중립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해왔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이 총재는 "지난 8월 업무보고 때 이에 대해 말씀 드렸다"며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정부 쪽) 발언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금통위원들이 중립적 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열석발언권 폐지 등 정책 대안 제시한 여당... 한국은행도 "의견 같아"

또 같은 당 박명재 의원도 김 보좌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 이후 엄청난 결과가 나타났다"며 "(시장) 금리가 오르고, 총재께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은 반응이 정부 정책과)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총재는 "(정부 쪽에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며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금통위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등도 한국은행이 정부 정책을 따라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 의원은 "기준금리가 0.25%만 증가하면 2조3000억 원의 이자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한 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선 소득이 오르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하지만 현재 부채가 많은 상황에선 소득이 소비로 전환될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정 의원은 "한은에서 과연 어느 정도 공조할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진단하면서 한국은행이 이를 돕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반면 이날 여당에선 한국은행이 실질적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될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 독립성 보장을 위한 열석발언권 폐지, 국내외 기관에 대한 출자 비중 축소, 금통위 구조개선 등을 제안했다.

열석발언권은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자칫 정부가 한은에 개입하는 식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예산을 재원으로 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 국내외 국가기관에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한은이 이를 대신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므로 관련 출자를 줄여야 한다고 심 의원은 지적했다. 이어 심 의원은 금통위원의 임기가 3년으로 대통령보다 짧아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런 지적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의원님들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걸로 안다"며 "합당한 결정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한국은행, #국정감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