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빌/비엔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모로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벼랑 끝에 놓여있는 신태용 감독이 11월 A매치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에서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을 확정했다. 콜롬비아전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세르비아전을 14일 울산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지난 6월 한국축구의 소방수로 투입되어 9회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업적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경기력과 히딩크 파동 등으로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던 신감독은, 이달초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는 러시아-모로코에 잇달아 대패하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축구협회는 여전히 신태용 체제로 월드컵 본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신뢰를 드러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일부 성난 축구팬들이 신감독의 교체를 요구하며 귀국하던 공항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소동도 나왔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현재 신감독의 리더십에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인 여론은 거의 찾을수 없는게 현실이다. 지금 상태로 과연 신태용호가 월드컵 본선까지 정상적인 로드맵을 이어갈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11월 A매치는 신태용 감독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콜롬비아와 세르비아 모두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강팀이며 피파랭킹도 모두 한국보다 높다.

콜롬비아는 10월 피파 랭킹에서 13위를 기록한 팀으로 남미 예선에서는 4위로 러시아 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라다멜 팔카오(AS 모나코),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며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오른 바 있다. 피파랭킹 38위의 세르비아는 유럽예선 D조에서 아일랜드, 웨일스, 오스트리아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8년만에 본선에 복귀했다. 한국은 두 팀과의 역대전적에서는 콜롬비아에 2승2무1패로 근소한 우위, 세르비아와는 1승 1패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런 강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수 있다면 신태용 감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여론을 다소나마 불식시키는 전환점이 될수 있다. 하지만 홈팬들이 지켜보는 안방에서 또다시 러시아-모로코전같은 졸전을 펼칠 경우, 이번에야말로 상황은 걷잡을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태용 감독에 대한 조기 경질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태용 감독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잡아 어쨌든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공로가 있다. 신감독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절대 변할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신감독의 노력과 성과가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못하는데는, 여론을 탓하기 전에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이미 최종예선 당시부터 신태용호의 경기력과 팀운영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다행히 결과(월드컵 본선행)는 좋았으나 냉정히 말하면 내용(2연속 무득점 무승부)에 비하여 운(이란-카타르전 무승부 등등)이 많이 따라준 것도 부정할수 없다. 하지만 신감독은 여론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에 대하여 시종일관 자기방어와 자화자찬에 급급한 모습으로 오히려 물음표만 부채질했다. 물론 신감독으로서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대표팀 감독으로서 지나치게 가벼운 언행과 처신은 신감독이 입을 열때마다 오히려 팬들이 점점 등을 돌리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유럽원정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자살골이었다. 가뜩이나 분위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신감독은 해외파 위주의 반쪽짜리 선수단 구성과 무모한 전술적 실험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남발하며 대표팀을 돌이킬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이전까지는 신태용 감독에 대한 비판은 있을지언정, 그래도 '본선진출에 성공한 감독을 명분없이 흔들어서는 안된다.' '문제의 핵심은 축구협회의 실정에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했다면, 러시아-모로코전 참패 이후 이제는 '감독 신태용의 역량' 자체가 불신을 받으며 집중적인 십자포화를 맞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대패직후 신감독 본인부터가 멘탈이 붕괴된 듯, 자신이 직접 선발한 선수들의 경기력과 정신자세를 질타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인터뷰도 감독으로서 결과적으로 최악의 대응이었다. 여전히 복귀설이 끊이지않고있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사령탑 시절, 프랑스-체코같은 강팀들에 대패했을 때 보여준 의연한 태도와 비교해도 극과 극이었다. 이전까지 신감독을 믿고 좀 더 기다려보자는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과연?'이라는 의문부호를  품게할만큼 경박하고 미숙한 대응의 연속이었다.

신감독도 심상치않은 여론을 의식한 듯, 귀국 기자회견을 통하여 11월 A매치에서는 변화를 약속했다. 선수구성에서부터 전술까지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보여줄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망라하여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게될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은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에 나갈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역대 한국대표팀 사령탑중 한번쯤 심각한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감독은 없다. 몇안되는 성공한 인물로 꼽히는 히딩크나 허정무 감독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 신태용 감독의 처지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바로 허정무 감독이다. 허감독은 당시 아시안컵 이후 자진사퇴한 핌 베어벡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임기 내내 자질과 자격 문제를 놓고 비난에 시달렸다. 월드컵 본선을 약 5개월 남겨놓고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 사상 첫 패배(0-3)를 당했을때는 경질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허감독은 여론의 끊임없는 흔들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아시아 예선 조 1위,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행진 등을 기록했고,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는 최초로 원정 16강의 업적을 남기며 '성과'로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히딩크 감독에 이어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서는 두 번째로 뛰어난 업적이자 국내 감독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표팀에서 '살아서 걸어나간' 케이스였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또다시 신태용같은 젊은 지도자가 이대로 대표팀에서 커리어가 망가지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신감독은 자신이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갈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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