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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운동사무소 앞 집회 사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 집회 사진.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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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한 교육복지 조정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교육복지 조정자 김아무개(여, 47세)씨가 안양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쓰러져 숨졌다. 김씨가 숨지자 동료들은 '(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여러 차례 무리한 표적 감사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무리한 표적 감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경기도 교육청에 비난을 퍼부었다. 이달 말경에는 노동조합(교육공무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차원에서 경기도교육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다.

노조가 사망 원인을 '표적감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목한 것은 의사가 밝힌 김씨의 사망원인이 스트레스가 원인 일 수 있는 '뇌출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

고인이 된 김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감사를 받았다. 노조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학교사회복지사업'을 확대했다는 이유로 올해 2월~4월 3차례나 교육청의 감사를 받았다.

그 뒤에도 유치원 사회복지사를 확대(채용)하는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았다. 학교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 학교 복지 사업 등에 필요한 인력을 더는 늘리지 않으려는 경기도교육청 정책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게 감사 이유였다.

지난 2016년 말쯤에는 '2015년 경기도교육복지협회 발족식'에 앞서 학교 사회복지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출장공문을 발송했다는 이유로도 감사를 받은 바 있다.

김씨의 동료인 김은주 학교 사회 복지사에 따르면 이처럼 여러 차례 감사를 받으면서, 김씨는 동료들에게 강압적 감사 분위기에 따른 심적 부담과 고통을 호소했다. 감사의 부당함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교육청 방침에 어긋나는 방향의 업무를 한 이유를 알기 위한 감사였고, 그분(고인이 된 김씨)만 한 게 아니라 그와 같은 일을 한 4개 교육지원청(안양·과천, 안산, 성남, 군포·의왕) 30명의 직원에 대한 감사였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난 2016년에 한 민원인이 국민신문고에 '4개 교육지원청이 도 교육청 지침을 위반했고, 개인 비위가 있다'며 감사를 청구해서, 사실 확인을 위해 감사를 한 것"이라며 '무리한 표적 감사'라는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교육청 관계자 '표적감사' 아냐

경기도 교육청, 피켓 시위.
 경기도 교육청, 피켓 시위.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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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청 기자회견.
 경기도 교육청 기자회견.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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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사회 복지사는,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나 학교 폭력에 괴로워하는 아이, 그 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살피는 일을 주로 한다. 상담 등을 해서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역 사회와 연계해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140만~190만 원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는 게 노조 관계자의 주장이다. 또한, 대부분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1년 계약직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학교 사회 복지 사업이 시작된 해부터 일을 한 학교 사회 복지사도 여전히 1년 계약직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3년간 35명이 신규 채용되지 못해 실질적인 해고를 당할 정도로 고용이 불안하다

이와 관련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건비 지원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어서 그렇다"라고 학교 복지사들이 1년 계약직인 이유를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지원을 끊으면 더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기에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이 아닌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실제로 화성, 시흥, 광명, 평택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지원을 끊어서 학교 복지, 청소년 상담 등의 사업이 종료된 사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임금협상 문제로 현재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가 임금협상을 요구하며 100일 넘게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육복지 조정자 김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교육청과 노조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태그:#학교 비정규직,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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