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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 나가면 흔한 말 중 하나가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란 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근무를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회사 내 다른 직종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유튜브에는 MBC 기자 3명이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2013년 12월 신입으로  MBC에 입사한 막내기자들이다. 이들의 사과동영상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8개월 후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아래 MBC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막내 기자들은 파업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 궁금했다. 그래서 막내 기자 중 한 명인 곽동건 기자를 지난 17일 서울 상암 MBC에서 만나 첫 파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곽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오늘로 파업은 44일째(10월 17일 기준)예요. 2013년 입사해서 첫 파업인데, 어떠세요?
"이번 파업의 목표 중 하나가 MBC를 망가뜨린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등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들을 퇴진시키는 것이잖아요. 어차피 현 경영진들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MBC 구성원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인생 첫 파업'입니다. 집회 취재를 나가보면 '파업은 노동자들의 학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파업을 해보니 왜 이걸 학교라고 하는지 체감을 하게 됐어요. 매일 집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부문의 이야기도 들으니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싸워왔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언론 노동자로서의 제 정체성도 좀 더 단단해졌고, 치열하게 싸워온 노동조합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생겼어요.

특히 보도 부문 동료들과는 그동안 MBC 뉴스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일터로 돌아가면 어떻게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많거든요. 그간 제가 썼던 기사들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좋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일하면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열심히 배우는 파업이죠. 파업 승리를 선언하는 날까지 후회 없이 싸워 보려고 합니다."

 MBC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 MBC 막내 기자인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씨는 지난 4일 유투브에 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MBC 안에서 젊은 기자들이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MBC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 MBC 막내 기자인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씨는 지난 4일 유투브에 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MBC 안에서 젊은 기자들이 맞설 수 있도록 한 번만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 이덕영/유투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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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초 MBC 막내 기자 3명이 반성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였어요. 물론 내부에서 치열하게 기자들이 싸운 거 압니다만 그 투쟁이 처음 밖으로 나온 게 막내 기자들의 동영상이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올리게 됐어요?
"사실 유튜브 반성문에 쓴 내용은 그 당시에만 특수하게 벌어진 일은 아니고, 입사 이래로 항상 느껴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저희가 1~2년 차 기자로서 주어진 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회사 문제를 얘기하는 게 주제넘은 짓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어쨌든 내가 빨리 배워서 내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더 급했던 거죠.

그런데 지난해 국정농단과 촛불 집회 보도를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저희가 어떤 자격을 갖춰야만 얘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나 알리바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제 기사가 아닌 다른 채널로 뭔가 발언하는 것이 비겁한 일이란 생각도 내심 해왔던 것 같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러다간 평생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기들과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단지 몇 달, 며칠간의 고민으로 나온 건 아니었고 3년 동안 참고 마음속에 쌓아 왔던 말을 했던 거로 생각해요. 사실 당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도 징계를 각오했거든요. 과거 웹툰만 그려도 해고했던 회사니까요. 돌이켜보면 각오를 한 김에 좀 더 다방면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나름 용기 낸다고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불충분했죠.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당한 비판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하는 게 아닌데 뭘 그렇게 걱정했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 유튜브 영상이 알려지고, 반응이 뜨거웠던 거로 기억하는데.
"저희가 체감하기로는 아주 차갑다고 느껴졌어요. MBC 문제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그땐 냉소가 많았던 거 같아요. '굳이 MBC에서 왜 이러고 있나'나 'MBC엔 희망이 없다. 사표 쓰고 나와라'라는 반응이 많았고 그걸 보면서 촛불 집회에서도 느낀 거지만 시민들 마음을 돌려놓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다"

- 어느덧 촛불 집회 1주년이 다가와요. 그때의 상황이 떠오를 것 같은데.
"제가 지난 4년 동안 계속 사회부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집회나 시위 현장을 취재할 일이 많았는데도 충격적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집회가 진행되는 모습, 행진하는 모습에서도 건강한 시민사회의 힘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집회 취재하러 현장에 나가면 저뿐만 아니라 MBC 구성원 전부가 욕을 먹었죠. 워낙 저희 보도에 문제가 많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욕먹으면서 억울한 마음은 없었어요.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고, 스스로도 떳떳하게 취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 당시 MBC 기자 중 일부는 마이크 태그를 떼고 리포트를 하기도 했잖아요.
"사실 현장에 나가 있는 저희 구성원들도 두려움이 많았던 거예요. 왜냐면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분명히 욕먹을 상황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로고 때문에 생방송 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던 거죠. 그 자체가 보도 현업에 있는 구성원조차도 우리 보도에 대해 부끄러워 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제가 태그를 달고 버스 위에 올라가서 중계하면 시민분들이 욕설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기사를 똑바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방송에 욕설이 나가면 어쩌나'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죠. 그런 순간순간마다 이제는 더 이상 참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고요. 촛불 집회에서 욕을 먹으며 마음이 더 급해졌던 거 같아요. 합리적이고 건강한 시민사회의 대변자 역할을 공영방송이 해야 했는데, 그 책임을 너무 오랫동안 방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경영진들만의 탓일까, 나는 과연 떳떳한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결국, 반성문 영상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곽동건 MBC 기자
 곽동건 MBC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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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입사하셨잖아요. 파업 끝난 직후인데 입사 후 본 MBC는 어땠어요?
"제가 2013년 말에 입사했기 때문에 파업이 끝난 직후는 아니에요. 생각을 해보시면 저에겐 첫 직장이고 다른 언론사는 다닌 경험이 없어요. 객관적으로 어땠다고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잖아요. 그 당시엔 '언론사는 원래 이런 곳인가?' 하고 의아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사치고는 보도국이 너무 조용하단 생각을 했어요. 사실 각자가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항상 뭔가 지시가 내려오면 그대로 기사를 쓰는 상황만 반복되는 게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보도국엔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나 대체인력으로 들어오신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각자 남의 일이나 기사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파편화된 분위기를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누군가는 조용히 있고 누군가는 저항하다 쫓겨나는 걸 보며 무력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르니까 지난 파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상황에서 선배들이 받았을 상처 같은 것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답답하기도 하고 무력하기도 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가장 큰 일이었던 거 같아요."

- 10년 전 만해도 MBC는 언론지망생 특히 방송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겐 로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외면받는 방송사가 되었는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배웠는데요. 1학년 때 저널리즘 수업시간엔 모두 MBC 사례들만 나왔어요. 저널리즘을 끝까지 실천하면 이런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배우는 교재 같은 거였죠.

사실 제가 입사한 2013년만 해도 이미 보도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PD수첩'을 비롯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도 심했죠. 당시에도 MBC는 많이 망가져 있어서 고민하긴 했죠. 그러나 스무 살 때 보았던 MBC에 대한 기억이 컸고 그게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어떤 공동체에 승리의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번 해본 사람들이라서 '지금 잠깐 힘들지만 언젠가 제대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나빠졌으니 앞으로는 좋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계속 더 나빠지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안에서 지켜보면 더 괴로워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MBC가 저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릴지언정 예전의 모습으로, 시민에게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 돌아갈 것이란 믿음은 여전해요."

"10월 25일 시청광장 대규모 파업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와주면 좋겠다"

- 가장 힘든 건 뭔가요?
"기자 일이라는 게 노동 강도도 높고 일하는 시간도 길고 매번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일이 많고 사소한 거라도 틀리면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고 스트레스도 많잖아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자신의 보도로 뭔가 나아진다는 느낌, 내가 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명감이나 보람 같은 것이 있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니 그런 보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버텨야 하는 상황이 언제 끝날 거란 희망도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죠."

- 2013년 이후 신입 기자를 뽑지 않았다는 게 MBC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은데.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해엔 인력을 많이 뽑아서 몇 년간 신입 공채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몇 년간 신입 사원 채용이 없었다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왜 신입을 뽑지 않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인력에 여유가 있어서 채용이 없었던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이유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는 거죠. 회사에서 얘기하는 건 '양질의 경력 직원들을 수시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신입 사원을 뽑으면 가르치는 데 오래 걸리니 다른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을 데려오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데 그것도 말이 안 맞거든요.

만약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동안 보도국 밖으로 쫓겨난 선배들이 수십 명 있잖아요. 그럼 우선 업무에 숙련된 그 사람들 데려와서 일 시켜야죠. 선배들은 전공 분야를 두고서 엉뚱한 일을 하게 만들어 놓고 여기서 취재할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전 신입 대신 경력직을 계속 뽑는 이유가 'MBC의 DNA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맥락일 거라고 짐작해요. 그리고 저희 동기들이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고 곧바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거로 추측해요. 어쩌면 회사에서는 '신입 공채는 기존 직원들과 유대감이 강해서 100% 노조 가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경력 채용은 그보다 훨씬 취약한 상황에 몰아놓고 회사의 입맛대로 다루기 쉬울 거라고 봤을 수도 있겠죠."

- 파업이 끝나고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면 어떤 걸 취재하고 싶어요?
"제가 4년 동안 사회부에서 경찰 기자만 했거든요. 그래서 사건 사고를 계속 취재해 왔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취재를 해보고 싶어요. 교육이나 노동 분야에 관심이 있기도 해요. 그리고 MBC 뉴스가 망가지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철거민,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 소수자들,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요. 저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자기 발언을 좀 더 폭넓게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사를 많이 쓰고 싶어요.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없을 때 항상 옆에 가까이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을 바라보는 그런 뉴스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파업이 길어질수록 시청자의 관심이 늘어나면 좋은데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많아서 MBC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당장 <무한도전>을 볼 수 없으니 MBC가 파업 중이라는 걸 체감했더라도 그게 익숙해지면 다시 잊히기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열심히 해서 예전에 사랑받던 MBC의 모습을 꼭 다시 돌려놓을 테니 조금만 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10월 25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광장에서 화려한 출연진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파업 콘서트가 열리니까 꼭 가족들과 친구들과 많이 오셔서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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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