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곰의 역사적인 첫 한국시리즈가 성사됐다. 8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기아 타이거즈와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하는 두산 베어스가 25일부터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시작되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

기아와 두산의 이번 맞대결은 우스갯소리로 한국 '신화' 시리즈로도 불린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가 마스코트인 것을 빗대어 두 팀의 대결은 종종 단군 더비로도 통한다. 실제 야구사적으로도 두 팀은 각각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와 OB 베어스 시절부터 36년 프로야구 영욕의 역사를 함께 해오며 한국야구의 무수한 신화를 개척해온 명문 구단이기도 하다.

두산의 전신 OB는 1982년 역사적인 프로 출범 원년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먼저 앞서나갔지만, 이후로 한국프로야구의 패권을 장악한 것은 해태 타이거즈였다. 해태는 80~90년대에만 4연패(86-89) 1회를 포함하여 9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20세기 한국야구 최강팀'으로 평가받는 전설의 '해태 왕조'를 구축했다. 기아로 팀명이 바뀐 이후에는 2009년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KBO 역사상 최초의 두 자릿수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룩했다.

반면 두산이 오늘날 KBO를 대표하는 강호로 발돋움한 것은 21세기부터다. 원년 우승부터 평균 10년 주기로(1982,1995, 2001) 80-90-2000년대까지 꼭 한번씩 우승을 차지하며 전통을 지켜왔지만 연속 우승은 2016년 이전까지는 한번도 차지해보지 못했다. 우승을 차지한 이듬해 반드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묘하게 성적이 급락하는 징크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15~2016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며 오랜 징크스를 끊고 명실상부하게 KBO 현 최강팀의 반열에 올랐다.

사실 두 팀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성기가 달랐던 탓에 딱히 라이벌로 거론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프로 출범 36년만에 사상 처음이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1987년 플레이오프(3승2패 기아 승), 2004년 준플레이오프(2승 두산 승) 맞대결까지 단 두 번에 불과하고 한 차례씩 사이좋게 장군멍군을 주고 받았다.

기아가 통산 10회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역사에 남긴 또다른 위대한 업적은 바로 시리즈 승률 100%의 '불패' 신화다. 기아는 해태 시절을 포함하여 한국시리즈에서 아직까지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삼성-SK 등 이후 해태 왕조의 계보를 이은 역대 강호들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해태 시절인 1987년과 1989년, 199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내준 상태에서 정상에 올랐다. 또한 기아의 역대 한국시리즈 광주 홈경기 승률은 84.2%(16승 3패)에 이를 만큼 안방에서는 더더욱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이러한 불패신화는 전성기였던 해태 시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해태를 만나는 팀들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9년으로부터 8년의 세월이 더 흘렀고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지만 후배들이 해태 왕조의 신화를 계속 이어갈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통산 10회로 기아와 동일하지만 승률은 정확히 50%로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KBO 역사상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팀이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단 4번 뿐이고 그 중 2번(2001,2015)이 바로 두산이었다. 심지어 두산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0년이나 2013년에도 시리즈를 최종 7차전까지 몰고가는 등 명승부를 연출한 바 있다.

올해 두산의 우승 가능성은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이나 2015년보다도 오히려 더 높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디펜딩챔피언인데다 우승주역들이 모두 건재하다는 점에서 전력이나 경험은 오히려 한국시리즈 직행팀인 기아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만일 두산이 승리하다면 구단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3연패이자 내년 시즌에는 KBO 최다연속 우승인 해태(86-89년)과 삼성(2011-14)의 4연패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키워드는 양팀 타자들의 불방망이에 투수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타고투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와일드카드전부터 준PO-PO에 이르기까지 장타(홈런)과 대량득점이 속출하는 난타전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두산 타선은 NC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만 홈런 12방 포함 50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였다. 반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꼽혔던 두산의 판타스틱4 선발진은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명의 퀄리티스타트도 기록하지 못하며 평균자책점 9.33으로 부진했다.

기아는 올시즌 팀타율 1위팀이며 3할 2리의 성적은 프로야구 역사상 역대 1위다. 주전 라인업에 3할 타자만 무려 7명이다. 전반기에는 6월 말부터 8경기 연속 팀 두자릿수 득점이라는 믿기 힘든 대기록을 쓰기도 할만큼 화력이라면 두산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기복이 심해졌다. 두산으로서는 선발진이 한국시리즈에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어려운 승부가 될 수 있다.

기아는 선발진도 강력하다. 원투펀치 헥터와 양현종이 나란히 20승을 기록해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한 팀에서 2명의 20승 투수가 나온 것은 1985년 삼성 김시진-김일융 이후 역대 두 번째다. 3.4선발 팻딘과 임기영도 정상 컨디션이라면 수준급 투수들이다. 이들은 정규시즌이 끝난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체력까지 비축한 만큼 아무리 상승세의 두산 타선이라도 NC 마운드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두 팀 모두 막강한 공수에 비하여 불펜진의 무게는 다소 떨어진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6.1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필승조 함덕주가 돋보였지만 이긴 경기에서 모두 일찌감치 타선 폭발로 대승을 거둔만큼 불펜투수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아는 정규시즌에도 다 이긴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속출하며 불펜이 최대 구멍으로 지목되었던 바 있다. 더블 스토퍼 체제가 유력한 임창용과 김세현을 비롯하여 선발투수의 가교 역할을 해줄 '두 번째 투수'의 활용도와 투입 타이밍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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