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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무도 자주 독자들을 뒷전으로 미뤘다. 특종거리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간부들에게 보고할 것을 줄 것 같을 때에만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했다. 아마도 난 저널리스트는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지나치게 이상화했던 것 같다. 나는 기자였다. 전문가였다. 독자들은 내가 쓴 정보가 담긴 훌륭한 산문을 볼 특권을 가진 사람들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내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낸 대다수 독자들은 괴짜들이었다."

시애틀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할 당시 자신에게 전화해 불평하던 독자들을 못마땅해했던 <참여 저널리즘>의 저자 제이크 배첼의 고백이다. 저자와 비슷하게 기존 저널리스트들은 뉴스룸에서 일하는 동안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들은 독자들로부터 유리된 저널리스트(disengaged journalists)가 되게끔 스스로 훈련했으며, 객관성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사회의 공동체 그룹에 참여하는 것도 각별히 조심했다. 하지만 이제 저자는 "저널리스트가 독자와 거리를 두는 것은 기자와 언론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제이크 배첼이 쓰고, 김익현이 옮김.
▲ <참여저널리즘-디지털 독자 개발 전략> 표지 제이크 배첼이 쓰고, 김익현이 옮김.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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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독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먼저 기자 개인의 측면. 기자가 뉴스사이트에 속보를 보도하고, 블로그(또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보도 영역에 대한 글을 올릴 경우 독자나 정보원들로부터 실시간으로 가치 있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반응들은 다음 보도를 더 잘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 특히 독자들과 계속 대화를 하는 것이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나를 신뢰하게 되고, 저널리스트로서 내가 보도하는 공동체와 더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다음으로 언론사 생존의 측면. <텔레그래프미디어그룹>,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에선 디지털 구독 매출이 줄어드는 광고 매출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뉴스미디어그룹은 2012년 중반에 들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료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저널리즘 경영진들이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디지털 광고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페이지뷰와 매출 간 상관관계가 점점 옅어짐에 따라 충성심 강하면서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하는 참여 성향이 강한 고객들과의 관계가 갈수록 더 중요해졌다.

<참여 저널리즘>에서 참여란 '뉴스 조직이 저널리즘과 재정적 임무를 확대하기 위해 수용자를 적극 고려하고 소통하는 정도'이다. 일반적인 독자의 참여에 경제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개념 정의이다.

저자는 "마지못해서 하는 참여 정책이 기사 링크를 기계적으로 리트윗하거나, 모든 기사 끝부분에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주세요'란 박스를 갖다 붙이거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평가하는지 몇 마디 보내달라고 하는 게 전부라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참여 저널리즘>에서 소개한 사례는 어떨까. 오클랜드프레스는 공동체 블로거 워크숍을 개최해 공동체 형성에 주력한다. 레지스터시티즌은 오픈뉴스룸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누구나 뉴스룸에서 커피와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받고, 언제든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질문과 기사제보를 할 수 있다. 또한 매일 뉴스룸 기사 회의를 공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직접 참여하거나 실시간 영상을 보라고 독려한다.

다만 위의 사례들은 재정적인 영역까지 연결되지 못한 모습이다. 테크 뉴스 사이트인 긱와이어는 연간 10여 차례의 행사를 통해 연간 매출의 40%를 충당한다. 텍사스 트리뷴은 연례 공공 정책 페스티벌을 개최해 참석자들에게 150달러~300달러의 배지를 구입하도록 한다. 오스틴크로니클은 영화, 음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제로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이 컨퍼런스에서 처음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미디어오늘에서 개최한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 현장
 2017년 미디어오늘에서 개최한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 현장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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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언론사의 독자 참여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지난 대선 기간만 보더라도 <중앙일보>는 '시민마이크' 페이지를 통해 독자 의견을 기사화했고, <뉴스타파>는 '시민팩트검증단'을 운영하고 기사에 시민의 이름을 병기했다. <오마이뉴스> 역시 '100인의 편지' 기획을 통해 다음 정권에 하고 싶은 말을 시민기자들이 직접 기사로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여러 경제지에서 각종 컨퍼런스를 진행하는데, <참여 저널리즘>의 미디어 비즈니스적인 관점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참여저널리즘>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논어 한 구절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마도 참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만남과 태도의 문제라는 나의 생각과 저자가 서문에 썼듯이 "진정한 참여 저널리즘에는 인간적인 손길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매일 세 가지를 반성한다. 첫째, 다른 사람을 위하여 일하되 그것이 진심이었는가.
둘째, 벗과 사귐에 있어서 불신 받을 일이 있지 않았는가. 셋째, 전하기만 하고 행하지 않고 있지는 않는가."


참여 저널리즘 - 디지털 독자 개발 전략

제이크 배첼 지음, 김익현 옮김, 한국언론진흥재단(2016)


태그:#참여 저널리즘, #디지털 독자 개발 전략, #제이크 배첼, #김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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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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