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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에서 화장을 한 청소년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 청소년에게 화장은 '금기'였다. '화장품을 바르고 매만져 곱게 꾸미는 행위'라고 정의된 화장을 청소년이 하면 불량 청소년의 행위로 인식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을 한 청소년들을 찾아보는 게 낯설지 않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화장을 하는 지금, 궁금함이 생긴다. '화장을 하는 그 많은 청소년들은 화장을 제대로 알고 하는 걸까?'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물어봤지만 제대로 된 화장 방법이나 화장품에 포함된 성분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친구는 거의 없었다.
2017년 6월, 안양시 청소년 6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화장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6%(467명)에 달했다. ⓒ 김은영
변화하는 청소년 생활문화, 제대로 된 화장방법 교육은?

화장품의 화학물질은 성장기 청소년의 민감한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화장 방법을 익히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잘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해서 화장을 반복하면 결국 청소년들의 피부와 신체에 악영향이 누적될 수 있다.

기성세대가 갖는 청소년 화장에 대한 편견이나 불편함도 이런 부분에서 발생한다. 달라진 청소년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화장 방법으로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을 좋게 바라보는 어른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화장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까?

화장을 제대로 알고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 스스로가 화장품 속에 포함된 화학물질 등 성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화장 방법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기는 쉽지 않다. 노력을 통해서 정보를 얻어야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정부·시민사회의 노력 있지만... 더 나은 대안이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작한 청소년용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 김은영
정부와 시민사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들을 제시했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의 전성분 표시가 의무사항이며, 사용상 제한이 필요한 원료도 별도로 지정돼 있다. 2014년 식약청에서는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라는 교육 자료를 제작해 배포했다. 의정부 녹색소비자연대는 올해 초등학교 5, 6학년 200명을 대상으로 '화장품 안전 사용' 릴레이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성분 표시나 사용 원료 제한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거나 유해물질로부터의 완벽한 차단을 이뤄내기 어렵다. 교육자료 제작이나 시민사회단체의 교육 또한 꼭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으로 배포되거나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 한계를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내 화장법 교육 의무화 정책'을 제안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안양시 차세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문제를 찾아 해결방법을 정책으로 제안하는 '혜윰' 동아리가 바로 그들이다.

화장하는 친구들은 '여기 주목'
혜윰이 제작한 건강한 피부를 위한 화장이야기 리플렛 1면 ⓒ 김은영
'혜윰' 동아리의 대표인 이인(17) 학생은 "우리가 제안하는 화장법 교육은 청소년이 자신의 피부와 화장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한 후 화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안전하고 건강한 화장을 할 수 있도록 피부와 화장에 대한 기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혜윰'은 학교 내 화장법 교육 의무화를 제안하기 위해 우선 정확한 화장품 사용법을 알고자 녹색소비자연대를 직접 찾아서 화장품 교육을 받기도 했다. 어떤 내용의 교육이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기 위한 자료조사에 나섰다. 또래 청소년들의 설문조사 진행을 통해 화장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했고, 실제 청소년들도 이런 화장방법 교육을 원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혜윰'은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화장법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포스터, 팸플릿, 카드뉴스, UCC를 제작 후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등의 홍보·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혜윰이 제작한 건강한 피부를 위한 화장이야기 리플렛 2면 ⓒ 김은영
'혜윰'의 모둠원 이윤수(13) 학생은 "이러한 정책이 실현돼 많은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화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혜윰은 정책의 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청 관계자와 인터뷰를 계획하고 있다.

"청소년 피부건강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청소년 화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저희 '혜윰'의 바람이에요."

'혜윰'은 학교 내 화장법 교육 의무화를 제안하기 위해 안양시 청소년육성재단이 주최하는 안양시 청소년정책학교에 참여해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동아리 이름인 '혜윰'의 말뜻인 '생각'처럼, 우리 청소년의 생각을 바탕으로 정책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청소년들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책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참여 동아리 '혜윰' ⓒ 김은영

덧붙이는 글 | 김은영 시민기자는 사회참여 동아리 '혜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년, #화장, #안양시, #사회참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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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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