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까지 접전을 치른 2017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승자가 결정됐다. 홈 팀이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뉴욕 양키스를 꺾으면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애스트로스는 2005년 이후 팀 역사상 2번째 월드 시리즈 진출이다.

이번 메이저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아우르면 미국 인구수 1~4위의 대도시 연고 팀들이 모두 진출한 최초의 시리즈였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인구수 2위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와 3위 시카고의 컵스가 진출했으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위 뉴욕의 양키스와 4위 휴스턴의 애스트로스가 진출한 것이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아메리칸리그가 포스트 시즌 일정을 하루 일찍 시작했지만, 챔피언십 시리즈는 내셔널리그가 먼저 끝났다. 20일에 다저스가 컵스를 4승 1패로 꺾고 1988년 이후 29년 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위트 홈 시리즈, 7경기 모두 홈팀이 승리한 ALCS

이번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7경기 모두 홈팀이 승리한 '스위트 홈 시리즈'였다. 7전 4선승제에서 스위트 홈 시리즈가 나온 것은 2004년 NLCS 이후 13년 만에 있는 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시리즈를 3승 4패로 패했던 팀이 당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있었던 애스트로스였다.

월드 시리즈에서 스위트 홈 시리즈가 나왔던 마지막 시리즈는 2001년이었다. 당시 내셔널리그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아메리칸리그의 양키스가 월드 시리즈를 치렀고, 디백스가 1, 2, 6, 7차전에 승리했다. 당시 랜디 존슨이 2차전과 6차전에 등판하여 승리투수가 됐고, 커트 실링이 1, 4, 7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얼마나 영향력이 강한지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애스트로스는 원투 펀치 댈러스 카이클(7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109구)과 저스틴 벌랜더(9이닝 5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1실점 124구 완투)의 힘으로 홈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뉴욕으로 장소를 옮기자 시리즈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장소를 옮긴 양키스는 3차전에서 베테랑 투수 CC 사바시아가 출격했고, 사바시아는 6이닝 3피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99구)의 호투로 애스트로스의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양키스는 4차전에서 소니 그레이에 5이닝 1자책 깜짝 호투에 힘입어 분위기를 다시 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7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103구)의 역투로 시리즈 스코어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다나카는 카이클과 맞대결에서 패했던 1차전에서도 비록 패하긴 했지만 6이닝 2실점으로 상당히 호투했다.

반면 홈에서 먼저 2경기를 이겼던 애스트로스는 5차전에서 에이스 카이클을 내세워 먼저 3승을 가져오려 했지만 양키 스타디움 원정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홈에서 7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이었던 카이클은 원정에서 4.2이닝 7피안타 1볼넷 8탈삼진 4실점(86구)으로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패전의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다시 홈으로 돌아온 애스트로스는 6차전에서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2차전에서 원맨쇼를 벌였던 벌랜더가 다시 7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무실점(99구)의 완벽투를 펼친 것이다. 2차전과 6차전에서 모두 완벽한 피칭을 선보인 벌랜더의 활약으로 애스트로스는 사실상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가져왔다.

두 팀 모두 내일이 없었던 7차전은 찰리 모튼과 사바시아의 대결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이 풍부했던 사바시아가 좀 더 관록을 보여줄 것으로 보였지만, 사바시아는 4회에 호세 알튜베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은 바로 투수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키스는 두 번째 투수인 토미 케인리가 홈런을 포함하여 집중타를 얻어맞으며 추가로 3실점했고, 사실상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아담 워렌과 데이비드 로벗슨이 나머지 경기 후반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었고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오히려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 모튼이 5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54구)의 호투를 선보였다. 승기를 잡은 애스트로스는 6회부터 4차전 선발투수였던 렌스 맥컬러스를 투입, 선발투수 1+1 작전으로 경기를 끝냈다. 6회부터 투구한 맥컬러스는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54구)을 기록하며 4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3년 연속 100패 침체 이겨낸 애스트로스, 최초의 양대 리그 챔피언 달성

이리하여 애스트로스는 2017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애스트로스는 1962년 창단 이래 2번째 월드 시리즈 진출로, 종전 진출 경험은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이었다.

애스트로스가 이러한 이색적인 기록을 갖게 된 사연은 메이저리그에서 창단 이후 리그를 옮긴 두 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애스트로스 이외 리그를 옮긴 경험이 있는 팀은 현재 에릭 테임즈가 소속된 밀워키 브루어스다. 브루어스는 1982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1997년까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으로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팀들의 창단 과정에서 리그가 재편되었고, 브루어스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양대 리그 체제가 확립된 이후 최초로 소속 리그를 바꾼 팀이 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탬파베이 데빌레이스(현 탬파베이 레이스)가 창단되면서 각 리그 팀을 짝수로 맞추기 위한 조치였고,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의 딸이 구단주로 있던 브루어스가 리그를 이동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브루어스는 이후 2005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할 정도로 침체기에 빠졌다. 브루어스는 이후 와일드 카드 1회, 지구 우승 1회에 그쳤으며, 아직 내셔널리그에서 챔피언을 달성한 적은 없다. 1982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한 차례 있지만, 당시 월드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하여 아직까지 이력이 없다.

애스트로스는 반대의 사례가 됐다. 애스트로스는 1962년 내셔널리그에서 창단됐고, 총 6번의 지구 우승과 2번의 와일드 카드를 획득하여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애스트로스는 처음 6번의 포스트 시즌에서는 첫 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2004년이 되어서야 최초로 첫 라운드를 통과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애스트로스는 2005년 로이 오스왈트와 로저 클레멘스 그리고 앤디 페티트의 원투쓰리 펀치를 구축하여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 시즌을 시작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창단 이래 최초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이 되었으나, 월드 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4전 전패 스윕의 수모를 당했다.

그리고 최초의 월드 시리즈 진출은 애스트로스에게 내셔널리그 마지막 포스트 시즌이 되고 말았다. 이후 애스트로스는 점차 추락을 거듭하여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를 넘기고 말았다. 리빌딩에 들어갔지만 애스트로스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를 않았다.

애스트로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옮긴 시점이 바로 이때였다. 2011년 106패를 당한 시점에서 리그 이동을 했고, 2012년에는 107패를 당했다. 2013년에 리그를 옮겼지만 애스트로스는 2013년 111패를 당하면서 암흑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질 않았다.

당장 2013년만 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KBO리그의 LG 트윈스에서 한동안 활약하여 잘 알려진 루카스 하렐은 2013년 6승 17패 평균 자책점 5.86으로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되는 굴욕을 당했다. 나중에는 에이스가 되는 카이클도 2013년에는 6승 10패 5.15로 그저 그런 선발투수에 불과했다. 장기 계약으로 붙잡으려는 호세 알튜베만 3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조그만 희망을 보이는 상태였다.

그랬던 애스트로스는 2014년 드디어 100패를 탈출했다. 시즌 70승 92패를 기록한 애스트로스는 지역 라이벌 텍사스 레인저스를 꺾고 꼴찌에서도 탈출했다. 그리고 2015년 리그 와일드 카드 2위를 획득하며 10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까지 성공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다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당시 월드 챔피언 등극)에게 패했다.

리빌딩에 성공한 애스트로스는 투타에서 대단한 발전을 보였다. 카를로스 코레아가 2015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카이클은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알튜베도 나날이 발전하여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게 됐다.

2016년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 차례 숨을 고른 애스트로스는 2017년 다시 질주하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리하여 애스트로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모두 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팀이 됐다.

'신의 한 수'였던 벌랜더 영입, ALCS MVP 선정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애스트로스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선봉장은 단연 알튜베다. 알튜베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40타수 16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이 16안타 중에 홈런이 5개로 심상치 않았으며, 도루도 1개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주루 센스를 발휘했다. ALCS 2차전에서 벌랜더가 1실점 완투승을 거뒀던 데에는 9회말에 전력을 다해 달렸던 알튜베의 주루 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챔피언십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했던 선수는 알튜베가 아닌 벌랜더였다. 벌랜더는 2차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시리즈 초반 분위기를 애스트로스로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또한 적지에서 3연패를 당한 뒤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는 데에도 벌랜더의 무실점 승리가 큰 역할을 했다.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경기에서 16이닝 1실점 21탈삼진의 괴력투를 선보였던 벌랜더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도합 4경기에 등판(3선발)했고, 그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관록과 위력을 모두 보유한 벌랜더의 이번 포스트 시즌 성적은 4전 전승 평균 자책점 1.46에 24탈삼진이다.

사실 벌랜더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06년 월드 시리즈 진출에 기여하며 리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리그 트리플 크라운으로 사이 영 상(만장일치)과 MVP를 동시 수상하는 등 선수 생활의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팀이 타이거즈였다.

그러나 벌랜더는 모델 케이트 업튼과 교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하락세를 조금씩 보였다. 2015년에는 부상으로 20경기 등판에 그쳤고, 2016년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소속 팀 타이거즈는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거즈는 2017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벌랜더는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벌랜더는 2017년 타이거즈에서 28경기에 등판하여 10승 8패 3.82를 기록했다. 그리고 8월 후반 끝내 웨이버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고, 선발투수 영입을 노렸던 애스트로스는 바로 벌랜더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벌랜더를 영입한 애스트로스 프런트의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벌랜더는 애스트로스 이적 후 정규 시즌 5전 전승 평균 자책점 1.06으로 포스트 시즌을 위한 예열을 끝냈고,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를 포스트 시즌까지 이어가면서 개인적으로는 생애 첫 포스트 시즌에서의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제 애스트로스는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다. 이동을 포함하여 이틀을 쉰 뒤에 25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월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 애스트로스와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소속일 때 포스트 시즌에서 맞붙은 적은 있었으나, 리그 이동이 이뤄진 2013년 이후로는 포스트 시즌에서의 첫 만남이다.

현지 중계를 하는 FOX에서 원하던 최고의 흥행 카드 중 하나인 다저스와 양키스의 월드 시리즈(과거 다저스는 뉴욕 브루클린 연고지, 최근 월드 시리즈 1981년)는 무산되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 시리즈는 47년 만에 각 리그에서 100승을 넘겼던 팀들이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최강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번 월드 시리즈에는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투수들이 무려 3명(클레이튼 커쇼, 벌랜더, 카이클)이나 참가하는 시리즈로서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정상의 고지를 앞두고 만난 다저스와 애스트로스가 어떠한 명승부를 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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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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