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몸통은 응답하라-방송 장악과 언론인 사찰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 사찰과 언론 통제에 대한 부분을 담았다. 과거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그들은 늘 "방송을 장악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다면 <그것이 알고싶다>가 취재한 내용에서는 과거 정부들의 증언을 뒷받침할만한 이야기가 나왔을까?

언론인 사찰,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질문의 답만 말한다면 "No"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한 뉴스를 내보내야 할 공영방송은 그렇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정권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보다 치밀하게 뒷조사를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했다. 특히나 언론인을 포함한 민간인 사찰은 충격적이었다.

MBC < PD수첩 >은 시사 보도 방송의 얼굴이었다. 이런 < PD수첩 >은 언젠가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뒤 <　PD수첩　>은 원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방송을 하기 2~3시간 전에나 볼 수 있는 문서들이 청와대의 손에 있었다. 청와대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고, 당연히 정권에 부정적인 내용의 방송은 나올 수 없었다.

< PD수첩 >만의 일은 아니었다. 당시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주무관이었던 장진수씨는 "무차별적으로 사찰을 했다. 미행은 당연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YTN의 노종면 기자는 자신과 동료 기자들에 대한 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찰 담당자였던 원충연씨의 교통카드 사용명세에는 거의 매일 YTN 근처를 방문한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정권의 뜻에 거스르는 이는 모두 사찰의 대상이 되었다.

언론 사찰의 진화는 방송 장악

언론 사찰은 결국 더 진화했다. 정권은 언론을 사찰함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다. 그 결과는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구성에 정권에 가까운 인물들을 기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MBC는 김재철 사장을 KBS는 김인규 사장을 통해 방송장악의 물꼬를 텄다. 임원진 구성도 마찬가지였다. MBC의 방문진 이사장에는 부림사건의 검사였던 고영주 이사장이 자리했다. 이들의 방송 장악시도의 출발은 임원진의 교체뿐만이 아니었다.

사실을 보도한 기자들과 PD들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MBC의 경우에는 용인의 세트장으로 보도국 PD를 발령하기도 했다. '불만제로'와 'PD수첩'을 연출했던 이우환 PD는 정권에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것만으로 부당한 인사 조처를 받았다. 하루아침에 시사 프로그램 취재를 위해 쓰던 수첩이 스케이트장 관리요령을 적는 수첩이 되었다. 올바른 정보를 국민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언론인은 더 방송에 나올 수 없었다.

이런 방송장악은 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을 통해 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이 나가는 것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미 사장과 임원진은 정부에 우호적인 인물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중립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할 뉴스 프로그램은 정권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진도 해안에서 침몰하는 사고를 맞이한다. 그리고 가라앉는 배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 뉴스에서는 밤 10시를 넘긴 시각에도 구조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가라앉고 있는 배만 떠 있을 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대화를 위해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과정을 내보낸 뉴스에서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는 사라졌고,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대한 박수 소리만 화면에 나왔다. 실제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KBS 강나루 기자는 "유가족들이 기자들을 보는 시선에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죄송했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언론과 방송에 대한 통제를 가해왔다. 사실을 보도한 기자와 PD들은 해직되거나 보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서에서 일을 해야 했다. 뉴스는 정권의 입맛대로 바뀌었다. 그렇게 그들은 국민의 눈과 귀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전달하고, 거짓을 사실로 만들어 국민을 속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무리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진실'이다. '진실'은 그 어떤 거짓말로도, 속임수로도 가릴 수 없다. 설사 잠깐은 모두가 보지 못하게 가릴 수 있다 해도 영원히 '진실'을 속일 수는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안타깝지만, 이 '진실'을 너무 간과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탄핵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블랙리스트에 있던 정부에 반하는 인물들은 각 분야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있었던 민간인 사찰에 대한 부분과 언론 탄압에 대한 부분이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간 속이고 가리기에 바빴던 '진실'은 사라지지 않고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그들이 속이려 했던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런 속임수는 없어야 한다. 또한, 과거 정부가 벌였던 일들을 명확히 밝히고, 이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국민을 속이려 한 죄의 값은 절대 가볍지 않다. 국민을 우롱했던 '몸통'을 이제는 단죄해야 하는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