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만난 두산과 NC, 그러나 이번에도 웃은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5-4 대승을 거두며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서던 두 팀이지만, 두산이 3차전과 4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이번 시리즈는 4차전에서 끝을 맺었다.

플레이오프에선 어떤 숫자가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었을까. 숫자로 이번 시리즈를 정리해봤다.

 올해도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볼 수 있게 됐다.

올해도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볼 수 있게 됐다. ⓒ 유준상


4 - '4'차전에서 끝난 승부, 오재일의 홈런 '4'개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4'차전에서 두산의 '4'전 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두산의 전력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굉장히 탄탄했다. 그러나 올해 플레이오프는 조금 다른 흐름으로 시리즈가 시작됐다.

1차전 김준완의 명품 수비와 스크럭스의 만루포, 8회초 대량 득점 등에 힘입어 NC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약 80%였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1승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차전부터 두산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2차전 17-7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전환한 두산은 3차전과 4차전에서도 연이어 두 자릿수 득점을 뽑아내며 NC 마운드를 폭격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5번 타자 오재일이 무려 홈런 '4'방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선제압에는 실패했지만 내리 세 경기를 쓸어담으면서 마산에서 시리즈를 끝낸 두산, 그리고 오재일은 강력한 홈런 '4'개로 시리즈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KBO 포스트시즌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홈런이자 정규시즌을 통틀어 KBO리그 역사상 5번째 '한 경기 4홈런' 타자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 : 2000년 박경완, 2014년 박병호, 2017년 최정, 2017년 로사리오)

 4차전에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오재일이 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4차전에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오재일이 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 KBO


8 - 2차전에서 나온 양 팀의 홈런 개수 '8'개

이번 시리즈의 테마는 한마디로 '타격전'이었다. 1차전 NC의 승리부터 4차전 두산의 승리까지 매 경기 승리 팀이 얻은 득점은 10점을 훌쩍 넘어갔고, 특히 2차전에서는 진귀한 기록이 나왔다.

이 날 NC는 김성욱, 나성범, 스크럭스, 지석훈이 각각 한 개씩 홈런을 기록했고 두산에서는 김재환이 두 개, 박건우와 최주환이 한 개씩 기록하면서 양 팀 총합 8개의 홈런을 쏟아졌다. 특히 김재환은 혼자서만 7타점을 쓸어담으며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이후 4차전에서 오재일이 이 기록을 경신했다.)

또 하나, NC가 승리를 거둔 1차전은 '8'회초가 승부처였다. 무려 7득점을 뽑아내며 단번에 승기를 잡았다. 이 때의 분위기가 남은 경기에서도 지속됐다면 시리즈가 좀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차전 승리 이후 NC는 3연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31 - 4경기 동안 NC 마운드가 허용한 사사구 개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5차전, 굉장히 힘든 일정을 소화한 NC 투수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쳐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장타 허용보다 뼈아팠던 건 두산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던 사사구 허용 개수다.

두산 마운드는 네 경기 동안 NC에게 사사구 15개를 허용, 경기당 3.75개를 내준 반면 NC 마운드가 허용한 사사구는 무려 31개로 경기당 7.75개에 해당한다. 2배가 넘는 차이로, 특히 1차전(4개) 이후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매 경기 8개 이상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사사구가 많아지면서 투수들의 자신감은 하락했고 결국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적지에서 1승 1패로 선전했다고 하더라도 3차전과 4차전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굉장히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0 - '플레이오프 4G 등판' 함덕주의 자책점

4차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오재일에게 시리즈 MVP가 돌아갔지만, 오재일 못지않게 영양가 있는 활약을 펼친 함덕주의 호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함덕주는 매 경기 등판해 NC 타선을 실점 없이 꽁꽁 묶었다.

4경기 동안 6이닝 1승 1홀드 ERA 0.00, 구위나 제구는 물론이고 기록 면에서도 흠 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 좌완 이현승이 부진했고, 마무리 김강률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던 두산에게 함덕주의 활약은 너무나 반가웠다.

경기당 1이닝 이상을 끌어주면서 김승회, 김강률과 함게 철벽 불펜을 구축했고 지쳐있는 NC 불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팀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 덕분에 3일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함덕주가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위닝팀' 두산이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정규시즌 1위팀' KIA 타이거즈이다.

'위닝팀' 두산이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정규시즌 1위팀' KIA 타이거즈이다. ⓒ 유준상


18 - 이렇다 할 활약 없었던 박석민 '등번호', 그리고 나성범의 PS 안타 개수

등번호 '18'번 박석민의 이번 시리즈 존재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홈런을 때리는 등 활약을 기대케 했던 박석민이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기록한 안타는 없다. 1차전 2타수 무안타 이후 담 증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4차전까지 박석민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를 노진혁과 지석훈, 모창민 등이 메웠으나 NC가 원래 기대했던 것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다. 패권 도전을 위해 야심차게 FA로 영입했던 선수가 박석민이었는데, 팀의 패권 도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또, '18'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포스트시즌 동안 나성범이 기록한 안타 개수이다. 나성범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45타수 18안타(4홈런) 11타점 타율 0.400을 기록해 NC 타자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나타냈다.

비록 팀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솔로포를 기록하며 나성범 개인으로선 유종의 미를 거뒀다.

0 - '선수' 이호준을 볼 수 있는 날은 이제 더 이상 없다

2타수 '0'안타. 팀이 필요할 때 대타로 기용됐지만 이호준은 안타 없이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했고,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이제 '선수' 이호준을 볼 수 있는 날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야구팬들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3 - '3'년 연속 KS 진출, 미라클 두산의 또 한 번의 도전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만만치 않은 정규시즌 1위 팀 KIA.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쳤고,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1위 KIA를 압박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변수는 두산의 선발진이다. KIA의 헥터, 양현종, 팻딘,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4선발에 비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판타스틱4'의 투구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좋은 타선을 구축하고 있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선발진의 각성이 필요하다. 두산은 선발, KIA는 불펜을 어떻게 재정비했는지가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닝팀 두산, 미라클 두산이 이제는 V6 도전을 위해 광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상 첫 '단군더비'가 성사된 2017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는 오는 25일 광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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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포스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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