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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의 국제 핵 비확산회의 연설을 보도하는 <교도통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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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미국에 북한의 핵 지위를 받아들일 것을 강조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북한의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최 국장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 발표자로 나서 "핵무기를 놓고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핵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 위협 속에 살고 있으며, 최근에도 미국 항모와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유례없는 훈련을 실시했다"라며 "이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이며, 지금의 상황은 잠재적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의 지도자가 불에는 불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 한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거의 도달했으며, 궁극적인 목적(ultimate goal)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군사 공격도 거론하지 못하도록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만약 핵무기 공격이 발생한다면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나올 것"이라며 "여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핵 공격도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하고,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중단해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는 대화 말고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이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최 국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나 미국 측 대표단과 접촉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으며, 미국 대표로 참석한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도 북한 대표단과의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6자 회담 참가국의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일정에 없는 접촉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