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와 두산의 2차전 경기. 3회말 2사 1,3루 때 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와 두산의 2차전 경기. 3회말 2사 1,3루 때 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NC를 또 한 번 완파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두산은 2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3차전서 민병헌의 그랜드슬램 등 활발하게 터진 타선을 앞세워 14-3으로 완승하며 1패후 2연승을 내달렸다.

두산은 2회와 7회, 2번의 빅이닝으로 NC 마운드를 맹폭했다. 이번 시리즈내내 선취점을 독식하고 있는 두산은 3차전에서도 2회초에 먼저 5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1사 1,2루에서 오재원의 땅볼 타구 때 NC 선발 에릭 해커가 2루 악송구를 범하며 그 틈에 2루 주자 박세혁이 홈을 밟았다. 두산은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는 민병헌의 해커의 초구를 그대로 밀어쳐 오른쪽 외야 스탠드에 꽂히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NC가 2회말 반격 때 김태군과 김준완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었다. 두산이 3회초 오재일의 솔로홈런으로 한발 달아나자 곧바로 3회말 1사만루 찬스에서 김태군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만회하며 추격의 균형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산도 4회 2사 2루에서 오재일의 적시타로 7-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조금씩 두산 쪽으로 기울어가던 승부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6회초였다. 두산은 류지혁의 사구와 박건우의 볼넷에 이어 김재환-박세혁의 연이은 적시타로 2점을 더 달아났다. NC 마운드는 마무리 임창민까지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오재원의 적시타와 허경민의 밀어내기 볼넷, 민병헌의 2타점 적시타 등을 더하여 7득점을 뽑아내며 점수를 11점 차까지 벌렸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그야말로 역대급 '타고투저'가 지배하는 가을야구가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준PO 때까지만 해도 조쉬 린드블럼(롯데), 에릭 해커 등 최소한 에이스급들은 제 몫을 해줬으나,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아예 선발 투수들의 존재감이 사라진지 오래다.

3차전(18-24-17점)까지 양팀 합쳐 59점이 쏟아졌고,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기는 극도의 '핸드볼' 야구'가 펼쳐지고 있다. 안타도 1, 2차전 연속 26개, 3차전에서도 24개나 쏟아져 나왔다. 홈런은 12방이 터졌으며 3경기 연속 만루홈런이 나온 것도 플레이오프 역사상 처음이다. 36년 포스트시즌 역사상 만루홈런은 총 11차례에 불과한데  단일 시리즈에서 2개 이상의 그랜드슬램이 터진 것은 올해가 최초다. 한 이닝에 5점 이상을 몰아치는 빅이닝도 4차례나 나왔다.

반면 투수는 양 팀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선수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3차전에서도 양 팀 선발인 에릭 해커와 마이클 보우덴이 모두 4회를  채우지못하고 강판됐다.

NC는 가뜩이나 선발자원이 부족한 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올라오며 포스트시즌만 벌써 8경기째를 치르다 보니 투수력이 고갈된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PO 1,5차전에서 호투했던 해커는 NC 입장에서는 마지막 보루였으나 4일 휴식만에 등판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포함) 5볼넷 2사구 7실점(6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무너졌다. NC는 1~3차전까지 5이닝을 버틴 선발조차 전무했다.

유리한 입장에 놓인 두산도 선발진이 미덥지 않은 것은 걱정거리다. 당초 판타스틱4로 불리는 선발진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두산은 1, 2차전에서 팀의 '원투 펀치'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은 똑같이 5.1이닝을 던지며 6실점(5자책점)에 그쳤고, 3차전에 나선 보우덴 역시 3이닝 6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부진하며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나마 구원등판한 함덕주가  2⅔이닝(26구)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NC의 추격을 잘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고 초반부터 활발했던 타선의 지원으로 큰 위기는 없었다. 함덕주는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등판하여 총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극심한 타고투저 열풍에서 유일하게 비껴나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최고의 팀들이 겨룬다는 가을야구에서도 핸드볼 점수가 속출하는 현상을 두고 프로야구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트시즌 들어 연일 쏟아지는 장타 범람은 그만큼 투수들의 구위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사사구가 매 경기 두 자릿수를 넘기고 있으며 몸에 맞는 공만 7개나 나올 정도로 양 팀 모두 투구수들의 제구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득점이 나오지않아도 에이스들의 팽팽한 정면승부가 펼쳐지는 투수전의 묘미나, 한 점을 뽑아내기 위한 투수와 타자, 감독대 감독간의 섬세한 수싸움 등은 이번 시리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은듯한 실책성 플레이도 속출하고 있다. 두산은 1, 2차전에서 내야진에서만 4개의 실책이 터져 나오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NC는 3차전 2회 해커의 악송구와 4회 박민우의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 주루사 등이 나오며 자멸했다. 양 팀 모두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아무리 타고투저 현상이 최근 KBO의 흐름이라고 해도 양 팀 합쳐 매 경기 20점 가까이 쏟아지는 것은 프로 수준에서는 정상적인 야구라고 하기 어렵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프로라면 기본적으로 팬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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