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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경철 KBS 기자
 엄경철 KBS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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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 새노조)는 파업 때마다 자체적으로 취재해 뉴스를 제작해오곤 했다. 파업 중이던 2012년에는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보도해 화제였다. 이번 파업 때도 <파업뉴스>로 2012년 '군 댓글공작' 관련 리포트를 보도해 주목을 받았고,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도 진행 중인 <파업뉴스>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파업뉴스> 총책임과 진행을 맡고 있는 엄경철 기자를 만났다. 엄 기자에게 취재 에피소드와 함께 2010년 KBS 블랙리스트 파문 관련 이야기도 들어봤다. 다음은 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특종 거부한 국장단, 밥 못 먹을 정도로 힘들다더라"

- 이번 <파업뉴스>의 시작은 군 댓글 관련 리포트인 것 같아요. 취재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이 보도는 처음부터 <파업뉴스>로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특종을 한 이재석 기자가 파업 시작하기 한 달 전 즈음 아이템을 <파업뉴스>에서 보도하고 싶다고 저에게 상의를 해왔어요. 저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정상적인 뉴스로 내 보내보도록 해보자'고 해서 KBS <뉴스9>에서 발제를 하도록 도와줬어요. 그래서 보도국장에게 이 아이템을 <뉴스9>에 보도하자고 제안했는데, 리포트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안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정상 뉴스'로 하려다 안 됐기 때문에 <파업뉴스>에서 이 보도가 나가는 데 도움을 준 꼴이 됐어요."

- 그럼 애초에 KBS 뉴스 보도로 나가려고 취재한 게 아니었네요?
"맞아요. 결과적으로 <파업뉴스>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준 거죠. 이 뉴스가 나간 다음 SBS에서는 저희 뉴스를 톱으로 보도하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많이 인용했어요. 그리고 상도 두 번이나 받게 되면서 보도국장단이 굉장히 힘들어했대요. 이게 이만큼의 반향을 부르고 상까지 받게 될 줄 몰랐던 거죠.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들었어요."

- 아이템은 대부분 KBS와 관계된 것 같은데.
"일단 저희가 <파업뉴스>를 만들 때 기본적인 목적이 파업에 도움 되는 뉴스를 발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아이템은 KBS와 관련이 없었죠. 그러나 KBS가 막아서 결과적으로 KBS와 관련 있게 돼버린 거예요. 그리고 나머지도 KBS와 관련된 걸 주로 발굴했습니다. 파업에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더 그런 거죠.

저희가 KBS와 관련된 아이템을 찾는데, 그 아이템들이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컸어요. 왜냐하면, 지난 9년 당시 권력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KBS를 장악하려고 했는지 흔적과 기록들을 찾고 있거든요. 그 흔적과 기록들은 KBS에 국한된 관심 사안이 아니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KBS와 관련 있지만 그게 사회문제의 일단으로 조명돼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 취재가 어렵진 않나요?
"어렵죠. 만약 저희가 회사 내부에 있었다면 공식적으로 장비나 차량 등의 도움을 받아서 취재하고, (리포트) 이외의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취재 속도가 훨씬 빠를 텐데… 그게 가장 어렵죠. 특히 장비가 열악해서 컴퓨터를 빌려서 쓰거든요. 그러다 보니 속도도 느리고 공간도 없어서 제작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려웠어요.

어려운 점도 있지만 좋았던 건, KBS 내의 복잡하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 오로지 뉴스 가치 하나로만 판단해서 취재하고 제작하는 점이에요. 의사결정이 빠르고, 투박하지만 훨씬 진실에 가까운 걸 편집해서 기사화하는 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 <파업뉴스>는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방송되잖아요. KBS에서 보도할 때와는 다를 것 같은데.
"KBS <뉴스9>를 통해서 지금의 뉴스 아이템을 선보였다면 그 폭발력이나 전파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겠죠. 인터넷이라는 한계는 분명 아쉽고 가끔 화가 나기도 해요.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계층이 워낙 많아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내보내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고 반응하고 전파해주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지상파 영향력도 많이 줄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죠. 좋은 아이템을 취재해서 콘텐츠만 만들면 채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느낌도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뉴스타파> 같은 독립 언론이 굳건하게 기능을 해올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아이템을 내보내면 결국 시청자와 시민이 선택하고 알아봐 준다는 측면 때문인 듯합니다."

- 취재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어떤 걸 취재하게 되면 신분을 밝혀야 하잖아요. 그래서 KBS 기자라고 밝히고 질문 하면 '지금 KBS 파업 중 아냐? 당신 파업 안 하냐'고 물어요. 그래서 파업하는 기자라고 하면 '그러면 파업 중인 기자라고 밝혀야 하지 않냐. 난 파업 중인 기자에겐 인터뷰 안 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왜냐면 저희가 적대적이거나 그 사람 비판하려고 취재 차 전화 건 사람도 있죠. 반대로 파업 기자라고 밝히면 아주 흔쾌하게 인터뷰하는 분도 있어요. 저희에게 파업이란 이름이 붙다 보니 취재원 반응이 극과 극으로 다르고 다양하더라고요."

- <파업뉴스> 형식이 어떨 땐 앵커가 진행하고 어떨 때는 기자 리포트만 있고 또 어떨 땐 자막으로만 설명이 나가는데, 각기 다른 이유가 있나요?
"<파업뉴스>는 정식으로 TV를 통해 나가는 게 아니라서 자유롭게 하자고 했어요. 아이템 성격에 따라서 약간 무거운 뉴스는 앵커가 출연해 몇 꼭지로 나눠서 의미 부여나 약간의 분석을 넣어 소개해 리포트를 끌어가고, 약간 단발적인 건 앵커 없이 취재기자 본인이 앵커 형식으로 나와 자기가 소개하고 리포트를 진행해서 완결 짓는 방식도 하고요.

또 아예 기자가 출연하지 않고 영상과 자막, 인터뷰 구성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도 되는 것들은 그렇게 해서 일부러 다양성을 추구했습니다. 왜냐면 <파업뉴스>는 딱히 정해진 형식이 없잖아요. 또 취재 자율성을 추구할 때 방송 내용 형식과 관련해서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보자는 거죠. 아이템에 따라서 형식을 여러 가지로 바꿨습니다."

"국정원 KBS 장악 계획, 빙산의 일각일 것"

- <파업뉴스>에도 나오지만 2010년 국정원에서 KBS 장악 계획을 수립했던 게 드러났어요. 당시 엄 기자는 KBS 새노조 위원장이었어요. 처음 그 문건을 보았을 때 심경이 어땠나요?
"정말 충격적인 건 제가 새노조 위원장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국정원 문건 표현을 보면 이건 정부 기관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많아요. 가령 'KBS의 좌 편향 인사는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사장과 본부장 인사는 사장과 협의해서 결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건 거의 정부가 KBS를 운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얼마나 노골적으로 과거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KBS를 장악하기 위해 사찰하고 보고서에 그런 표현을 써서 청와대에 전달됐을까를 생각하면… 이게 드러난 측면으로는 이게 빙산의 일각일 거예요. 훨씬 더 많은 공작이 있었을 거라고 유추되고, 저희가 상상으로 했던 게 드러나니까 대단히 많은 구성원에게 충격이었어요."

- 당시 어느 정도 아셨는지…. 아니면 아예 모르셨어요?
"이걸 말하기 어려운 건 당시에도 충분히 그런 추정과 의심은 했었습니다. 도대체 설명이 안 된다는 거죠. 가령 어떤 사람 인사와 관련해서 항의하게 되면 너무 많은 간부가 '나도 어쩔 수 없다. 사장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다'고 말합니다. 사장도 어쩔 수 없다는 건 권력에 의해 컨트롤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겁니다. 당시에는 증거만 없을 뿐이지 정황이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면 권력기관이 KBS를 장악하기 위해 위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의심은 누구나 했습니다."

- 2010년 KBS에서는 블랙리스트 파문이 있었어요.
"2010년 4월 즈음 임원 회의에서 김미화씨와 관련해 '문제가 있는 사람이 내레이션하는데 이럼 되겠느냐'는 발언이 나왔고, 그 발언이 폭로되기 시작했던 거죠. 당시 임원회의 기록을 보면, 사장이 크게 화를 냈고, 김미화씨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다시는 KBS에 대해서 일개 연예인이 시비 걸지 못하도록 세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김미화씨를 프로그램에서 거의 퇴출했습니다. 그 이후 진중권씨나 윤도현씨 등도 KBS 프로그램 내레이션 역할에서 하나씩 하차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뭔가 보이지 않는 블랙리스트가 있는 거 같았어요. 문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뭔가 이 사람들이 무형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프로그램에 적용시키고 있단 의심을 했었죠. 특히 윤도현씨 같은 경우 당시 인권대사였거든요. 인권 관련 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했었어요. 그래서 윤씨를 내레이터로 섭외했는데, 계속 거부하는 거예요. 거부 이유가 뭐였냐면 검증되지 않은 내레이터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전에 이미 윤씨는 여러 가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한 경력이 있거든요. 본인들이 회사에서 블랙리스트라고 말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들어 이른바 '소셜테이너'들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한 거죠."

- 파업이 시작된 지 40일이 넘었어요. 내부분위기는 어떤가요?
"40일이 넘었지만, 내부 분위기는 전혀 흔들림이 없어요. 김경민 이사가 사퇴해서 또 한 명의 이사만 사퇴하면 이사진 구조가 바뀌어서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구조예요. 추가로 이사진 한 명을 사퇴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노력해서 내부 분위기는 전혀 흔들림 없이 조화롭고 단일하게 가고 있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건, 이 파업을 빨리 승리로 끝나면 추후 (업무로) 돌아가 저희가 파업 현장에서 주장했던 목소리들을 뉴스나 프로그램으로 구현해야지 않겠느냐는 결의를 생각하죠. 사실 밖에서 자유롭게 집회하고 돌아다니는 게 일견 즐겁기도 해요. 파업이라는 건 항상 고통스럽고 투쟁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길어지다 보면 지칠 수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파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정부가 '언론 정상화' 위해 제 기능해야"

- 새노조가 시작된 지 7년 정도예요. 엄 기자는 새노조 초대 위원장을 하셨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새노조가 출범한 게 2010년 초예요. 당시는 이명박 정부 중기였고 굉장히 사회적으로도 억압적 분위기였죠. 그때 저희는 (노조가) 하나로 통합된 상태에선 노동조합으로서 제대로 된 언론 운동과 KBS를 살리는 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겠다 싶어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든 거예요.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는 조합원이 2천 명을 넘어서는 조직으로 성장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당시는 'KBS가 서서히 망가지고 몰락하는 데 내부에서 최소한 브레이크를 걸고 막을 수 있는 항체 같은 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제강점기 때 나라의 운명이 몰락하고 저물어 가는 상황에서 추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임시정부를 만들었듯이, 2010년 새노조는 일종의 임시정부였던 거 같아요. 잘 견뎌 여기까지 와 승리를 목전에 둬서 감회는 남다릅니다."

- 정부가 너무 방관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구라서 이 기구에 대한 정부의 관리 책임은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의 사태가 40일 넘어가고 장기 파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언론자유라는 이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있습니다.

분명히 사회적 기구가 망가졌을 때는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그 기능이 정상화되도록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봐요. 그 이후 공영방송 KBS가 작동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자유를 주되 정상화하는 데에서는 징검다리를 놓고 정상화하는 데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정상화 된다는 전제를 깔고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는 저는 정부가 기능해야 한다고 봐요.

정부가 약간 방치한다는 느낌도 맞아요. 물론 가장 좋은 건 노조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 홀로 일어서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50일 가까이 프로그램이 파행을 겪고 있잖아요. 시청자에게 피해고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가 이 사태와 관련해서 적정한 수준에서 노력해 정상화하는 게 옳은 행위라고 봅니다."

 엄경철 KBS 기자
 엄경철 KBS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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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은 일종의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잖아요. 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계적 중립은 버려야 할 과거 유산입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새노조가 이 싸움에 승리해서 들어가면 새노조원은 기계적 중립으로 뉴스를 제작하거나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어떤 게 진실인지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지 어떤 진실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고통스럽거든요. 그러나 기계적 중립은 양쪽에 불리하고 편한 스탠스잖아요.

기계적 중립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기계적 중립은 바꿔 말하면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우리는 양측의 주장만 전달했다는 진실을 회피하는 동시에 언론 역할로서는 아주 잘못된 가치관이 기계적 중립이에요. 너무 많은 기자, PD의 기계적 폐해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은 안 일어나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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