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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와 탈핵 세상을 위해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밀양 할매·할배들이 다짐했다. 20일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정부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20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론화위원회의 3개월 활동 기간 동안, 밀양 주민들도 전국 곳곳을 돌며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전국 22곳을 다녔고, 마지막으로 지난 16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상경 활동을 벌였다. 밀양 할매·할배들은 서울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백지화 염원 108배'를 하기도 했다. 공론화위원회의 발표 당일에도 이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08배를 벌였다.

한국전력공사는 건설하다 중단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소재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밀양송전탑을 건설해놨다.

밀양 주민들은 지난 12년 동안 송전탑 반대를 위해 싸워왔다.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가 백지화되면 건설해 놓은 송전탑을 뽑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떤 권고안이 나오든,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밀양 주민들은 "12년간 투쟁했다. 두 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끊었고, 383명의 주민이 경찰에 입건됐다. 주민들의 생존권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라면서 "평화로웠던 마을은 한국전력이 뿌린 돈으로 원수처럼 반목하고 있고, 마을공동체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어떤 권고를 하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이어 "신고리 5·6호기만이 아니라 모든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를 반대하며, 핵발전과 초고압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밀양 주민들이 낸 성명 전문이다.

밀양 주민들이 4박 5일 동안 상경활동을 벌이면서 광화문에서 108배를 벌였다.
 밀양 주민들이 4박 5일 동안 상경활동을 벌이면서 광화문에서 108배를 벌였다.
ⓒ 장영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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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정부 권고안 발표를 앞둔 밀양 주민들의 성명서 

밀양 할매 할배들은 오늘 이곳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탈핵탈송전탑원정대'를 마칩니다.

지난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폐쇄 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밀양 할머니는 엎드려 오열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 '밀양 주민들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내걸었던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밀양 주민들은 신발끈을 고쳐 맸습니다. 7월 6일 울산시청에서 '탈핵탈송전탑 원정대'의 출범을 선포하고,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22곳을 다녔습니다. 울산, 울산, 세종시, 대전, 창원, 순천, 부산 해운대, 아산, 해남, 부산, 서울 은평, 서울 관악, 서울 강서 양천, 서울 강북, 서울 서대문, 과천, 순천, 거제, 익산, 부산 서면, 광주, 당진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16일부터 오늘까지 4박5일째 서울에서 청와대와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광화문, 국회를 다니며 108배로 호소하고 또 호소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 1호기 때부터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주민들은 아무 힘이 없었고, 2012년 12월 4일 신고리 1·2호기가 완공되었습니다. 신고리 3호기 때는 밀양송전탑 투쟁과 맞물리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이 전기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신고리 3호기가 참조모델인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핵발전소와의 계약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급하게, 그리고 폭력적으로 강행되었다는 스캔들이 폭로되었고, 부품성적서 위조를 포함한 광범위한 원전비리 사태를 보면서 신고리 3호기만큼은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무작정 강행하였습니다. 2014년 연말 밀양송전탑이 완공되고, 2016년 12월 20일 신고리 3호기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2012년 6월29일 신고리 5·6호기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때부터 2016년 6월23일 건설 허가 때까지 관련한 모든 일정에 참여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려 하였지만, 늘 폭력적으로 진압당하고 끌려나오기만 했습니다.

지금 밀양 송전선로에는 신고리 1~3호기의 전력이 흐르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선로 이용률은 평균 25%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밀양 주민들은 고통스럽습니다. 송전 소음으로 잠을 못 이루고,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전자파로 인한 생태계의 미세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그런데 99.6% 공정률이라는 신고리 4호기가 들어오고, 신고리 5호기와 6호기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밀양 주민들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전기 고문'을 견디며 살아야한다는 말입니까?

12년간 투쟁했습니다. 두 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끊었고, 383명의 주민이 경찰에 입건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생존권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평화로웠던 마을은 한국전력이 뿌린 돈으로 원수처럼 반목하고 있고, 마을공동체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만큼은 꼭 막아내고 싶습니다. 12년간 이렇게 온 힘으로 싸운 보람을 찾고 싶습니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150세대는 한전이 주는 보상금을 거부하고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은, 저 압도적인 돈과 공권력의 힘으로 비록 철탑은 들어섰지만, 세상을 정의롭게 변화시킨 한 계기로써 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로 다음 세대에게 넘겨질 그 엄청난 위험과 부담을 덜어주고, 탈핵 세상을 열어젖힌 사람들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밀양송전탑을 철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지난 3개월 공론화 기간 동안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민참여단 471명의 현명한 선택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로운 결단을 기대합니다. 국민들의 명백한 지지를 얻었던 공약이 뒤집히는 일은 문재인 정부에서만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어떤 권고를 하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신고리 5·6호기의 백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신고리 5·6호기만이 아니라 모든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로를 반대하며, 핵발전과 초고압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울 것입니다.

2017년 10월 20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150세대 일동.


태그:#신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6호기,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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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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