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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웃음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바로 촛불을 들기 전까지의 우리의 모습이었을것이다. 촛불을 들면서 우리는 우리의 잃었던 웃음을 찾기 시작했고, 8개보다 더 많은 치아와 잇몸을 활작 드러내고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웃음을 찾았고, 노래를 찾았고, 희망을 찾았고, 미술인들은 그림을 찾았다.

이녁의 땅.  이경재
 이녁의 땅. 이경재
ⓒ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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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락농부도.  정용성.  89.5X112.5. 종이에 오일, 파스텔.  2013
 귤락농부도. 정용성. 89.5X112.5. 종이에 오일, 파스텔. 2013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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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우꽈? 탐라미술인협회에서 오는 31일꼬지 <허우당 싹>전을 개최허염수다. 우리의 웃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곱닥헌지, 이 좋은 가을에 고치 그림 봐가멍 느껴보게마씸. 꼭 전시회 보레덜 오십서양. 고맙수다."

"동무와 함께 웃는 전시회를 그리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허우당 싹>전은 문화공간 제주아트 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탐라미술인협회 주최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제주도에 뿌리를 내린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 민족미술인협회 제12대 회장을 지낸 강요배 작가와 더불어 김수범, 양천우, 정용성 등 15인의 작가가 다양한 모습의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흑산도.  강요배
 흑산도. 강요배
ⓒ 강요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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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당 싹>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후배 미술인들에 대한 한마디를 부탁하자 강요배 작가는 "현명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끼면서,

"제주도 방언으로 크게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소리예요. 그 이상 좋은 게 있나요. 최고로 좋은 거지요. 제주도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제주도에 가게 되면 꼭 뵙고 싶다는 이야기에 환하게 답했다. 그것도 '허우당 싹' 웃으면서.

제주도 당신본풀이에 손톱으로 소를 단번에 잡아먹는 대식가인 남성은, 그들은 말잿딸 (세째딸)아니면 쳐다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는 서른 여덟 이빨을 '허우당 싹' 열고 다가간다는 표현이 있다. 또 제주도 세경본 풀이에서는 '자청비는 서른 여덟 잇바디를 허우당 싹 웃어댔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제주도 방언으로, 녹녹치 않은 삶을 웃음으로 승화해낸 자만이 보여주는 웃음일 것이다.

시간없는 시간(들)4.  김수범
 시간없는 시간(들)4. 김수범
ⓒ 김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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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좀 활짝 웃었으면 하는 마음,  매우 기뻐서 즐거운 표정으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희망을 담은 전시회죠. 이번 <허우당 싹>은 우리가 환하게 웃는 모습, 작가들이 각자가 느끼는 기쁨의 의미를 작품으로 표현한 것을 관람객과 나누고 싶은 의도가 담긴 기획전입니다."

<허우당 싹>전을 소객하는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제주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수범 작가는 촛불시민혁명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보태어 이야기 했다.

"오석훈 작가의 '당랑거철'이라는 작품이 생각나네요,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자신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수레바퀴를 막고 선 사마귀가 있죠. 아직까지는 그렇게 막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촛불의 힘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들이 많아 안타깝기도 하죠. 하지만 뭐든지 제자리로 돌아가는 법이니까요. 꼭 그렇게 될 겁니다."

한 판 붙자!.  오석훈. 65.3cm x 36.4cm 15M Transform?  Acrylic on canvas 2017
 한 판 붙자!. 오석훈. 65.3cm x 36.4cm 15M Transform? Acrylic on canvas 2017
ⓒ 오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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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유채꽃이 흐드러 질 때마다 4·3 사건 희생자들의 슬픈 기억들이 노란 꽃잎과 함께 흩날리는 곳이다. 또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눈물이 아직 흐르고 있는 땅이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 가는 그 길이 어디 눈물과 한숨과 걱정으로만 갈 수 있으랴. 잠시라도 '허우당 싹' 웃어가며 가야 같이 갈 수 있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평화야 고치글라.  양천우.  싱글채널 Video / 1080p / Stereo / 16'10"
 평화야 고치글라. 양천우. 싱글채널 Video / 1080p / Stereo / 16'10"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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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인간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이다.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 없으며, 얼굴을 활짝 핀 웃음소리를 들으면 함께 따라 웃게 된다. <허우당 싹>전의 웃음들을 보면서 거울 앞에 서서 예쁘게 웃기 위해 두번 째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눌러 땡겨 올리면서 웃는 그런 웃음 말고, 마음을 따라 크게 활짝 웃는 웃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희극은 야생적이고 힘차며, 가장 야생적인 식물은 포석을 깨고 나온 잡초처럼 질기다. 야생성과 희극은 모두 유희에 속하며, 야생적인 것은 모두 희극 배우이며, 생명의 핵에는 가벼움이 있고, 가벼움의 힘은 중력의 힘보다 더 강하다." - 제이 그리피스(Jay Griffiths)는 그녀의 저서 <WILD: An Elemental Journey >에서


태그:#허우당 싹, #탐라미술인협회, #민미협, #강요배, #김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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