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좌)과 이종욱(우)

손시헌(좌)과 이종욱(우) ⓒ NC다이노스


'공룡군단' NC 다이노스의 기세가 무섭다. SK와의 와일드카드전, '부마(부산-마산)더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전에 승리하고 두산과의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엔 더욱더 아름다운, 인생의 절반을 함께 보내고 있는 두 '절친'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베테랑 야수인 손시헌과 이종욱이 그 주인공이다.

첫 만남

그들의 첫 만남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둘은 선린상고(현 선린인고) 동기였는데, 권오준(현 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선린상고를 4강으로 올리기도 했다. 당시 이종욱은 청소년대표로 발탁됐을 정도로 유망주였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99년도 2차 2순위)을 받은 후 영남대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팀의 주장이었던 손시헌은 프로 지명도 받지 못했고,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다가 김광수(전 한화 이글스 코치) 코치의 추천을 받아 동의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은인', 그리고 두 번째 만남

이종욱은 손시헌은 '은인'이라 부른다. 이종욱은 영남대를 졸업한 뒤 자신을 지명했던 현대에 입단, 2군에서 1년을 보내고 나서 2003시즌 후 상무에 입단하여 군 복무를 마쳤다. 하지만 상무에서 제대하고 현대 복귀를 앞두던 시점, 갑작스럽게 방출 통보를 받는다. 손시헌은 동의대를 졸업 한 2003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 2004시즌부터 풀타임 유격수로 활약했고, 2005년에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신고 선수 신화를 써나간다. 당시 두산에서 성실한 모습과 뛰어난 실력으로 자리를 잡았던 손시헌은 현대에서 방출당한 이종욱을 팀에 신고선수로 추천, 둘의 두 번째 만남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꿈만 같았던 2006년, 그리고 두 번째 이별

선린상고에서 3년 동안 함께 뛰었던 '절친'은 8년 만에 두산 베어스에서 다시 뭉치게 됐다. 손시헌은 안정적인 수비로 내야를 지휘했고, 이종욱은 120경기에 나와 타율 0.284, 도루 1위(51개)를 기록하며 친구처럼 신고 선수 신화를 써 내려가게 된다. 시즌을 마친 뒤 손시헌은 상무에 입단, 그렇게 둘은 두 번째 이별을 하게 된다.

세 번째 만남, 아쉬운 준우승

손시헌이 군에 입대해 있는 동안, 이종욱은 대한민국 최고의 리드오프로 성장한다. 2007시즌과 2008시즌에는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 이용규과 함께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며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손시헌도 상무에서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뒤 2009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자신의 두 번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게 된다.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나 두산 베어스 내/외야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2013년,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만 3승 1패를 먼저 선점한 뒤,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만다.

영원한 동반자

2013시즌이 끝난 후, 둘은 FA를 선언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옛 스승이 계신 NC 다이노스로 함께 이적한다. 이적 후에도 팀의 베테랑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하며 팀을 2015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2016시즌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다. 올 시즌 역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많은 기여를 한다.

아름다운 동행

"시헌아 다른 것 없다. 빨리 좀 제대해라. 어서 같이 야구하자. 남들은 눈만 감으면 제대하는 것 같은데 넌 한참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상병이냐. 제대하면 우리가 꼭 함께해볼 일이 있잖아. 선린상고 때나 두산에서 해보지 못한 우승의 한을 꼭 같이 푸는 것 말이야. 올해 내 생에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는데 너무 아쉽게 놓쳤어. 그땐 참 억울하기도 했는데 하늘이 너와 함께 한을 풀라고 미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2007 시즌이 끝난 후 이종욱이 손시헌에게 보낸 편지 中

이 편지가 쓰인 지 정확히 10년이 된 올해, 둘은 친정팀을 상대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투고 있다. 두산이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승리를 가져갈지, 아니면 손시헌과 이종욱이 속한 NC가 새로운 이야기를 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손시헌과 이종욱, 이종욱과 손시헌. 그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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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 6기 김건엽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손시헌 이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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