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포스트 시즌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오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올해 포스트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10월 19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렸던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다저스는 29년 만의 월드 시리즈 진출 결정을 미뤄야 했다.

우려했던 피홈런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경기였다. 그나마 주자가 모이는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솔로 홈런 3개였던 것이 대량 실점을 막았고, 다저스도 홈런 2개로 추격하기는 했다. 그러나 다저스도 컵스도 주자를 쌓아놓은 뒤 득점하지 못하는 변비야구를 펼쳤고, 결국 홈런 하나가 더 많았던 컵스가 승리하게 됐다.

다저스는 10월 19일에 드디어 알렉스 우드가 선발로 등판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3경기 만에 시리즈가 끝나면서 선발 순번 4번째였던 우드는 등판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9월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 이후 무려 3주의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구위 회복되지 못한 우드, 앞선 3명에 비해 부족했던 위력

다저스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등판한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그리고 다르빗슈 유 3명의 선발투수들은 각자 선수 생활에 있어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우드는 풀 타임 선발 시즌이 2015년과 2017년 단 2번 뿐일 정도로 경험의 차이가 너무 컸다.

우드는 포스트 시즌에서 이전까지 구원으로만 4번 등판했다가 처음으로 선발 등판하게 됐다. 그러나 우드는 확실히 전반기에 위력적이었던 그 구위가 아니었다. 시즌 개막 시점에 평균 시속 150km였던 우드의 투심 패스트볼은 이 날 경기 1회에 시속 146.4km에 불과할 정도로 후반기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우드는 전반기 15경기에서 10승 무패 평균 자책점 1.67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12경기에서 6승 3패 3.89에 그쳤다. 특히 정규 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의 성적은 2승 2패 4.03으로 큰 우려를 낳았다. 다만 류현진, 마에다 겐타, 브랜든 맥카시 등이 시즌 막판에 우드보다 위력적이지 않거나 부상을 겪었기 때문에 우드는 어떻게 포스트 시즌 선발진에 합류할 수는 있었다.

우드가 염려되는 것은 또 있었다. 우드는 전반기 80.2이닝 2피홈런이었는데, 후반기 71.2이닝 13피홈런으로 그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다. 3주 동안 쉬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었을 것을 기대했지만, 우드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3피홈런 패전을 당했다. 특히 하비에르 바에즈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던 5회에는 평균 구속이 시속 144.7km까지 떨어져 있었다.

결국 우드는 5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로스 스트리플링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4.2이닝 4피안타 3피홈런 7탈삼진 3실점 70구). 다저스의 구원투수들은 우드가 내려간 뒤 5명의 구원투수들이 포스트 시즌 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스트리플링, 토니 왓슨, 마에다, 토니 싱그라니, 조쉬 필즈 도합 3.1이닝 무실점)을 이어갔지만,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1점 차 패전을 막지 못했다.

반면 상대 팀 컵스는 2015년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제이크 아리에타가 투혼을 발휘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아리에타도 피홈런 1개를 허용했지만 6.2이닝 3피안타(1피홈런) 5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면서 승리투수가 됐다(111구). 볼넷이 5개나 되었지만, 주자가 모여 있을 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7회에도 구원투수 브라이언 듀엔싱이 그의 승리를 지켜줬다.

특히 아리에타는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을 때마다 호투했다. 2015년 와일드 카드 결정전(단판 승부)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으며, 지난 해 월드 시리즈 6차전(2승 3패 상황)에서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5.2이닝 2실점 승리투수가 된 적이 있다. 일리미네이션 게임 선발 최다승은 4승을 기록한 커트 실링(2004 ALCS 6차전 핏빛 투혼 포함)이며, 구원승까지 포함하면 3명이 더 4승을 거뒀다.

단순 1패보다 더 큰 우려, 다저스 선발진 PS 7경기 12피홈런

19일 경기에서의 패배는 다저스가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당한 첫 패배였다. 21세기에 들어와서 가장 높은 승률로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팀은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당시 ALCS 1차전만 패배하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11승 1패 승률 0.917).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타선이 고타율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점수만 뽑아도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포스트 시즌에서 철벽을 자랑하는 불펜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저스 불펜은 이번 디비전 시리즈 3경기에서 3실점에 불과했으며, 챔피언십 시리즈에 들어와서는 4경기 동안 아직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선발투수들이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데,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그 실점 과정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에이스 커쇼가 2경기에서 11.1이닝 5피홈런 6실점으로 가장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커쇼는 다저스가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하게 되면서 20일에 5차전 선발투수로 나서게 됐다.

베테랑 투수 힐도 2경기에 등판했는데, 이 중 9이닝 2피홈런 3실점이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도 2경기 11.1이닝에서 2피홈런 2실점했다. 다저스 투수 4명이 7경기에서 도합 12개의 피홈런으로, 그나마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허용한 홈런이 거의 없다는 점이 다행일 정도다.

커쇼가 NLCS 1차전에서 투런 홈런, 힐이 NLDS 2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선발투수들의 모든 피홈런이 솔로 홈런이다. 반대로 분석하면, 다저스 투수진들이 주자가 쌓였을 때 실점하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은 좋다는 얘기다. 여태까지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실점 과정은 모두 홈런이었다.

올라가도 고민인 다저스... WS 상대는 팀 홈런 1,2위 중 하나

비록 다저스가 19일 경기에서 패했지만, 커쇼가 등판하는 20일 경기에서 다시 승리한다면 1988년(월드 챔피언 등극) 이후 29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전과 같이 커쇼가 5~6이닝을 던지고 나면 이후 철벽 불펜을 가동하여 뒷문을 닫아 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에 올라가더라도 선발투수들의 불안 요소 때문에 고민에 빠지게 된다. 월드 시리즈에서 상대해야 할 휴스턴 애스트로스나 뉴욕 양키스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홈런 군단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팀 홈런 부문에서 양키스가 정규 시즌에서 241홈런으로 1위, 애스트로스가 238홈런으로 2위였다.

물론 다저스는 올해 인터리그에서 양키스나 애스트로스를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2010년부터 사용하는 새 양키 스타디움이나 미닛 메이드 파크는 리글리 필드보다 타자들에게 더욱 친화적인 구장이지,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에게 그리 반가운 구장은 아니다.

팀 홈런 1,2위 팀이었던 만큼 홈런 타자들도 즐비하다. 양키스에서 애런 저지는 5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게리 산체스가 33홈런,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25홈런, 브렛 가드너 21홈런 등 9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상대 투수에 따라 1번타자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린 타자들로 라인 업을 꾸릴 수도 있다.

애스트로스도 만만치 않다. 조지 스프링어가 34홈런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렸으며, 호세 알튜베와 카를로스 코레아가 각각 24홈런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마윈 곤잘레스 23홈런, 알렉스 브레그먼 19홈런 등 무려 11명의 타자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게다가 애스트로스에는 포스트 시즌에 강했던 노장 카를로스 벨트란(통산 포스트 시즌 62경기 16홈런 42타점 타율 0.311)의 경험도 있다.

양키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11경기 15홈런, 애스트로스는 10경기 9홈런을 날리고 있다. 물론 다저스도 포스트 시즌 7경기 10홈런을 날리고 있긴 한데, 양키스나 애스트로스는 다저스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나 컵스 등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팀들이다. 두 팀은 19일까지 양키스가 3승 2패로 앞선 가운데, 21일부터 휴스턴으로 옮겨서 ALCS 6차전과 7차전을 치른다.

월드 시리즈 4선발 교체 가능성? 있다면 류현진은?

사실 우드가 19일 경기에서 4.2이닝 3실점했다는 결과만 보면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서 아주 크게 부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반기부터 걱정스러웠던 우드의 구위는 전반기에 압도적이었던 만큼 회복되지 못했다. 날씨가 더 추워지는 월드 시리즈에서 구위가 회복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다저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 있어서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를 하나 갖고 있다. 바로 풍부한 선수 자원인데, 이 때문에 다저스는 올 시즌 10명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으며, 이들 중 스트리플링과 마에다를 구원투수로 포스트 시즌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자원이 넉넉하다.

류현진, 맥카시, 훌리오 유리아스, 브록 스튜어트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다. 류현진은 시즌 막판에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부진했고, 그 직전 등판에서도 타구에 손목을 맞으면서 조기 강판되는 바람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맥카시는 후반기에 손가락 물집이 터져서 컨디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고, 스튜어트는 마이너리그 옵션, 유리아스는 어깨 수술로 인하여 합류하지 못했다.

다저스는 만일에 있을 부상 선수를 대비하여 교체 활용할 예비 명단의 선수들을 피닉스와 시카고 원정에 동행하게 했다. 월드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일 예정으로, 류현진을 포함한 예비 명단의 선수들은 앞으로도 뉴욕이나 휴스턴으로 가는 팀 원정에 동행한다. 원래 선수 교체는 다음 시리즈로 넘어갈 때까지 불가능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교체는 시리즈 중간에라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후반기에 갈수록 구위가 떨어진 우드를 다른 선발투수로 교체할 경우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류현진이 로스터에 합류할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류현진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잘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키스나 애스트로스 타선을 압도할 만한 구위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류현진의 어깨 보호 차원에서도 쉽게 로스터를 바꿀 가능성은 적다. 어깨 수술로 2년 동안 1경기만 던졌던 류현진이다. 하물며 추운 날씨에 다른 때보다 몸이 굳어 있을 시기인데, 우드가 큰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바꾼다는 것은 거의 모험에 가깝다. 물론 류현진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팀 훈련을 함께하고 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실시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해 정규 시즌에 22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에이스 커쇼가 가장 많이 던진 만큼 가장 많은 23피홈런을 기록하고 있으며, 류현진의 팀내 기록은 마에다와 공동2위다. 현재 다저스가 우려하고 있는 선발투수 피홈런을 감안하면 대체 선수 1순위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

게다가 최종 라운드인 월드 시리즈 로스터인 만큼 만일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커쇼는 포스트 시즌에서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 경험만 무려 4번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월드 시리즈에 한정하여 아예 3인 로테이션을 가동, 커쇼가 1,4,7차전 3번을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커쇼를 무리시키지 않겠다면, 커쇼와 힐, 다르빗슈가 등판하지 못하는 4차전에서는 불펜 조기 가동으로 버틸 수도 있다.

월드 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정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20일 경기에서 컵스와의 시리즈를 끝내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야 그 계획을 정할 수 있다. 다저스가 이번 포스트 시즌 가장 위험한 실점 요소인 피홈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앞으로의 여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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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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