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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교통방송 '달리는 라디오 방송입니다'에서는 매주 수요일, 경남 지역의 스쿨존을 방문해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청취자들의 요구가 있으면 현장을 답사하는 코너지요. 저도 이 코너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7일, 김해에 위치한 금산초등학교 학부모님들께서 방문을 요청해 직접 해당학교 스쿨존을 방문했습니다. 금산초등학교는 7학급, 139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진영에 위치한 학교였는데요. 학교 도착하자마자 든 첫 생각은, '방치'였습니다.

등하굣길로 보이지 않는 인도... 인도·신호등 없는 구간도

관리가 안되고 있는 인도
 관리가 안되고 있는 인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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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문에서 왼편으로 가는 인도입니다. 보행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관리가 안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폭이 좁은 인도
 폭이 좁은 인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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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통행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인도의 폭도 넓지 않았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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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학교 앞까지 였고 그 후부터는 인도가 없습니다.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습니다. 왼편으로 가면 아파트가 있습니다. 아파트로 가는 길에는 인도가 있으나 직전 길에는 인도가 없습니다.

유명무실한 험프식 횡단보도
 유명무실한 험프식 횡단보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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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문 앞입니다. 험프식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으나 충분한 높이가 아닙니다. 육교 쪽 신호에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차량들은 이곳에서 횡단보도를 점령한 채로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금산초등학교
 금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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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량들이 쉴새 없이, 신호에 통과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다녔습니다.

안전펜스
 안전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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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흔적입니다. 사고가 난 지 시간이 꽤 지났다고 하지만 이렇게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인도에 설치된 안전펜스도 아닙니다. 차도 위에 펜스만 박혀있는 형태였습니다.

잔여시간표시기가 없는 신호등
 잔여시간표시기가 없는 신호등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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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은 있으나 잔여시간 표시기가 없습니다. 바닥 표시도 희미해져 횡단보도인지 한번에 확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우회하는 차량들
 우회하는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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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쪽에서 오는 큰 차량들이 학교 앞으로 우회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차도가 좁아 큰 차들이 한번에 우회하지 못했습니다. 큰 차가 우회할 경우 학교 앞 차량들이 후진을 해야만 합니다.

후진해야 하는 직진 차량들까지... 위험 천만

우회해 들어오는 차량으로 인해 후진하는 차량
 우회해 들어오는 차량으로 인해 후진하는 차량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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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차도
 위험한 차도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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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육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왼쪽 길에 학교가 있습니다. 대로에서 학교 앞 쪽으로 오는 차량들은 우회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의 꺾인 각도차가 커서 차가 한번에 우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는 '3차선'에서 차들이 우회를 해야 하지만 큰 차량의 경우 '2차선' 우회를 합니다.

이때, 2차선과 3차선의 차들에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2차선에서 우회전할 때, 각도가 안 나오기에 '4'번 길에 있는 차량들이 뒤로 후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대로는 학교가 바로 옆에 있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없었으며, 차량의 속도들이 아주 빨랐습니다. 적어도 시속 70km 이상은 돼 보였습니다. 여러모로 위험한 환경이었습니다.

좁은 후문
 좁은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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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문으로 다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진에 있는 좁은 문으로 다닌다고 합니다.

관리가 안되고 있는 금산보도육교
 관리가 안되고 있는 금산보도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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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바로 옆, 대로에 설치된 금산보도육교입니다. 한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 예입니다.

2015년 11월 25일 치 <경남신문>에 따르면 당시 이 육교(금산보도육교)는 진영국토관리사무소와 김해시가 관리주체를 놓고 1년 넘게 공방을 벌이며 방치되다가 2015년 김해시로 이관됐다고 합니다. 결국 김해시에서 그 후 관리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바닥 표시는 학교 앞 도로에 있었지만 이 마저 오래돼 색이 바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정 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녹슨 가로등
 녹슨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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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가로등입니까? 이렇게 녹슬어서 방치된 시설물도 처음 봤습니다. 솔직히 금산초등학교가 김해에서도 외곽이라서 그런지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 만난 학부모님들께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위험"하며 "지속적으로 김해시에 안전확보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점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측 관계자도 "지속적으로 김해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그 결과 육교 밑에 볼라드가 설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학부모들 "김해시에 요구하지만 개선 없다... 안타까워"

금산초등학교 스쿨존은 정말 열악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시설도 미비했지만 사고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점, 표시가 오래돼 낡았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 도로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학교 바로 옆 대로는 육교만 있었지 아주 위험한 도로라는 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충분히 안내되고 있지 않다는 점, 등 한마디로 아이들의 안전이 배려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쿨존에서 가장 위험한 환경 두 가지를 뽑으라고 하면, 과속과 불법 주정차입니다. 즉 운전자들의 보행자 보호불이행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운전자들이 알아서 지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제도적으로 단속을 통해 계도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양 옆 차선의 모든 차들이 정지합니다. 이것은 미국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스쿨버스가 정차할 때 정지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이나 운전면허 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산초등학교 스쿨존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쿨존이 위험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전국 무인단속장비설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전국에 스쿨존으로 지정된 1만6456개소 중 과속단속용 CCTV가 설치된 곳은 336개소로 설치율이 2.0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속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더 낳아라고,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라며 운운하기에는 너무 부끄럽습니다. 금산초등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스쿨존 중 어린이 보호구역에 보행로가 없는 초등학교는 전국에 1800여 곳, 전체 초등학교의 30%에 달합니다. 게다가 여전히 스쿨존 내 과속과 불법 주정차가 흔합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위험한 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어른들이 나서야 합니다. 아이들이 위험한 사회는 모두가 위험한 사회입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밝고 희망차게, 웃으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



태그:#금산초등학교, #스쿨존, #과속, #어린이 보호구역, #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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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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