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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꼭 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후에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를 묻자, 청년수당 참여자 김가영(28)씨는 이렇게 밝혔다. 이어 그는 "청년수당에 참여하면서, 나도 빨리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보도된 김희성 서울시 청년명예시장과의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의 대담에서, 기현주 센터장은 청년수당의 용처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 발생하는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보편정책을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보편정책에 대한 체감이 축적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공을 신뢰할 수 있게 되고, 동반 상생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년수당 '검열', 한 사람의 삶을 압수수색 하는 것,> 2017년 9월 29일자 보도 참조)

참여자 김가영씨의 발언은, 청년수당이라는 보편정책이 한 명의 청년에게, 한 명의 시민에게 공공을 신뢰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음을 드러낸다.

청년수당은 지난해(2016년) 8월 처음 시행됐다. 8월 3일 사업 참여자 2831명에게 첫 청년수당을 지급했으나, 다음날인 4일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를 결정함에 따라 사업이 중단됐다. 올해 7월 20일 청와대 캐비닛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이라는 이름의 문건이 발견돼, 2016년도 서울시 청년수당 중단이 부당한 외압에 의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2017 서울시 청년수당은 올해 4월 7일, 복지부가 서울시에 청년수당 수정안을 수용하겠다고 통보하면서 6월 본격 시행됐다. 2017 청년수당에 참여한 5000명의 참여자들은 7월 첫 번째 청년수당을 지급받았다.

'서울시가 청년에게 하루 세 시간을 드립니다.' 이는 청년수당의 취지다. 사업은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다. 참여자들은 보편정책으로서 청년수당을 체감하고 있을까.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세 명의 청년수당 참여자들을 만났다.

아르바이트 대신, '취업준비' 열중할 시간 마련해

어슬렁반상회 ‘스토리밴드’에 참여하고 있는 김신영씨(맨 오른쪽)
 어슬렁반상회 ‘스토리밴드’에 참여하고 있는 김신영씨(맨 오른쪽)
ⓒ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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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요? 그보다 세 배는 더 (시간을) 번 것 같아요."

참여자 모성훈(28)씨는 게임회사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수당에 참여하기 전 그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인쇄소에서 주 5일, 하루에 10시간 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번 돈의 일부는 식비로, 나머지는 동생과 함께 사는 투 룸을 유지하는 데 썼다. 게임회사에 취직을 희망하는 다른 참여자 김가영씨의 상황도 모성훈씨와 비슷했다. "평일 오후에 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단기 아르바이트나 주말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소득이 많지 않았어요." 소득이 적은 것도 문제였지만, 매일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구직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육체적으로 힘든 게 사라졌으니, 50만 원이 아니라 150만 원을 받은 셈이에요."

청년수당 참여 후 모성훈씨는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당시, 온종일 서서 종이에 풀을 발라 제본하는 일을 주중에 계속 하느라 피로가 쌓여 모성훈씨는 주말에조차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요즘 그는 하루에 8시간씩 게임 기획·제작에 몰두한다.

김가영씨 역시 청년수당 참여 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9월에 성남에서 인벤 게임 콘퍼런스(IGC)가 3일 동안 열렸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있었다면, 콘퍼런스에 참가할 수 없었겠죠." 김가영씨는 청년수당 50만 원 가운데 33만 원 정도를 월세와 공과금으로, 나머지 돈은 통신비와 생활비로 활용한다. 청년수당 참여 이전에는 이 모든 비용을 아르바이트로 해결해야 했다. 당시에 김가영씨는 그 흔한 조각 케이크나 마트에서 파는 포장 만두 같은 음식들은 비싸서 사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울시가 굳이 '청년수당'이라고 한 것은 청년의 활동을 구직으로만 한정하지 않으려는 목적이다."

"처음 청년수당이 나올 때, 명칭을 '청년수당'으로 할 것이냐, '청년구직수당'으로 할 것이냐, '청년구직촉진수당'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서울시가 굳이 '청년수당'이라고 한 것은 청년의 활동을 구직으로만 한정하지 않으려는 목적이다."

-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 발언 중
(<청년수당 '검열', 한 사람의 삶을 압수수색 하는 것,> 2017년 9월 29일자 보도 중)

청년수당은 청년이 비단 구직활동뿐 아니라 예술·창작 활동, 사회 참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청년의 활동을 보다 포괄적,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50만 원의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비금전적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기획, 실시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나 사회생활 지원 프로그램, 일상 지원 프로그램, 진로모색 및 정서 지원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는 '직무학습 워크숍'이 굉장히 괜찮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직무를 체험하는 방식이었거든요."

김가영씨는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위해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마련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직무학습 워크숍'은 참여자들이 영업, 마케팅, 디자인, 총무과, 인사과 직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현재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 김신영(29)씨는, "아직은 예술·창작 활동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현재의 청년수당 사업이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생활 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예술편이 마련되어 있고, 일상 지원 프로그램인 어슬렁 반상회에서 예술·창작 활동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김신영씨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예술·창작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김신영씨는 그러면서도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일상 지원 프로그램 '어슬렁반상회'에 대해서는 "일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소재"라고 표현했다. 어슬렁반상회는 지역의 청년들이 일상에서 자신만의 도전을 하며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꾸려가는 소모임이다.

김신영씨는 동작구 어슬렁반상회 '스토리밴드 - 같이의 가치'에 참여하고 있다. 스토리밴드의 참여자들은 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나누어 읽고 감상을 주고받는다. 김신영씨는 직접 극작품을 써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를 연습해 보고 싶어 스토리밴드에 참여했다.

김가영씨와 모성훈씨는 강남·서초 지역의 어슬렁반상회 '자취영화'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자취영화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어슬렁반상회에 참여하면서 소속감을 많이 느꼈어요. 소속된 곳이 있다는 게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영화 촬영 일정이 한창 바빠 외려 여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하면서도 김신영씨는 웃었다. 모성훈씨 역시, 청년수당 사업 전체에 참여하며, 이전에 겪던 심리적 위축감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먹고만 살 수는 없더라고요... 청년수당 덕분에 대인관계를 회복했어요."

'청년수당'의 미래를 그린다

어슬렁반상회 ‘자취영화’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참여자들. 맨 오른쪽 김가영 씨.
 어슬렁반상회 ‘자취영화’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참여자들. 맨 오른쪽 김가영 씨.
ⓒ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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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이에요."

스스로에게 청년수당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김신영씨는 이같이 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물질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하는 거잖아요." 김신영씨에게 청년수당은 사회가 보여준 진심어린 '최초의' 응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응원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청년을 동료시민으로 받아들기를 어려워한다. 동료시민으로 온전히 포용되지 못한 채, 제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낸 당연한 권리를 누리면서도 청년들은 또 다시 의무를 떠안는다.

"저는 당사자로서, 청년수당을 아무렇게나 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참여자 김신영씨)

"주변 어른들에게 청년수당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면, '우리가 낸 세금, 네가 잘 활용하고 있구나' 하고 말씀하세요(...) 청년수당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저도 제가 낸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다고 기뻐할 거예요."(참여자 김가영씨)

그래도 희망은 있다. 본인이, 주변의 아끼는 사람이 보편정책을 경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차로 공공을 신뢰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정책을 체감함으로써 공공을 신뢰하게 된 이들의 존재가 청년수당과 청년보장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구성원들이 청년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고 청년의 손을 마주잡을 날을, 더 많은 이들이 보편정책을 체감하고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날 날을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기자단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태그:#청년수당,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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