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 AISSF


125개국 5452편의 출품작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기대치를 상징한다. 해외에서 4513편, 국내에서 939편인데, 이 중에서 선정되는 작품은 해외 47편과 국내 13편 등 모두 60편으로 1%를 약간 웃도는 수치다. 해마다 출품작 수가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을 경신중이다.

아시아나단편영화제의 매력은 11개 부문에서 5100만 원의 상금을 준다는 데 있다. 국제경쟁 수상작은 1500만 원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비즈니즈 왕복항공권 2매를 받는다. 국내경쟁 대상의 경우도 5백만 원의 상금에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항공권을 받고, 상영료도 받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수상작품들을 국제선 항공기에서 상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최 시기가 부산영화제 직후여서 마니아들이 즐기기 좋은 데다, 손숙 조직위원장이나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국내 영화 발전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애써오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나단편영화제가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기도 하다. 손숙 조직위원장은 최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고통을 안고 사는 역할로 등장했고, 예전 강제규 감독의 단편 <민우씨 오는 날>에서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절절히 연기하기도 했다 

소수자, 난민 문제, 철거민 등 다룬 영화 돋보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15회 영화제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15회 영화제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ISSF




부산국제영화제가 후반부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주요 상영작을 공개했다. 안성기 집행위원장은 15회를 맞아 보름달에 콘셉트를 맞춰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11월 2일 개막해 7일까지 6일간 광화문 씨네큐브 등에서 개최된다. 개막작과 특별프로그램을 합쳐 상영작은 모두 100편이다.

안 집행위원장은 "출품작들이 많아 예심 심사위원들이 작품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해 경쟁 작품들의 특징은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경쟁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 등 전통적으로 유럽 단편의 강세가 여전하지만 동남아와 중동 등 아시아 국가들의 단편이 두드러졌다. 성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 난민 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이 돋보인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국내경쟁도 'N포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 영화와 함께 철거촌, 노인문제, 개인주의 등 공감할 만한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회성 짙은 주제의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세현 프로그래머는 "방향을 잡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품작의 흐름이 그런 것 같다며 소재와 완성도에 중점을 둬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막작의 경우 지세연 프로그래머의 선택이 눈길을 끌었다. 합창단의 어린학생들이 지휘 교사의 부조리에 저항해 끝내 교사를 퇴장하게 만든 내용의 영화로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국민적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현실을 은유적으로 빗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를 통해 사회 부조리와 정치적 상황에 맞섰던 것이다.   

 15회 아사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지영 감독이 심사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회 아사아나국제단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지영 감독이 심사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ISSF


올해 심사위원장은 영화계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정지영 감독이 맡게 됐다. 안성기 집행위원장과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등을 함께했던 정 감독은 "늘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이제야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다며 전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몸이 안 좋았고, 이번에는 시기적으로 괜찮아 기꺼이 맡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단편을 좋아하고 좋은 단편 영화를 많이 봐 왔으나 필름 값이 비싼 시대에 살아 단편영화를 찍어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수한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찍고 있는데, 아사아나단편영화제가 신인 발굴에 있어 중요한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특별 심사위원에는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이제훈과 독립영화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인 이주영 배우가 참여한다. 두 배우는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심사뿐만 아니라 홍보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안성기, 영화인으로서 대통령께 감사

 18일 오전 서울 신문로 금호하트홀에서 열린 15회 아시아나단편영화제 기자회견

18일 오전 서울 신문로 금호하트홀에서 열린 15회 아시아나단편영화제 기자회견 ⓒ AISSF


개막작은 15주년을 맞아 수상작 중심으로 준비한 특별전 작품 2편이 선정됐다. 역대 가장 인기 있던 작품으로, 영국 단편 <골수팬>과 리투아니아 단편 <내 인생의 물고기>다. <골수팬>은 교향곡과 소나타가 끝날 때마다 가장 먼저 박수를 치려는 강박관념에 빠진 클래식 골수팬을 음악으로 맞받아치는 연주자 이야기다. <내 인생의 물고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무의미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충격적인 사고를 그리고 있다.

전 세계 유명 영화인의 단편을 소개하는 '시네마 올드 앤 뉴'에서는 일본의 대표 여성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신작 <패러렐 월드>가 상영된다. 42분 분량으로 단편보다는 중편에 가깝다. 프랑스의 감독이자 배우인 루이 가렐이 연출하고 세계적 스타 배우인 레아 세이두가 주연으로 나선 2010년작 <어린 재단사>도 주목되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안국진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시절에 만든 단편 <더블 클러치>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한편 안성기 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영화제에 힘을 실어줬다"며 "영화인으로서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부산영화제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안성기 정지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