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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한국수력원자원(사장 이관섭)이 2012년 1월~2016년 9월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언론사에 '협찬' 방식으로 원전 홍보 기획기사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 내용은 한수원에서 1500만 원을 받은 <문화일보> 기사(2012년7월19일자)
 공기업 한국수력원자원(사장 이관섭)이 2012년 1월~2016년 9월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언론사에 '협찬' 방식으로 원전 홍보 기획기사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 내용은 한수원에서 1500만 원을 받은 <문화일보> 기사(2012년7월19일자)
ⓒ 문화일보 지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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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특정 기업에게서 돈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싣는다면 그건 광고일까, 기사일까.

국내 원전 개발·건설·운영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한국 최대의 발전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이관섭·아래 한수원)이 2012년 1월~2016년 9월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언론사에 '협찬' 방식으로 원전 기획기사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홍익표(더불어민주당·서울 중구성동구갑)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수원 '2012-2016 기획특집 실적 리스트', '2016년 시행공문(모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의 광고·홍보비를 받아 기사를 쓴 언론사 중 가장 많은 비용을 받아간 곳은 <동아일보>였다. 총 11회 시행, 1억 8900여만 원을 받았다(행사협찬·방송광고 등 광고비는 별도).

당시 한수원 예산 중 총 13억 1200여만 원 정도가 이런 언론기사 광고·홍보비로 쓰였다. 공문에 따르면 "한수원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한수원의 노력을 적극 홍보 하고자" 시행된 원자력 '기획특집' 기사들은 총 120여 건에 달한다. 이는 기획기사만을 꼽은 것이라 실제 노출된 개별 기사를 합하면 건수는 더 많아진다. 그러나 해당 기사들에서 '협찬비'를 받았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1위 <동아일보>에 이어, <국민일보>가 기획기사 4회 시행, 1억 8400만 원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15회 시행, 1억 6400여만 원을 받아 3위였다. 그 외에도 <문화일보>가 기사 12회 시행에 1억 1500여만 원, <중앙일보>도 10회 시행에 1억 400여만 원을 받았다(디지틀조선·월간중앙 등 계열 매체 포함). <동아일보>는 '내 생각은'이라는 제목의 정동욱 중앙대 교수 기고문을 싣고 나서도 한수원에서 1000만 원을 받았다.

특히 <국민일보>는 단건 기획기사로는 최대 액수인 1억 5000만 원을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원전, 우리에게 무엇인가' 기획시리즈가 그것이다. '원전 딜레마·신뢰가 답이다·갈등을 넘어 미래로' 등 총 3부로 나뉘어 실린 이 기획기사는 1부 진행 당 5000만 원을 받은 셈이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는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와 함께 한수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올해 1~6월 광고홍보비를 분석했다. 여기에서도 광고비를 가장 많이 받은 언론사는 차례대로 '조선·중앙·동아'였다(관련 기사: [단독] '탈원전 비판' 조중동에 한수원 광고 몰렸다 http://omn.kr/nuuo).

기고문 하나 1천만원, '청렴 경영' 1500만 원... "'기사형 광고'가 어딨나"

 공기업 한국수력원자원(사장 이관섭)이 2012년 1월~2016년 9월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언론사에 '협찬' 방식으로 원전 홍보 기획기사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500만 원 광고비를 받은 <매일경제>의 기사(2015년5월20일자).
 공기업 한국수력원자원(사장 이관섭)이 2012년 1월~2016년 9월까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언론사에 '협찬' 방식으로 원전 홍보 기획기사를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500만 원 광고비를 받은 <매일경제>의 기사(2015년5월20일자).
ⓒ 매일경제 지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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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원전 기획기사'는 한겨레·경향신문에서도 진행됐다. '비리 적발땐 이유 불문 퇴진... 한수원 간부들 청렴사직서', '특허와 인력 공유로 생태계 활기 넣어' 등 기사로 <경향신문>은 총 3600만 원, <한겨레>는 2300만 원을 받았다. 타 언론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횟수지만 이 역시 명백한 기업 홍보 기사다.

언론사들 기획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수원 측 집행자료·시행공문에 따르면 <매일경제>가 쓴 '한국수력원자력, 골목마다 안심 가로등 설치해 시민안전 밝혀(2015년 5월 20일자)' 제목의 기사는 한수원의 광고홍보비 500만 원을 받았다. 한수원이 서울시 홍제동 골목길에 가로등을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사장·임직원들의 봉사활동 사진을 크게 실은 뒤, 한수원이 경영 혁신을 하고 있다는 <문화일보> 기사('한수원, 간부 전원 사직서 써놓고 청렴 경영', 2012년 7월 19일자)에는 광고·홍보비 1500만 원이, 노골적인 원전 홍보기사인 <국민일보>의 '원전, 그래도 우리 에너지'(2012년 4월 28일자)에도 2000만 원이 집행됐다.

한수원의 이런 '광고·홍보비 집행'은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작년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2년~2016년 5년간 방송 광고에 약 113억 원, 인쇄 매체 광고에 약 38억 원을 썼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신문은 <동아일보(2억 6601만원)>였고,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받은 방송은 SBS로 약 14억 원을 받았다.

이런 기획기사 집행은 "기획특집에 참여해달라"는 언론사 측 요청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언론사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실제 한수원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언론에서 먼저 요청이 왔던 것"이라며 "원전 홍보를 그런(기획) 식으로 한 건데 우리만 한 건 아니다. 일종의 관행"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기고문' 형태 홍보에 대해서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기획기사 형식의 광고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16년 10월~)엔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더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방송·지면 광고 및 홍보관 운영비 등을 포함해 2016년에만 약 160억 홍보비가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원전 홍보'의 목적이 명확한 상태에서, 언론사가 기사 형태로 이를 내보내는 건 괜찮을까. 김창룡 인제대 신방과 교수는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는 게 언론윤리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사면 기사고 광고면 광고지 '기사형 광고'는 없다"며 "원전은 국가적 사업이라 특히 더 국민에게 정확한 내용을 제공해야 하는데, 공기업 돈을 받고 기사를 쓰게 되면 기업 논리를 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기업을 돈을 받고 쓰는 기사가 공정할 수 있겠나. 언론사가 광고주 눈치를 보다보면 (원전 관련) 피해 사례나 민감한 부분을 감출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독자의 알권리도 침해될 뿐더러,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보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김영란법'이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전 민주당 의원)도 "법을 떠나, 기사를 써주고 홍보비를 받는 건 언론 윤리에서 보면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한수원의 협찬 기사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원전 정책에 대해 논의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라며 "이는 한수원이 공기업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공평한 조건에서 에너지전환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한수원이 운영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재개 여부는 오는 20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협찬' 방식 기사 광고·홍보비 지출액
 한국수력원자력의 '협찬' 방식 기사 광고·홍보비 지출액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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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수원 원전 홍보,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 홍보, #홍익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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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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