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천시 신둔면 둔터로, 한국도예고등학교 아래에 위치한 '장휘요'에서 작업중인 최인규 대한민국명장(도자기공예 부문)
 이천시 신둔면 둔터로, 한국도예고등학교 아래에 위치한 '장휘요'에서 작업중인 최인규 대한민국명장(도자기공예 부문)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내 눈에 쏙 드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내 눈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 눈에도 예쁘지 않죠. 내 마음에 흡족하게 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손이 한 번 가도 되는 것을 두 번 세 번 가게 하지요. 정성을 들입니다."

최인규(64. 장휘요·奬輝窯) 대한민국명장은 지난 9월, 제624호 대한민국 명장(도자기공예 부문) 칭호를 받았다. 최 명장은 '짚신 장사 이야기'도 들려줬다. '옛날에 짚신 장사 아버지와 아들이 살았다. 두 사람은 장이 설 때면 나란히 짚신을 팔았다. 아버지 짚신은 늘 다 팔리고 짚신값도 더 받았다. 하지만 아들 짚신은 그러지 못했다. 하루는 아들이 아버지한테 그 비결을 물었다. 아버지는 죽음 직전에 아들 손을 잡고 짚신 삼는 기술에 대해 말했다.

"털!"'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잘 다듬어라'라는 속뜻이 있다고 최 명장은 해석했다. 최 명장 역시 눈으로 볼 때나 사용할 때 마음이 편해지는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최 명장은 2007년에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했고 십 년 만에 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받았다.

"처음엔 제가 가진 경력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한데 계속 안 되다 보니 부족한 점,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게 됐어요.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또 도전하려고 했습니다."

최 명장은 1970년대 초 고등학교 실습생으로 이천에 왔다. 최 명장의 지구력을 눈여겨본 서울공업고등학교 요업과 3학년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최 명장은 초등학교 시절 6km를 걸어 다녔고 중‧고등학교 때 육상부로 활약했다.

이천에 내려온 최 명장은 청자 장인 (故)해강 유근형 선생님을 만났지만 1년 동안은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다. 서울과 달리 당시 이천의 시골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최 명장이 받은 급여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 명장이 도자기의 일인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키운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이천으로 다시 돌아온 직후였다. 최 명장은 해강 선생 아래서 30여 년 동안 성형, 청자 문양, 조각 등 다양한 도예 기술을 익혔다.

책을 보고 전시장을 둘러보고 쉼 없이 작품을 만들며 그의 도자기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2002년에는 '장휘요'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5년 이천시 도자기 명장 선정, 2007년 제7회 강진청자공모전 대상 수상, 그 해 제32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청자상감당초화문대반(靑磁象嵌唐草花文大盤)'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청자 장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 명장은 그렇게 이천에서 47년 동안 청자를 비롯한 수많은 도자기 작품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명장 선정 기준 세부항목에 특허와 사회봉사활동이 있어요. 처음엔 조금 황당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명장'이라는 칭호를 주는 이유는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마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봉사활동도 처음엔 필요에 의해서 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요. 봉사활동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껴요. 돌이켜보니 대한민국 명장을 준비한 십 년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고 공헌하는 일을 체질화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최 명장은 흙에 대한 특허, 유약에 대한 특허 등 다양한 특허를 냈다. 그는 이천 도자기가 발전하게 된 원동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훌륭한 스승이 계셨으니 제가 좋은 정신과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승이 계시니 좋은 인적 자원이 모이게 되고 뛰어난 인적 자원이 풍부해지다 보니 이천의 도자기 기술은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된 거지요. 선순환이에요."

최 명장은 온종일 작업장에 있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흙에 의미를 불어 넣어주고 예쁘게 만든 도자기로 누군가가 차를 마시는 풍경을 상상하며 작업하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간다고 한다. 그는 우리 전통 청자를 미국과 캐나다 등에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안타까움에 한숨을 쉴 때도 있다.

"해외에서는 우리 전통 도자 기술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일부러 우리나라를 방문해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우리 전통 도자기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전통도자기에 대한 인식 전환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도자기도 함께 하거든요."

최 명장은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방식의 청자 작품도 구상 중이다.

"작가라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여건이 되는 한 청자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깊고 오묘한 맛이 있거든요. 매일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1986년에 처음 시행된 대한민국명장 선정 목적은 숙련기술장려법 제 11조 규정에 의거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 및 우대하여 숙련기술자의 지위향상에 기여코자 함입니다. 2012년도부터 22개 분야 96직종으로 통폐합되었으며 전 직종 매년 시행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태그:#대한민국명장, #전통도자기, #이천시도자기명장, #한국산업인력공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