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의 소질,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입 제도, 아래 학종)을 둘러싸고 논란이 여전합니다. 돈으로 스펙을 쌓는 '금수저 전형'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학종은 동네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수능으로 한 줄 세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묻겠습니다. 수능은 금수저 전형이 아닙니까? 수능은 깜깜이 전형이 아닙니까? 부모의 경제력이 수능 결과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가를 뻔히 알면서도, 출제 난이도에 따라 등급이 널뛰기하는 것은 수능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학종만을 잡죄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아무 생각 없이 교실에 앉아 기계적으로 문제 푸는 연습을 하다가, 시험이 끝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공부를 계속 강요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닙니까?

학종이 들어오고 나서 학교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한번 보고나 말씀하십시오. 교실수업이 달라지고 있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는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지방 흙수저인 우리, 학종에 '매우 찬성'합니다", "학종엔 교실 혁신의 힘이 있어요"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 보시면서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교육이 개입하려고 해도 개입하기 어려운 영역이 '교실수업'과 '학생동아리'입니다. 학기당 10과목을 수업한다면 동아리교사, 진로담당교사, 학급담임교사 포함해서 3년 동안 50명 넘는 교사가 학생부 작성에 관여하는데, 이 모든 영역에 사교육이 영향을 미친다고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교육이, 50명이 넘는 교사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더욱이 김영란법으로 학교는 청정하게 바뀌었는데, 왜들 이러십니까?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OECD 가입국' 중에서, 멀쩡한 청소년들을 책상에 앉혀놓고 EBS 문제나 풀게 하는, 그런 나라 보셨습니까? 그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경쟁력을 아예 없애자는 겁니다.

그런데도, 그 와중에서도, 새로이 시작된 학종으로 학교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실수업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내로라하는 그런 학원 못 다니는 우리 같은 흙수저들도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없애자고요? 또 교실에 앉혀놓고, 수업에, 보충에, 야자에, 숨이 턱턱 막히게 하고 싶으십니까?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신다면, 그래도, 정답은, 학종입니다.

한문-영어 융합수업과 화학-미적 융합수업이에요. 선생님들은 어디 가시고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네요.
▲ 융합수업 한문-영어 융합수업과 화학-미적 융합수업이에요. 선생님들은 어디 가시고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네요.
ⓒ 이보겸

관련사진보기


"수업이 이상해졌어요, 근데 재밌어요"

우리 학교가 변한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전지전능한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무지몽매한 학생'은 받아 적는 그런 수업이 계속되던 우리 학교가 달라진 건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해야 할 공부는 많고, 그 엄청난 진도를 빼는 데는 옛날 방법이 최고라는 걸 저희도 아는지라 그냥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작년부터 학생중심수업이 도입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서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남구현 선생님은 1학기 '문학'을 토론식 교육법인 하부르타 수업 방식으로 진행하셨고, 2학기 '화법과 작문'은 바나나 게임(5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자가 최대한 이득을 보도록 협상하는 게임) 등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이현정 선생님도 1학기 '확률과 통계'를 조별 과제 해결 수업으로 진행하셨고, 2학기 '미적분' 시간에는 수업 끝나기 전 10분간 조원끼리 각자 문제를 선정하여 같이 풀고 설명하는 학생참여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그분들만이 아닙니다. 학교가 천천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매우 기분 좋게.

그러다가 선생님들께서 올해는 '융합수업'이라는 것을 시도하셨습니다. 교명이 여수충무고등학교이니만큼 우리들은 충무공 이순신에 관심이 많은데, 충무공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놓고 화학-미적분, 영어-보건 등 융합수업이 이루어져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의 연전연승의 비결! 높은 대포 명중률을 수학을 통해 설명하고 있네요.
▲ 이순신의 망해도술 이순신 장군님의 연전연승의 비결! 높은 대포 명중률을 수학을 통해 설명하고 있네요.
ⓒ 정유라

관련사진보기


"완전히 다른 수업 방식, 신기해요"

어떻게 서로 다른 교과를 엮을 수 있나, 처음에는 저희도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두 과목이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재미는 작지 않았습니다. 융합수업을 구체적으로 보여 드릴까요.

먼저, '영어' 교과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유명한 해전에 관한 글을 세 개로 나누어 순서 맞추고, 그 글 속에서 해전의 어려움을 찾는 게임을 하며 충무공 이순신에 관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러고선 '보건' 시간에 해전의 어려움 중 하나였던 전염병에 대해 다루는 거예요. '영어'와 '보건'이 융합되었지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활동한 덕분에 전혀 생소하지 않았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충무공 이순신에 대해 몰랐던 정보를 온몸으로 익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화학-미적분 융합수업이나 한문-영어 융합수업도 학생들이 직접 앞에 나와 자기 모둠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며 수업을 진행하였어요. 학생들의 태도도 적극적이었고, 첫 시도라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융합수업은 학생들의 시선을 끄는 점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역시 선생님이셨습니다.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선생님들은 역시 선생님이셨습니다.
ⓒ 장훈

관련사진보기


선생님들은 역시 '선생님'이셨습니다. 집밥만 먹다가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랄까, 고민하고 토론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메뉴를 우리 앞에 내미시는 모습이 여간 고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 융합수업이란 무엇인가요?
이준택(수학) "두 가지 이상의 수업을 융합하여 학생들이 평소에 궁금해 하던 내용들을 주제로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짜는 것을 융합수업이라고 합니다."

- 융합수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정햇살(영어) "우리 학교는 '충무수다방'이라는 교사동아리가 있어요. 수다방은 '수업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를 줄인 말로,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학생중심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입니다.

이번에도 기말고사 후의 수업시간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순신 교육주간에 이순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융합수업을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영어-보건, 국어-음악, 화학-수학, 영어-한문, 사회-국어 선생님들께서 공통주제를 가지고 과목의 특성을 살려 융합수업을 해주셨습니다."

- 융합수업이 기존의 수업 방식과 차별화된 점이 무엇인가요?
남구현(국어) "우선은 교과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주제 중심의 수업을 하게 되는 것이 융합수업의 특징입니다. 기존의 수업이 지식 전달의 수업이었다면 융합수업은 학생들 스스로 활동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그런 수업이라는 점에서 여느 수업과는 다르지요."

- 융합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박수진(영어) "저 같은 경우엔 수업주제가 넬슨제독과 이순신 장군을 비교하는 수업이었어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수업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문화 상대주의라든지 문화 절대주의라든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되더라고요. 일반 수업 시간과는 달리 학생들이 몰입을 보여 주는 게 신기했습니다."

- 융합수업을 계속 하고 싶으세요?
정햇살(영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융합수업을 자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 교과의 주제를 하나로 묶거나 시간을 내어 따로 수업을 하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하지만 융합수업이 학생참여중심의 수업이라는 현재의 교육 흐름에도 맞고, 학생들이 융합수업에 흥미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의지가 있습니다."
박수진(영어)  "네. 기회가 된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3학년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학생들도 수능과 연결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한도에서 할 수 있으면 계속 해 보고 싶어요.(웃음)"

2017년 3월 고2 모의고사와 1학기 때 교내에서 실시된 ‘창의 융합 매쓰오름 대회’의 문제를 하나씩 발췌해온 것이에요. 다른 점이 보이시나요?
▲ 초록동색(草綠同色) 2017년 3월 고2 모의고사와 1학기 때 교내에서 실시된 ‘창의 융합 매쓰오름 대회’의 문제를 하나씩 발췌해온 것이에요. 다른 점이 보이시나요?
ⓒ 육태근

관련사진보기


"학종을 살려 주세요, 손볼 것은 과감히 손보면서요"

학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이른바 금수저 논쟁입니다. 사교육이 개입해서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도 지금까지 고치고 다듬는 일을 계속해 왔잖아요. 소논문(R&E)도 그렇고, 교외상도 그렇고, 대학연계프로그램도 그렇고, 독서활동도 그렇고.

생각해 보십시오. 학생부에 교내상만 기재할 수 있다고 할 때 얼마나 반발이 컸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교외상 기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예 없습니다. 모두들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시선'으로 보면 아직도 학생부에는 손볼 게 많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그중 하나가 교내상 수상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먼저, '경시대회/경진대회/탐구대회' 등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수상에 문제가 많습니다. 내신 성적을 산정하여 과목별로 1등급을 받으면 교과우수상이 주어지는데, 그 학생들이 다시 수상하는 게 경시대회입니다.

경시대회 문제라는 것이 교내시험이나 수능시험에서 나오는 문제, 논술고사 등에서 출제된 문제를 다시 출제하여 시험을 치르거나 그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 그 결과에 따라 시상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별로 경시대회 문제를 수집해 보았습니다. 모 학교에서 실시된 '영미문화이해대회'의 경우 대학 수준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TOFEL(토플)'에 나오는 문제들이 그대로 출제되어 있었습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경시대회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요.

학교는 교육부의 '고등학교의 학교장상 수상지침'에 맞추어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저촉(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되는 대회를 시행할 수 없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수업하기도 지쳐 쓰러지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하라고들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시대회의 문제점을, 참여 학생들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익명 요청(16살) "저는 본선에서 상을 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년에 상을 받은 학생은 8개월 정도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요. 경시대회 심사 중점이 원어민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보는 거라 하던데, 해외연수를 하거나 스피킹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우리가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이런 경시대회는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생각합니다."

서영준(17살) "경시대회에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는 문제가 나와서 부담을 느꼈습니다. 저는 손을 거의 대지 못했어요.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말하기를, 자기들은 안 해도 학원에서 다 해주니까 상을 받을 수 있었대요. 박탈감이 느껴졌어요."

김여진(17살) "과학 올림피아드대회는 확실히 사교육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번 창의융합매쓰오름 대회에서 아직 안 배운 내용들이랑 모의고사 문제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왔어요. 궁금해서 알아 보니 3학년이랑 같은 시험지였어요. 대회준비를 해주는 학원에서 배우는 애들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라 느껴졌어요."

기사를 작성하면서 길을 물으면, 우리에게 그 길을 자세히 알려준 고마운 길라잡이예요.
▲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기사를 작성하면서 길을 물으면, 우리에게 그 길을 자세히 알려준 고마운 길라잡이예요.
ⓒ 육태근

관련사진보기


"공부 잘하는 게 '선행'입니까?"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박용성)에 이런 구절이 실려 있습니다.

"어떤 일에 좋은 성과를 내었거나 훌륭한 행실을 한 학생을 칭찬하기 위하여 주는 상을 '표창장'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수상의 정확한 근거를 밝힐 수 있도록 정비되었으면 해요. 보통은 학급임원이나 학생회임원, 그리고 성적우수자에게 이런저런 상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이지요.

우선 모범상은 학급회나 학생회 임원 중에 모범적인 지도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는 형태로 정착시키고, 선행상과 효행상, 봉사상, 공로상 등은 그 실적이 뚜렷한 경우로 한정해야 해요. 실제로 면접장에서 "어떻게 선행상을 받았지?" 하고 물었더니, "반장이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상의 권위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학생의 장래를 위해서도 더욱 필요한 일이 바로 '상의 공정성 확보'예요."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58~59쪽)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접 파헤치고자 '선행상'을 받은 친구들과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선행상을 어떤 이유로 받게 되었나요?" 이렇게 질문을 던졌지요.

황○○(16살) "받고 나니 딱히 선행을 해서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김○○(17살) "작년에 고등학교 진학 후 첫 시험이었던 3월 모의고사를 반에서 제일 잘 보았는데, 그래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최○○(17살) "2학기 말쯤에 받았는데요. 1학년 때 성적이 좋은 편이어서 선생님이 별 이유 없이 그냥 넣어주신 것 같아요."
정○○(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장이었습니다. 반장으로서 학급 활동을 성실히 임했기 때문에 선행상을 탄 것 같습니다."

김○○(17살) "제가 만났던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상을 줄 때 순위로 매겨 보면 첫째도 공부 잘하는 학생, 둘째도 공부 잘 하는 학생, 셋째도 공부 잘 하는 학생, 무조건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었어요. 선행상은 명칭 그대로 인성 관련 부문에 인정받아 받는 건데 인성을 성적순으로 판단한다는 게 정말 씁쓸했어요."
정윤규(17살) "정확한 기준 없이 주는 선행상보다 상점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상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행상의 경우 학급별로 3월, 6월, 9월, 11월에 각 3명씩 총 12명에게 상을 주는데, '받아도 친구들 보기 미안한 이런 상'은 시급히 손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를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불타는 금요일, 해양공원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시민들이 우리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셨어요.
▲ 길거리 인터뷰 불타는 금요일, 해양공원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시민들이 우리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셨어요.
ⓒ 장훈

관련사진보기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를 응원해 주셨어요"

저희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우리가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찾은 이상한 점들을 덮을 정도로 뛰어난 장점이 지금 수상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대부분의 어른들께서 저희 생각에 동의해 주셨거든요. 어른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저희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면서 투표해 주셨어요.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 맞다. 고쳐야 한다.", "수상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개선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요.

어떤 어른 분은 자신도 이런 피켓 활동을 자주 한다면서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가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우리에게 정말 좋은 일 한다며 지역신문에도 기사를 쓸 의향이 있는지 물으며 언제든 도움 주겠다며 명함을 주고 가셨어요. 이렇게 받은 명함이 2개예요.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이십니다. 궁금한 것을 물었더니, 다 대답해 주셨습니다.
▲ 김상모 선생님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이십니다. 궁금한 것을 물었더니, 다 대답해 주셨습니다.
ⓒ 장훈

관련사진보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이신 김상모 선생님과 인터뷰했습니다.

-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보는 평가 요소에는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발전 가능성 등이 있는데, 수상으로 이런 역량을 가늠합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학생이 수학이나 과학 특히 물리 같은 과목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그런 학생은 전공 적합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것이고요.

똑같은 부문인데 1학년 때 받은 상보다 2학년 때 받은 상이 더 낫다면, 그 학생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교과 우수상을 받은 학생은 동일 집단 내에서 아무래도 높은 백분위 비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업 역량이 뛰어나다고 보는 거죠."

- 수상 종류마다 점수가 있는가요?
"종합전형은 평가점수를 일률적으로 정량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상을 받았으니까 1점을 주고 조금 더 높은 상을 받았으니 2점을 주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공 적합성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면 '상중하' 3단계나 'ABCDE' 5단계 등의 대학별 자체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요."

누구나 공정하다고 인정하는 상으로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는 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을 받고 얼떨떨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런 상은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끼는 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에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이런 것을 바로잡기 힘들다면 그런 상은 과감하게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새 정부의 우리 교육부가 학종을 둘러싼 그 거센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고, 그 결과 원하는 교육개혁의 길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존경하는 교육부장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학종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아예 학종을 죽이려 한다면, 그게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 ‘교각살우, 안 돼!’ 학종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아예 학종을 죽이려 한다면, 그게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 정혜인

관련사진보기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7기 교육팀〉 김다연, 이보겸, 육태근, 장훈, 정유라 기자)

덧붙이는 글 |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특별한 상장>(달곰미디어콘텐츠연구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을 주면서 자아 존중감을 높여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내용인데,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상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아 존중감을 망가뜨리는 그런 상은 당장 중지되어야 합니다.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이중현)라는 책도 읽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꿈같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고 싶은 학교, 듣고 싶은 수업, 하고 싶은 동아리’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제발(교육팀장 장훈 기자)



태그:#학생부종합전형, #교내상 수상제도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