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잔치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당연히 골잡이들이 우선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레알 마드리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만남이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vs 해리 케인'의 자존심 대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 덕분에 골문을 지키는 양쪽 골키퍼들의 실력이 더 빛난 경기가 됐다. 예측하기 힘든 축구의 오묘함이 바로 이렇게 빛나는 셈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18일 오전 3시 45분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1-1로 비겨 귀중한 승점 1점을 안고 런던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호날두의 골대 불운

경기 전부터 유럽 최고의 골잡이들이 맞붙는 경기라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몰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해리 케인이 피할 수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여기에 한국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가능성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손흥민은 89분에 무사 시소코 대신 들어와 추가 시간이 끝날 때까지 4분 가량만 뛸 수 있었다.

손흥민의 공격적 재능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앞에서 뽐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를 막기 위해서는 압박 수비를 먼저 선택해야 했기에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서는 손흥민에게 특별한 역할을 부여하는 공격적 전술을 내세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디펜딩 챔피언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격력이 먼저 불을 뿜었다. 경기 시작 후 4분만에 레알 마드리드 오른쪽 풀백 하키미의 논스톱 크로스를 받아 스탠딩 헤더로 골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호날두의 머리를 떠난 공은 토트넘 홋스퍼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호날두는 아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뜻밖의 장면에서 골이 나왔다. 28분, 토트넘 홋스퍼의 새 오른쪽 풀백 세르지 오리에가 낮고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해리 케인이 방향을 살짝 바꿔 넣으려고 할 때 붙어있던 수비수 라파엘 바란의 발에 맞고 자책골이 된 것이다.

어웨이 팀 토트넘이 기대한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낸 오리에가 42분에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를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내주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양쪽 골키퍼들의 슈퍼 세이브 대결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호날두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토트넘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호날두의 이 골은 챔피언스리그 110번째 골로 찍혔다. 자책골로 끌려가던 레알 마드리드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1-1로 후반전을 시작한 양팀은 후반전에 더 좋은 득점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하지만 골문을 지키고 있는 골키퍼들은 공격수들보다 더 빠른 순발력과 판단력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54분에 두 눈 뜨고 보면서도 믿기 힘든 장면이 토트넘 홋스퍼 골문 앞에서 나왔다.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카림 벤제마가 내려찍는 헤더로 역전 골을 터뜨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몸을 날리는 것과 반대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발끝을 내밀어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헤더 슛 방향을 알고도 막기 힘들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요리스의 반응 속도는 공만큼이나 빨랐다.

위고 요리스의 슈퍼 세이브 행진은 62분과 64분에도 계속됐다. 호날두가 오른발로 찬 높은 공은 왼쪽으로 날아올라 쳐냈고, 역시 호날두가 토트넘 수비수 세 명을 차례로 따돌리고 왼발로 찬 공은 왼쪽으로 몸 날려 막아냈다.

호날두의 활약 앞에 토트넘 홋스퍼의 해리 케인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71분에 동료 페르난도 요렌테의 절묘한 전진 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은 혼자서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구석을 노렸다. 이 순간은 54분 벤제마의 헤더처럼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는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손끝으로 케인의 공을 쳐냈다.

그리고 2분 뒤에도 토트넘 홋스퍼의 역습이 빛났는데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오른발 대각선 슛조차도 케일러 나바스가 훌쩍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이처럼 양쪽 골문을 지킨 골키퍼 둘은 후반전 내내 자신의 뒤로 공이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책임을 다한 것이다.

이제 양 팀 선수들은 다음 달 2일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H조 1위 자리를 놓고 다시 한 번 맞붙게 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vs 해리 케인'의 골잡이 대결도 다시 한 번 주목하겠지만 '위고 요리스 vs 케일러 나바스'의 골키퍼 대결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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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8일 오전 3시 45분,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CF 1-1 토트넘 홋스퍼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3분,PK) / 라파엘 바란(28분,자책골)]

◇ H조 현재 순위표
토트넘 홋스퍼 7점 2승 1무 7득점 2실점 +5
레알 마드리드 CF 7점 2승 1무 7득점 2실점 +5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점 1무 2패 3득점 7실점 -4
아포엘 FC 1점 1무 2패 1득점 7실점 -6
축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챔피언스리그 손흥민 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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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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