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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이 말을 들으면 설레는가? 궁금해져서 달력을 펴 봐도 소용없다. 이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수요일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설렐 수가 있냐고? 설렐 수 있다. 만약 마블 영화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면 말이다. 10월 25일 드디어 <토르: 라그나로크(Thor: Ragnarok)>(2017)가 개봉한다. 마블 영화를 보지 않거나 마블 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큰 어른이 영화 한 편이 개봉하는 것을 두고 설렌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마블 영화 시리즈는 만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얼핏 보기에는 유치찬란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랑' 이야기 한 줄 없는 <비밀의 숲>이라는 장르 드라마가 성공할 만큼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진 관람객들의 눈에 마블 영화 시리즈는 그저 화려한 액션 영화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마블 영화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편, 한 편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마블 영화 시리즈는 <아이언맨> <토르> 등 제목은 다르지만, 사실은 커다란 하나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내용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커다란 하나의 퍼즐 그림을 맞추는 데 필요한 다음 퍼즐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재미있게 보는 월화드라마가 끝난 화요일에 다음 주 화요일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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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는 월화드라마를 다음 주까지 목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에 아닌가? 마블 영화 역시 그렇다. 그렇지만 역시 그 정도로는 마블 영화 시리즈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외 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지 찾아보려 해도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얼핏 보기에 마블 영화 시리즈는 악당이 있고 그 악당을 물리치려는 영웅이 등장하는 아주 단순한 구성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구성의 마블 영화 시리즈가 가장 첫 작품인 <아이언맨>이 2008년 개봉한 후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가 개봉할 때까지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매년 그 후속편들이 개봉될 예정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실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은 당연히 아동용 만화처럼 보이거나 화려한 액션만 가득해 보이는 영화처럼 보이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보통 그런 내용의 영화라면 악당이 지면 끝나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마블 영화 시리즈는 끊임없이 악당이 등장하고 그런 악당들과 싸움이 1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싸움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10년 가까이 그 싸움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싸움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온전한 퍼즐의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퍼즐 조각들을 모두 찾아야 가능한 것처럼 마블 영화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개봉된 16편의 영화를 모두 봐야 하는 고생까지 해야 한다. 이쯤 되면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6편의 영화가 어떻게 하나의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이런 퍼즐 맞추기가 가능한 까닭은 16편에 달하는 마블 영화 시리즈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는 기본적으로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같은 배경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마블 영화를 꾸준히 보다 보면 자연스레 점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의 온도>에서 박정우(김재욱 분)가 온정선(양세종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런 거 아냐 전에 몰랐던 일들이 결과를 알게 되니까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거."

그런 것처럼 마블 영화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하나의 그림을 향해 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 점점 더 완성된 그림이 보고 싶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마블 영화의 매력은 그것이 다일까? 그렇지 않다. 마블 영화의 숨겨진 진짜 매력은 바로 '세계관'에 있다. 앞서 세계관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같은 배경을 공유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마블 영화 속 세계관은 단순히 시간적, 공간적 배경만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문학 비평 용어 사전에 나온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세계관은 세계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분별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반성하는 경지에까지 이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마블 영화 시리즈의 감추어진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열심히 퍼즐을 맞추는 이유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블 영화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돌려봐도 싸우고 부수고 하는 이야기밖에 안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는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고?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 마블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과연 어떤 삶이 옳은 것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으로까지 이어진다. 믿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16편의 마블 영화 시리즈를 모두 분석할 수는 없으니 그중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고민이 담겨 있는 마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7년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을 걱정한다. 그리고 그런 북한을 단번에 초토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혹시라도 이 땅에 다시 전쟁이 터질까 노심초사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 후로 해결된 듯하다가 다시 불거지고 해결된 듯하다가 다시 불거지면서 또다시 20년이 지난 일촉즉발 상황까지 왔다. 그렇기에 최근 일부에서는 미국에 핵폭탄이 떨어지거나 서울에 전자 충격파가 덮치기 전에 희생을 치르더라도 더 이상 북한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되니 선제타격해서 초토화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고한 희생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것일 수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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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고민을 2014년에 개봉한 마블 영화에서 이미 했다면 믿겠는가. 다음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2014)에 나왔던 악당 편인 알렉산더 피어스 국장(로버트 레드포드 분)과 영웅 편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가 나눈 대화이다.

"모스크바에 핵폭탄이 떨어지거나 전자 충격파가 시카고를 덮치면? 외교적 해결? 반창고처럼 미봉책에 불과해. 단 2천만 명만 희생시키면 전 세계 70억 사람들이 안전해질 수 있어. 실행에 옮길 용기만 있으면 돼." (알렉산더 피어슨)

"아니, 내겐 거부할 용기가 있지." (닉 퓨리)

어떤 용기가 옳은 것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하여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마블 영화 속에서는 설령 큰 위기가 오더라도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슈퍼 히어로가 존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슈퍼 히어로가 없는 세상에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용기를 선택한 평범한 관객들이 모여 커다란 힘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촛불 한 개, 한 개가 모여 세상을 바꾸었듯 말이다. 어떤가? 아직도 마블 영화가 오로지 액션으로만 가득 찬 영화처럼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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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하는 <토르>도 관객들은 토르와 헐크 중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지가 제일 궁금할지도 모른다. 물론 마블 영화는 화려한 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임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잊지 말자. 어쩌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나왔던 피어스와 닉 퓨리의 대화처럼 <토르>에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통쾌한 액션 영화만이 아닌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영화로도 마블 영화가 다시 다가올 때 진짜로 마블 영화를 즐길 수 있음을.

MCU 영화 감상 추천 순서
아직 마블 영화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마블 영화를 볼 때 좋은 순서를 나열해둡니다.

<퍼스트 어벤져>(개봉 순으로는 다섯 번째이지만 이해를 위해서는 첫 번째)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2> <토르: 천둥의 신> <어벤져스> <아이언맨3> <토르: 다크 월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밴져스 2> <앤트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력시 2> <스파이더맨: 홈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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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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