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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회의 좀 합시다."

또 회의소집이다. 그렇게 회의를 많이 해놓고 오늘은 또 뭔 회의란 말인가. 부서회의, 주간회의, 팀장 회의, 결산 회의, 기획 회의, 임시회의, 비상 경영 회의. 그래놓고는 또 회의한단다.

김 이사는 "허심탄회하고 편하게 얘기해 봅시다"라고 시작했지만 자리 자체가 불편하니 팀원들 사이에서 편한 얘기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결국, 오늘도 김 이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만장일치인양 통보하는 '인간 게시판'이 되고 말았다.

물론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잘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그렇게 많은 회의를 하는데도 항상 '쓸데없는 회의 때문에 일 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회의시간만 줄이면 생산성이 오를까?

어쩌면 회의에 걸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회의 진행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생산성이 떨어지는 회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회의가 아니라, 결정해야 할 것이 결정되지 못하는 회의다. 시간 단축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의견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을지, 일정 시간 안에 의사결정이 완료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분위기 변화, 자리 배치, 자리이동, 자료배포 등 지금까지 반복했던 회의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기존보다 더 나은 생산성 높은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산성' 고려한 회의, 업무 낭비 적고 창의적이다

우선 회의시간에 생산성이 가장 떨어지는 일은 자료를 준비한 사람이 그 자료를 설명하는데 쓰는 시간이다. 회의 중에 자료작성자나 발표자가 자료를 한 장씩 넘기면서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회의 참석자에게 내용을 이해시킨다는 취지라면 그것은 생산성이 대단히 낮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회의 시작 전 각자가 받은 자료를 묵묵히 훑어보기만 해도 자료 대부분은 2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회의 시작과 동시에 "지금부터 2분간 자료를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시간을 할애한다면 10분 걸려서 설명을 듣는 데 비해 생산성은 거의 5배나 높아진다.

대부분 회의의 목표는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즉, 합의해야 하는 일을 서로 설득해야 하며 또 이해까지 시킬 수 있어야 온전한 회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회의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회의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회의를 서서 하거나 자료의 장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쓸모없는 요소를 줄여 결과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회의 문화의 변화는 회의 이전에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한 공유 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개념은 제조를 영위하지 않는 일반적인 기업의 '창의적인 영역'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딘가 모르게 보수적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듯한 냄새를 풍기는 '생산성'이라는 개념은 공장처럼 매뉴얼로 짜인 단순한 업무에나 적합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낡은 개념'쯤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생산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다.

그렇다면 기업과 개인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산성 향상에 무관심한 기업이 연달아 혁신을 일으키는 기적은 결코 없었다. 조직 전체가 생산성을 의식해야만 혁신의 토대가 마련된다.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자부한다면 우선 정형화한 업무를 최소화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즉 생산성 중심이야말로 혁신적인 기업으로서 높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저자 이가 야스요, 역자 황혜숙,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7.09.22.
▲ 생산성(Productivity) 저자 이가 야스요, 역자 황혜숙,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7.09.22.
ⓒ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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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야스요가 쓴 <생산성>에는 이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저자는 로봇, IT, 서비스 분야 등 일본 주요 혁신 기업들에 '생산성'의 개념을 자리 잡게 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그는 생산성 중심의 경영과 인재 정책에 답이 있으며, 루틴한 업무, 비정규직 활용, 불분명한 커뮤니케이션, 고연령 직원 방치, 양 중심의 보고서 등 습관적인 비효율을 제거해야만 조직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낮은 생산성에 방치되어 있다. 누구나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계속하다 보면 몸과 생각이 굳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계적인 방식의 습관적인 업무를 지속하게 되면 눈앞의 일만 집중하게 되므로 집중력은 높아지지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업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개인의 성장도 더는 기대할 수 없다.

같은 작업을 10분 만에 할 수 있는 직원과 30분 이상 걸리는 직원을 부서에 함께 두지 않는 일, 바로 이것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업무 정산의 시기를 별도로 설정하여 부서 내의 업무를 재확인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폐지하는 것을 정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치되는 후방의 중년 직원은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대부분 기업에서 진급에서 누락되고 의욕을 잃어가는 고연령 상급직원 문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뜨거운 감자다. 현실적인 방법인 해고나 권고사직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필요 없으면 버림받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문제를 내버려 둘 경우 조직 전체에 무기력이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죽으라 열심히 했는데 더는 승진도 없다'라는 사실 자체는 그들의 의욕을 감소시킨다. 그러므로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조직 속에서 '의욕을 잃은 사람들'이 대거 생겨날 뿐 아니라, 조직만 방대해질 뿐이다.

아무리 회사가 "의욕을 잃지 말고 일하라."고 해도 그들에겐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사의 특정 계층을 통째로 방치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그룹의 생산성 향상을 포기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재량을 쌓고 생산성에 매진한다 해도 조직 전반을 끌어올리는 일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방임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조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전방에서 직무 해제된 중년 직원을 특정 부서에 모으면 그 부서는 사내 '고려장' 취급을 받게 되고, 티가 나지 않게 여기저기 다른 부서에 나누어 배속하면 '어느 부서든지 일 못 하는 뒷방 늙은이가 있는'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아직 선발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젊은 사원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중략)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이 조직 내에 오래 머물면 그들과 관리직과의 연령 역전의 폭도 커진다. 이는 본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예전 상사를 지금은 부하직원으로 둔 관리자'의 생산성도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직함을 늘리면 서류결재 때 형식적으로라도 받아야 하는 도장의 수가 늘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업무의 생산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본문 126~129쪽, '방치되는 후방의 중년 사원' 중에서)

이런 직원 중에는 현재 자신이 내는 성과가 회사의 성장수준에 비해 얼마나 낮은지,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해고나 권고사직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들을 바로 해고한다면 조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회사는 아직 당신들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맥킨지를 포함하여 해고가 쉬운 미국기업에서는 오히려 이런 직원에게 스킬업의 기회(재교육)를 주는 데 적극적이다. 하물며 규정상 해고해야 한다 해도 이들이 마지막까지 조직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재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진솔하게 듣고 현시점의 성과를 직사해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은 언뜻 혹독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우 친절한 배려다.

직원채용을 '면접→서류전형→적성검사'로 바꾼다면?

6년 전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하여 채용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구인을 담당하는 처지에 놓이니 채용부문에도 생산성을 높일 혁신적인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한다. 일반적인 채용방식은 서류전형→적성검사(직무능력평가)→면접 순으로 최종후보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방식이다. 면접을 보지 않고 서류전형과 적성검사로 적절한 인재를 고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면접을 가장 마지막에 보는 이유는 서류심사나 적성검사와 비교하면 시간과 경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면접 이전의 전형을 담당했던 직원이 알아볼 수 없었던 훌륭한 인재를 임원이나 대표가 만나보기도 전에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만약 생산성이 아주 높은 면접 방식을 고안해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한 사람의 이력서 심사에 3분을 투자하는 회사가 한 사람을 3분 만에 면접할 방법을 고안해낸다면 서류심사 전 면접을 실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면접을 담당하는 임원 1명이 30명의 지원자를 1시간 이내에 면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있다면, 면접→서류전형→적성검사(직무능력평가)의 순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는 30분을 들여서 한 지원자를 면접하는 방식에 비해 15배나 생산성이 높아진다.

아침에 출근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도 시간이 부족해 주말도 반납하고 '야근'까지 한다. '늘 하던 일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바쁜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기대기는 어렵다.

이면지를 쓰고, 점심시간 불을 끄는 것만으로는 '쥐어짜기' 방식의 생산성 향상은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 습관적인 업무와 회의방식에서 낭비 요인을 찾고,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팀워크를 만들어지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혹시 당신이 속해있는 조직은 얼마나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생산성 - 기업 제1의 존재 이유

이가 야스요 지음, 황혜숙 옮김, 쌤앤파커스(2017)


태그:#생산성, #이가 야스요,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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