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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원자력방전소 5-6호기 백지화 경남시민행동'은 8월 31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원자력방전소 5-6호기 백지화 경남시민행동'은 8월 31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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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참여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전한세상을위한 신고리5·6호기백지화 시민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현철 신부입니다. 신고리5·6호기 공론조사 과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대형 원전 2개를 앞으로 60년 동안 우리 땅에 추가할 것인지 결정할 것입니다. 이 선택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을 간절히 바랍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원전 전문가가 아닐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시민참여단에 선정된 후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원전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해서, 혼란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공사 재개와 중단 양측의 의견이 상반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상식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식이 전문지식보다 우선합니다. 전문가의 주장과 상식이 맞지 않을 경우, 상식을 따라야 합니다. 상식에는 거짓이 끼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지식은 상식에 부합하면서, 상식을 더욱 잘 설명해줄 때에만,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원전도 예외가 아닙니다. 상식을 부정하거나 상식과 맞지 않는, 전문지식과 전문가의 주장은, 특정한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왜곡된 지식과 주장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상식에 기대어 원전에 관한 제 생각을 나누어보겠습니다. 첫째, 원전은 위험합니다. 인간이 만드는 설비는 아무리 견고하게 만들어도, 아무리 첨단기술로 만들어도, 사고가 납니다. 사람은 실수하고, 사람이 만든 기계는 고장이 나고, 그래서, 사고가 납니다. 이것은 상식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말해주듯, 원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 실존의 불완전성에서 오는 한계입니다. 그 어떤 전문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입니다. 이것을 부정하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최신의 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신고리 5·6호기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는, 상식을 부정하는, 과장된 주장입니다.   

고리 단지 반경 30Km 내에 382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대형사고 시, 한꺼번에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인명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대피한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나라 전체가 대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현실에 기초한 상식적인 판단입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현실과 상식을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원전을 가동하려면 연료가 필요합니다. 일단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됩니다. 신고리 5·6호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상식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순간의 피폭으로도 치사율이 100%인 고준위 핵폐기물입니다. 최소 10만 년은 안전하게 격리 보관해야 합니다. 현재 핵폐기물은 원전의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곧 포화상태가 됩니다. 영구저장소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핀란드에서 하나 건설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한마디로, 대책이 없습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래서 원전은 '화장실 없는 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재처리' 운운하며 사용후핵연료도 문제없다는 주장은 상식과 현실을 부정하는 오만한 주장, 또는 무모한 주장입니다.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합니다. 원전이 건설되면 지역주민들의 삶은 망가지고, 위험해집니다. 일단 원전이 들어서면, 지역주민들은 원전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집니다. 원전에 예속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삼중수소에 오염된 월성원전의 주민들은 이주를 요구하며 몇 년째 천막에서 농성 중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원전도 공장인 이상,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데 위험한 피폭 노동은 모두 하청노동자들의 몫입니다. 어느 누가 자기 생명을 해치는 피폭 노동을 원하겠습니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살 수 없는,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피폭 노동에 내몰리는 겁니다.

원전의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건설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됩니다. 밀양과 청도의 주민들을 보십시오. 우리의 편익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상식적인 윤리입니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원전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태도입니다.

올여름, 정말 더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기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전기는 남아돌았습니다. 지난 2016년 여름, 가장 더웠던 8월, 그래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쓴 8월에, 무려 원전 15기 분량만큼의 전기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이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신고리 5·6호기가 없으면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분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시대 진입, 에너지전환 추세에 동참해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탈원전만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의 첫걸음입니다.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오는 이익은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더 많은 일자리 확대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에너지전환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이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는, 착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에너지전환으로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더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정부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지속적 경제 활동이 가능한 대책이어야 합니다. 건설 중단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사실 지금의 일자리는, 건설이 재개되어도, 원전이 완공되고 나면 사라지는 한시적인 일자리입니다. 정부는 보다 안정된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이제 판단과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판단하고 선택하실 때,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꼭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이른바 팩트, 사실의 문제입니다. 사실에 관한 한, 전문지식을 충분히 참고하시되, 상식으로 걸러서, 상식에 기초한, 여러분 자신의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가치의 문제입니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우리가 안전보다 효율을, 생명보다 이윤을 먼저 생각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원전 사고는 그 어떤 참사보다도 훨씬 더 참혹하고 치명적이며, 광범위하고 영구적인 피해를 끼칠 것입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려고 하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원전의 경제성을 높이려고 하면,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은 반비례합니다. 태양과 바람! 자연에서 얻는 재생에너지는 다릅니다. 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안전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보장해줍니다. 재생에너지는 더 안전하고 깨끗합니다. 타인과 미래세대의 희생과 부담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선택지는 너무나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길어야 100년 정도 살고, 세상을 떠납니다. 이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그러나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는 최소 10만 년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자리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기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가 살 만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첫 세대"가 됩시다.

부디 이런 마음으로, 우리가 모두 안전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며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바로 여기서, 이 바람이 현실이 되길 간절히 빕니다. 다시 한번, 여기 계신 시민대표참여단 여러분, 한분 한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첨부파일
사용후핵연료.jpg

덧붙이는 글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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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톨릭교회 예수회 신부이며, 서강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강의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회현안, 소외된 사람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또 가능한 그런 현장에 함께 있으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