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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넷마블게임즈에서 3명의 젊은 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습니다. 그해 11월에 일어난 한 노동자의 죽음은 이듬해 6월 과로사로 확인됐습니다. 3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하면서, 넷마블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국정감사 때도 넷마블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다뤄집니다.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맞춰,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넷마블 잔혹사를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9월 20일부터(퇴직자들은 28일부터) 넷마블은 2014년 2월 이후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나온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부사장의 설명과 수많은 제보들을 종합해보면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고용노동부가 지급 명령한 2016년 넷마블의 임금체불액은 44억 원. 넷마블은 이 금액의 약 2배의 재원을 마련해, 2014~2015년 분 초과근로수당을 직원과 퇴직자에게 지급하고 있음.
- 2016년 임금체불액은 2016년 교통비 지급액의 1.27배였던 만큼, 넷마블은 2014년 2월 ~ 2016년 1월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당시 지급했던 교통비지급액의 1.3배를 초과근로수당으로 산정해 지급하고 있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식의 초과근로수당 지급은 발상부터 불법적이다.

첫째, 이와 같은 총액 산정은 2014년, 2015년 체불임금 총액이 2016년 체불임금 총액과 같을 것이라는 전제인데, 그러려면 2014, 2015년의 총연장근로시간이 2016년과 같아야 하고, 체불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기본급)도 같아야 한다.

그런데 노동건강연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듯 퇴직자들과 재직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 퇴직자들의 노동시간이 훨씬 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2015년을 전후해 넷마블이 연봉을 올려주는 척하면서 고정연장수당 비중을 높이는 '포괄임금 밑장빼기' 수법이 자행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렇게 되면 수당계산의 기준이 되는 시급은 줄고, 연장근무 중 수당으로 지급해야 할 초과시간도 줄게 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2013~2015년에는 주 40~45시간 이상 연장근로 한 것에 대해 초과근로수당이 발생하지만, 2015~16년에는 주 50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만 초과근로수당이 발생한다.

또 기준 시급(통상임금)도 줄어 그나마 계산된 체불액마저도 줄게 된다. 따라서 연장근무시간이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다 해도, 넷마블이 지급해야 할 임금체불액은 2014~2015년이 더 많게 된다.

무시된 근로기준법

둘째, 국감 때도 논란이 되고, 고용노동부 장관마저도 직접 "잘못 산정되었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이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발상이다.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시급)에 연장근무시간을 곱하고 여기에 0.5배 가산해야 하며, 밤 10시 넘은 근무는 0.5배 더 가산해야 한다. 그런데 넷마블이 이런 계산법을 무시하는 이유가 초과근로수당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서라는 거다.

하지만 2014년, 2015년 증언대회나 국감 때 이정미 의원실이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되듯 넷마블은 사번을 입력하면 자신의 출퇴근 시간(보안 태깅)과 교통비 지급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고, DB화된 이 자료는 고의로 삭제(delete)하지 않는 이상 영구보관도 가능한 정보다.

사실 이 정보는 근로기준법 42조와 시행령 22조에 따라 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록임에도, 넷마블은 교통비 지급 횟수와 내역은 가지고 있는데, 출퇴근 시간은 1년 치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누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초과근로수당 산정방법을 무시한 거든, 보관의무를 무시한 것이든 둘 중 하나는 근로기준법을 대놓고 위반한 것인 만큼 고용노동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보상금으로 둔갑한 초과근로수당

넷마블의 2014~2015년 퇴직자 대상 보상금 지급 공지 (출처 : 넷마블 홈페이지)
 넷마블의 2014~2015년 퇴직자 대상 보상금 지급 공지 (출처 : 넷마블 홈페이지)
ⓒ 인터넷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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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넷마블은 초과근무수당의 성격을 '보상금'으로 규정해 놓았다. 언론과 정치권을 상대로는, '2014~2015 초과근로임금'이라고 해놓고는, 회계나 법적으로는 "과거 임직원 분들의 노고에 대해 보상하는 보상금"이라는 것이다.

보상금으로 하면 체불임금과 달리 개별 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고,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 있으며, 지급조건에 임금체불 처벌불원 탄원서나 이 보상금으로 다른 미지급 임금을 갈음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 추가적인 체불임금 분쟁을 막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보상금이라고 하든, 초과근무수당이라고 하든, 2014년 2월 ~ 2016년 1월 사이 넷마블에서 근무한 대상자가 모두 포함이라도 되는가? 이마저도 그렇지 않다. 지난 12일넷마블 국감에서 언급했듯 인피니티와 마이어스 등 제외된 퇴직자들이 일부 있는 것이다.

넷마블의 개발스튜디오 체제

넷마블은 넷마블게임즈(이하 본사)라는 퍼블리셔가 개발사를 계열사·관계사로 거느린 구조다. 개발사들은 법적으로는 독립된 회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장소 위에서 유기적인 스튜디오를 구축해 운영된다. 이른바 개발스튜디오 체제라는 것이다.

본사와 개발사의 '사업부 회의'는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는 게임의 개발 및 유지보수 방향이 점검되고 집행되는데, 출시된 게임의 잔존률 제고 방안, 개발된 자원 활용 방안, 사용자 요구 등 본사에서 결정된 업데이트 방향이 점검되고, '전면 개선, 개선사항 우선순위 보고' 등과 같은 '의장 지시사항'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협의도 진행된다.

이 사업부 회의에서 밤샘․야근하지 않으면 개발할 수 없는 일정들이 확정되고, 본사 사업부의 새벽 업데이트, 오전 빌드 점검 일정들이 공지된다. 인사·총무 업무 역시 본사의 인사총무팀이 주도한다. 넷마블 컴파니라는 이름으로 채용이 공지되고, 합격 통지도 넷마블 컴파니, 즉 넷마블 게임즈 인사팀이 한다. 면접만 개발사가 한다.

업무지시, 인사·총무 업무 총괄 등 넷마블의 개발스튜디오 체제에서 보이는 이런 정황들은 불법파견 논란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것들로서, 실질적 사용자로서 넷마블게임즈, 혹은 적어도 공동사용주로서 넷마블게임즈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넷마블 고용관계의 특징

개발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할 때, 넷마블은 중소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 내부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그렇게 해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개발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한편으로는 핵심 계열사로 게임개발 역량 및 지적재산권을 흡수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개발 노동자의 고용관계가 단절되고, 사용자로서 넷마블의 책임은 흐릿해진다.

실제로 2016년 11월, 인수한 이츠게임즈에 마이어스 게임즈를 합병시킴으로써, (아덴이라는 게임 개발로 성장 전망성이 점쳐진) 이츠게임즈에 대한 넷마블의 지분율을 높였고, 동시에 게임개발인력도 인수합병을 통해 대거 확보했다.

개발인력확보는 이른바 '사내전배'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사내전배란 게임개발 노동자가 넷마블의 A 개발사에 B 개발사로 전환 배치되는 것이다. 예컨대 넷마블 블루의 콘(RPG게임)팀이 성적부진으로 해체되고, 이 팀의 인원 상당수가 넷마블 네오로 사내전배되거나, 인피니티게임즈가 넷마블 네오로 인수합병되어 기존 인피니티게임즈의 개발자가 사내전배되거나 하는 식이다.

넷마블 게임즈(본사)와 개발사의 인원·입사율·퇴사율 (출처 : 크레딧잡, 2017년 10월)
 넷마블 게임즈(본사)와 개발사의 인원·입사율·퇴사율 (출처 : 크레딧잡, 2017년 10월)
ⓒ 박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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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들은 당연히 비정상적인 이직률로 나타난다. 넷마블게임즈(본사)의 퇴사율은 13.8%다(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퇴사율 9.4%, 2016년 경총 조사결과). 넷마블 본사의 퇴사율도 높은데 개발사의 퇴사율은 아예 상식 밖이다.

20% 선을 넘나드는 내부 개발사가 7개나 되고, 대규모 구조조정 사업 분할이 있었던 넷마블 블루와 넷마블 앤파크는 100%가 넘는다. 반대로 높은 퇴사율과 함께 입사율이 40% 선을 웃도는 내부 개발사도 7개나 된다.

이렇게 높은 이직률은 넷마블의 내부노동시장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게임개발 노동자의 고용관계가 단절되거나 권리가 승계되지 않을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노동자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늬만 정규직이었던 셈이다.

숨겨진 노동, 잊혀진 권리

넷마블의 이와 같은 고용형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시정명령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2017년 2월 기획근로감독 당시, 인수 합병된 개발사의 경우 감독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 개발사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넷마블을 위해 밤새 일한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마이어스, 인피니티, 넷마블 에스티 등이 대표적이다. 돌연사한 노동자가 있었던 마이어스의 근무기록을, 고용노동부는 아예 들여다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넷마블의 각종 QA업무를 담당하는 아이지에스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빠져 있었다.

넷마블 게임즈는 이익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일상적인 업무지시는 물론 인사총무업무까지, 퍼블리셔로서의 권한 이상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임금(초과근로수당)과 고용(프로젝트 드롭과 전배), 산재 문제(과로사) 등 개발스튜디오 체제 뒤에 숨어 노동법상 책임은 전혀 지고 있지 않다.

영업 양수양도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도 근로기준법상 대표적인 사각지대인데, 인수합병은 개발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중 하나다. 넷마블은 이 점을 철저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에 시행된 초과근무수당 지급대상에서도 빠졌다. 2014년 2월 ~ 2016년 1월 근무해서 넷마블을 위해 일했지만, 보상금 지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마블에서는 아직 당사자들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넷마블 과로사 사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

지난 10월 12일 넷마블 국감에서 지적된 것은 첫째, 넷마블의 초과근로수당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점, 둘째, 야근 근절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는 점, 셋째 넷마블 직원들의 과로질환이 매우 우려된다는 점, 넷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실권자로서 책임져야 할 당사자라는 점 등 네 가지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는 없고, 스스로 약속한 초과근로수당 지급마저 임의적으로 과소 집행한 넷마블에게서 자정능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넷마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당사자인 게임개발 노동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넷마블에서의 과로사·과로질병 관련 재발방지대책이다. 우리는 넷마블 네오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과로사라는 것만 알고 있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알지 못한다. 원인을 알지 못한 대증적인 요법으로는 문제를 은폐시킬 뿐이다. 더구나 대표적인 과로질병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치료받은 노동자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원인파악이 필요하다.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한 만큼, 연장근로 제한한도를 위반한 사업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넷마블 사태는 단순히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사태가 아니다.

두 번째로 넷마블의 주 50시간 노동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 바로 포괄임금제다. 넷마블의 밤 10시까지의 근무를 정당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짜야근마저 종용한다. 연장근무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적 동의권을 사전에 박탈함으로써 노동권에 대한 게임개발자의 인식을 약화시키기조차 한다. 출퇴근기록에 대한 보유 의무를 강화하면서 포괄임금제를 불법화하려는 노력들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충분한 인력 확보다. 넷마블에서의 장시간 노동은 결국 두 사람 분의 일을 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넷마블에서의 장시간 노동을 감시하는 것과 동시에 인원 충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네 번째로, 넷마블의 고용시스템에 대한 노동법적 규율이 필요하다. 앞서 보았듯 계열사간 인수합병으로 신규채용을 대체하거나 퇴사율이 높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결국 개발스튜디오 체제에서 비롯한다.

현행법상 규율을 강제하거나 공동사용자 법리와 같은 입법적 대안이 필요하다. 게임업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넷마블식 고용시스템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청년노동자들 노동법상 사각지대에 방치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 신흥 부자라는 명예를, '청년의 꿈을 볼모로 노동 착취'한 곳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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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준도 기자는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으로,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정책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태그:#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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