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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이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인권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권단체들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인권현실을 알리고자 촛불1주년인 오는 28일 오후 4시 보신각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인권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그에 앞서, 우리의 삶과 일상을 나누는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 기자 말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마친 이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이른바 '강정 마약춤'을 추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을 자축하고 있다.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마친 이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이른바 '강정 마약춤'을 추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을 자축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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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덥고 긴 여름이 훌쩍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최남단 제주도 서귀포의 여름은 육지보다 늦게 찾아온다. 10월 중순이 지나서야 아, 가을이구나 싶다. 쌀쌀해지는 날씨를 느끼며, 새삼 1년 전 가을을 떠올린다.

철옹성 같은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그날.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마다 나와 권력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권력의 눈치를 보며 탄압을 일삼던 무리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던 그날.

강정마을에서도 차를 타고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 촛불에 매주 함께 했다. 움츠렸던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함께 소리치고 노래하며 자본과 권력을 향해 목소리를 내었던 그 힘은 강정에서의 10년의 투쟁 또한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2007년 해군기지 유치신청이 이뤄지고 10년을 싸우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힘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거대한 권력 앞에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다 끝났으니 이만 포기하라고 했었다. 국가 공권력이 밀어붙이는 10년 동안 거대한 벽 앞에 주저앉아 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제주에서도, 전국에서도 불타올랐던 거대한 촛불의 함성에 함께 하며 버티는 것이 헛된 일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름 없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힘이 거대한 권력도 물리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지 않았는가.

 천막 앞에 선 강정마을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임시 마을회관으로 선포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2016년 4월. 천막 앞에 선 강정마을 주민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임시 마을회관으로 선포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 강정마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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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기대에 부푼 5월이 지나고, 촛불정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소송을 제기했던 구상권 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약속했다.

2016년 2월 해군기지가 완공된 후 박근혜 정권은 국가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34억 5천만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시도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의 분노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강정마을은 700여명이 연행되고 60여명이 구속 및 벌금 노역을 살았고 각종 벌금도 3억원에 이르고 있었다. 육지경찰을 동원해 자행되었던 국가폭력의 만행은 강정을 '범죄 마을'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 사업이 시작되었던 유치신청 과정에서 국가가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 뿐 아니라 여론조작을 통해 찬성, 반대로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시켰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갈등을 조장해 분열시킨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분노, 10년 동안 쌓인 아픔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마을의 사람들은 구상권 철회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통해 마을사람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씻겨지길 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가 꺾이는 일은 없길 바라고 있다.

기대하는 마음 한 켠에 불안함이 있는 것은 현재 강정해군기지의 운용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모습 때문이다. 애초 한국군 기지로 지어진 강정해군기지가 외국군함들, 특히 미군함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정 앞바다에 미국의 측량함이 오는가 하면, 소해함이라 불리는 기뢰제거함이 일주일이나 머물렀다. 주한미군의 주둔 그로 인한 동북아 특히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정부는 호언장담했다. 미군기지로 쓰이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현재 강정에서 목격하는 모습을 보면, 우려가 현실로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높아만 간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기만 하다. 군사력에 의한 평화가 아닌 평화로서 평화를 지키자는 강정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탄압 받는다.

의견을 개진하는 현수막이 뜯기고, 피켓을 들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것조차 욕설과 협박을 견뎌야만 한다. 촛불 혁명으로 정부는 바뀌었다고 하지만 박근혜의 혹은 이명박의 혹은 그보다 더 오래된 군사적 질서, 비민주적인 방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적폐이다.
 
현재 제주에선 성산포에 제 2공항이 들어서고 자연스럽게 공군기지가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만 한다. 지역주민들의 완강한 반대 속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제2공항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협의 보다는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는 10년 전 강정의 상황이 되풀이 되는 듯 느껴진다.

1년 전 촛불이 단지 박근혜 정부를 몰아내는 것만이 전부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가를 장악해온 비민주적 절차, 공공의 이익보다 재벌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에 대한 변화의 갈망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견디며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주장과 외침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될 것이다. 비민주적 절차 속에서 고향땅을 빼앗기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비극을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강정지킴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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