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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올리는 <현의 노래>
▲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창단 10주년을 맞은 <현의 노래>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올리는 <현의 노래>
ⓒ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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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병창단 <현의 노래>는 전통적인 전승에 충실하면서도 창작곡 등의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음악적 영역을 확대하고 대중과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가야금병창은 자신이 직접 가야금 반주에 가창을 얹는 연주 형태로 성악과 기악의 두 소리가 양 날개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독특한 국악 예술이다. 가야금병창은 판소리를 뿌리로 19세기 후반에 남도에서 가야금 산조와 함께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전문적인 수련이 없이는 연창하기 어려운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야금병창단 <현의 노래>가 창단 10주년을 기념하여 제10회 정기연주회 <This is >를 개최했다. 지난 10년간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곡들을 선곡하고, 전통 판소리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켜 새롭게 편곡한 곡과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노래하는 창작곡 등을 선보였다.

전통에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현의 노래>

공연의 제목은 관객들에게 완성해 보라는 취지였다.
▲ 창단 10주년 정기연주회 포스터 공연의 제목은 관객들에게 완성해 보라는 취지였다.
ⓒ 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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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은 <현의 노래> 대표인 하선영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이수자)의 단가 '사철가'와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었다. 지난 9월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춘향가'로 열 번째 가야금병창 발표회를 가진 하선영씨는 원숙한 소리로 전통적인 가야금병창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뒤이어 <적벽가> 중 '삼고초려'는 제자인 안민아씨가 정통 판소리의 호쾌한 창법으로, 25현가야금병창협주곡 <춘향가> 중 '사랑가'(신윤수 편곡)는 이유빈, 이유리씨가 차분하고 안정된 감성적인 소리와 연주로 스승의 뒤를 이어갈 가야금병창을 선보였다.

다음은 김선제 편곡의 가야금병창을 위한 '남도 뱃노래'였다. 이 노래는 원래 만정 김소희 명창이 민요로 구성한 곡인데 오션드럼의 파도소리와 함께 '범피중류'로 시작하는 장중한 가락은 애연하면서도 꿋꿋한 임도화씨의 선창에 12현과 25현을 상청과 하청으로 나누어 부르는 단원들의 합창이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갈 <현의 노래>의 갈 길을 암시하는 노래처럼 들려왔다.

이어지는 3성부 가야금병창을 위한 '흥타령, 새타령'(김보현 편곡), 25현가야금협주곡 '육자배기'(곽재영 편곡), 25현가야금병창을 위한 '동부민요'(곽재영 편곡)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박수에 힘입어 풀었다 조였다 하는 완급의 묘를 조율하며 신명나는 한 판을 펼쳐보였다.

왼쪽부터 이유리, 가운데 이유빈, 오른쪽 하선영 명창
▲ 육자배기를 부르는 <현의 노래> 왼쪽부터 이유리, 가운데 이유빈, 오른쪽 하선영 명창
ⓒ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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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태고의 율려가 감도는 '지상의 열락'이 있는 무극이 아닌가 

마지막 파트의 시작은 25현가야금병창협주곡 '그대가 내 님인가'(황호준 작곡)를 이유리씨가 청아하고도 애틋한 목소리로 절절한 그리움의 정을 더해주었고 창작곡 '꽃'(김선 작곡)과 25현가야금병창협주곡 '아리랑 연가'(하선영 작사 황호준 작곡)는 제자들과 함께 하선영 명창의 인생의 희비와 고락을 오롯이 가락에 싣는 깊이 있는 음색으로 눈물 젖게, 때로는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대미를 장식하고 막을 내렸다.

총연출을 맡은 대표 하선영씨는 인사말에서 관객들에게 공연의 제목을 완성해 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내가 느낀 이번 공연의 제목은 'This is  至上의 悅樂'이라 명하고 싶다. 거의 두 시간에 이르는 공연을 감상하면서 가야금병창이 있기까지 오랜 과거에서 현대까지 아득한 시간 여행을 하듯 잠시 여기가 태고의 율려가 감도는 '지상의 열락'이 있는 무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특히 10주년에 이르기까지 국악의 저변을 넓히고 나아가 광주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현장의 젊은 예인으로, 제자들의 스승으로, 대표로서 모든 것을 지켜온 하선영 대표의 집념과 가야금병창 사랑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번 공연에서 그런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며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인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을 개최한 것도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물일곱번째 <속삭이는 마당> 공연
왼쪽부터 정윤정, 이유리, 최미나, 배유경
▲ 광주 예술의 거리 야외무대에서 공연하는 단원들 스물일곱번째 <속삭이는 마당> 공연 왼쪽부터 정윤정, 이유리, 최미나, 배유경
ⓒ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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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공연 <속삭이는 마당>으로 더 많은 소통을 원하는 <현의 노래>

<현의노래>는 광주문화재단의 후원 아래 기획공연으로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속삭이는 마당>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열고 있다. 국악을 사랑하는 관객들과 더 가까이 만나고자 자연의 소리로 야외무대를 올리는 뚝심에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0년 세월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창단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야금병창의 어려운 길을 혼자서 또는 함께 변함없이 소리의 완성을 향한 예인의 기량을 닦으며 대중과 더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는 단원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통해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총연출: 하선영
 -전남대학교 국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음악학 박사
 -국립민속국악원 상임단원 역임
 -전남대학교, 우석대학교 강사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 대표

단원
이유빈, 이유리, 안민아, 임도화, 배유경,
노아연, 정윤정, 최미나, 김유운, 김지원

대금 – 김승호, 타악 – 조가완, 한정민

공연을 마친 후 단원들 모습
▲ <현의 노래>는 더 많은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을 마친 후 단원들 모습
ⓒ 신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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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가야금병창단 <현의노래> 창단 10주년 - 제10회 정기연주회 'This is'
2017.10.15.(일)
17:00~18:50(11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극장 3

<현의 노래> 공식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ingtogethe/


태그:#현의 노래, #하선영, #가야금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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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명왕성 소녀>(2023),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논어>(2018),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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