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그녀는 왜 그랬을까. 시 공무원인 미유키(타미우치 쿠미)는 주말마다 도쿄 긴자에서 매춘한다. 도쿄는 사람이 많고 화려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후쿠시마의 텅 빈 주차장과 다르다. 그녀는 웃지 않는다. 어머니는 동일본 대지진 때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오사무(미츠이시 켄)는 보상금으로 파친코에서 슬롯머신을 돌리는 게 일과다. 농부인 그는 대지진 이후 직업을 잃었다.

후쿠시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후쿠시마는 상실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부터 오염된 자연환경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고통을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이나 후쿠시마와 관련한 이야기가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된다.

일본 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도 후쿠시마에 관한 이야기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소설로 쓴 뒤 영화화한 이 작품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원전사고 후 5년이 지난 후쿠시마 이와키를 그린 이 영화는 그곳에 살지만, 몸과 마음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주민들의 모습과 심리를 자세하고 때로는 비극적으로 풀어낸다.

 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온갖 아픔을 지닌 후쿠시마에서 어쩌면 제정신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삭막한 풍경, 오염된 흙이 담겨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검은 플라스틱 봉지, 도로 옆에 설치된 방사능 수치 검사 장비가 있는 곳에서 산다는 건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스낵바의 이름은 '우라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주민들은 불안하다. 미유키네 이웃집 여자는 자살을 시도한다. 오염수 처리작업을 하는 남편은 주민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가도 회사 일 때문에 못 간다고 한다. 방사능 수치를 줄이는 데 효험이 있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항아리를 팔려는 이웃 주민도 있다.

그래도 영화는 말한다. 이렇게 사는 것이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영화의 제목인 '그녀'는 미유키를 가리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후쿠시마에서 힘겨운 모든 이들을 뜻한다. 무너진 인생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건 부서진 줄 알았던 인간관계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한마디가 덕택이다.

가족이 흩어져 동생과 사는 형은 어린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해 달라"고 한다. 매춘업소 포주 미우라(코라 켄코)는 미유키에게 "지켜주겠다"고 한다. 오사무와 함께 파친코에 다니는 젊은 친구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웃음 한 번 보기 힘든 이 영화에서 서로에 대한 위로와 연대가 모이고, 거기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다. 희망의 빛이 강한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틈 사이로 물이 들어와 차는 것처럼 조용히 스며들어오지만 무너진 공간에서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다른 곳도 아닌 후쿠시마에서 말이다.

 영화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 부산국제영화제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 타키우치 쿠미 코라 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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