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야외무대 행사에서 배우들과 함께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

13일 열린 야외무대 행사에서 배우들과 함께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 ⓒ 부산영화제


1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서병수 시장이 레드카펫으로 입장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개막식 당일 <황제> 민병훈 감독이 사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데 이어 개막 2일째인 13일에는 야외무대 행사에 나선 <메소드> 방은진 감독이 무대인사 내내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사과하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를 이어나갔다.

강원영상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방 감독은 애초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으려다 문구를 바꿨다. 방 감독은 "민병훈 감독이 세게 표현했기 때문에 정중하게 다시한번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 감독은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개막식 레드카펫은 보이콧했다.

 셔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과 배우들

셔병수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메소드> 방은진 감독과 배우들 ⓒ 부산영화제


한독협, 주말 릴레이 1인 시위 예고

특히 15일(일) 오후 내내 한국독립영화협회를 중심으로 한 영화인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해 반발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사태의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사과는커녕 레드카펫으로 입장한 것은 뻔뻔함을 넘어 부산영화제와 한국 영화계를 모욕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 이후 3년 간 부산국제영화제 흔들기에 적극 앞장선 책임자가 반성 없이 버젓이 레드카펫으로 입장한 것에 대해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영화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 시장에 대한 반감이 여지없이 표출되고 있다. 개막식 후 열린 리셉션에 모인 영화인들은 "뻔뻔함을 넘어 파렴치한 짓을 자행했다"고 성토했다.   

일부 영화인들은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도대체 저런 모욕적인 일을 보고만 있었냐"며 유감을 표했다. 한 영화인은 "적어도 영화계의 분위기를 전달해 참석 자제를 요청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저런 행동을 용인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화인들 내부에서도 개막식 당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행동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화인들이 1인 시위를 예고하며 예정에 없던 행동에 돌입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사과 요구 묵살하는 서병수 시장

 SNS에 부산영화제 개막식 참석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서병수 부산시장

SNS에 부산영화제 개막식 참석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서병수 부산시장 ⓒ 서병수 시장 페이스북


하지만 서병수 시장은 영화계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끝까지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 시장은 부산영화제 개막식 이후 페이스북에 레드카펫 위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린 후 '레드카펫을 걸으며 지난 3년간의 일들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시민들께서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그 마음 하나로 이 곳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제 모든 결정은 오직 부산시민을 향합니다. 오직 부산시민만을 바라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은 책임이 마치 시민들을 위한 일인 것처럼 미화하는 모양새다. 서 시장은 레드카펫 입장시 부산영화제 창설 당시 시장이었던 문정수 전 시장 부부와 함께 입장했다. 서 시장은 문 전 시장보다 앞서 걸으며 주변의 관객들과 악수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대다수가 싸늘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 지지자들만이 서 시장을 반길 뿐이었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영진위 관계자는 "결국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영화제 레드카펫을 이용한 것인데, 저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다른 영화인들도 "살인자가 사과 없이 문상하겠다고 나선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라거나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치러지는 영화제인데, 그 죽음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서병수 시장이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고인을 모욕하고 더럽힌 행동과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지난 5월 김 부집행위원장의 장례식에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친구 오석근 감독은 "지난 정권 문화계 블랙리스트 비롯한 <다이빙벨> 사태로 표현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힌 것에 그 친구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며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영화제를 짓밟은 책임이 서병수 시장에게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2014년 <다이빙벨> 사태 당시 부산시 관계자가 "스크린에 모래를 뿌리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스트레스가 많았음을 밝힌 바 있다.

부산영화제 서병수 시장 방은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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