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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일은 어떤 도움이 될까

[도서 서평] 공감의 독서
17.10.14 09:3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대체로 많은 사람이 '일기장'을 쓰는 것 만큼이나 흔하게 접하게 되는 글쓰기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숙제로 받은 독서감상문 쓰기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척 쉬운 숙제였지만,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책에 가지고 있는 조그만한 정마저 떨어지게 하는 숙제였다.

독서감상문을 통해 밝힌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주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정해진 목록 내에 있는 책을 읽은 후에 정해진 분량을 채워야 하는 독서감상문은 힘든 숙제였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어릴 때부터 독서감상문을 써왔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이후에 독서감상문을 '서평'이라는 단어로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평 작성 경험은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대학 논술 준비, 직장에서 필요한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에 가장 좋은 연습이라고 말한다. 왜 서평을 쓰는 일이 이토록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가진 부족한 콘텐츠를 책을 읽고 글을 씀으로써 보충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책을 읽고 글을 씀으로써 좋은 문장력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베껴쓰기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문장력을 흡수하여 나중에 자신의 고유한 글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공감의 독서>는 저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비록 서평집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유승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처럼 유명한 고전을 가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책은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책을 읽고 느낀 저자의 감상이 들어가 있다.

[ 책 ]

<공감의 독서>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계발서도 있고, 소설도 읽고, 사뭇 낯선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의 책과 만화책도 소개되어 있다. 서평집은 꼭 어려운 도서를 읽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세간의 편견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가벼운 책을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 경우, 우리는 항상 이름부터 어려운 책을 만나거나 노벨 문학상 정도의 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을 먼저 읽게 된다. 물론, 이러한 책들은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은 작품이지만, 내용이 따라서는 심오한 깊이를 추구할 때가 있다. 과연 책 읽기 초보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우리는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는 정답이 없다. 오로지 물음표로 남는 '좋은 책이니까 읽을 가치가 있을 거야.'라는 불투명한 답을 확정지을 뿐이다. 이에 반해 <공감의 독서>에서 언급된 책들은 큰 장벽을 느끼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세계는 순진하지도 않았고, 건강하거나 명랑하지도 않았다. 꼭 어른들이 일삼아 가르친 것처럼, 아니면 아이들이 몰래 엿보아 배운 것처럼 어른들 세계의 판박이 그대로였다. 강한 자들끼리 패거리를 짜서 조직적인 세력을 만들고, 약한 자들을 골라내 지배하고 괴롭히며 자기네 권력을 과시하는 그 악랄함."

이 글을 읽으면서 울컥하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저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대학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잔인한 교육은 어느 시점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후유증은 평생 몇 대를 걸쳐서 세습됩니다.

우리 학교 문제를 다룬 조정래 작가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부분 인용하면서 저자가 가진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은 다시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떠올리게 한다. 불과 얼마 전에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공감의 독서> 저자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풀꽃도 꽃이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학교의 눈물>,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등의 책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책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공감'하는 독서가 가지고 잇는 커다란 잠재력일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서 책을 읽는 것. 독서력을 키우는 데에는 역시 이 방법이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자 하는 것은 결국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모든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더라도 잠시 멈춰서 '나도 그래'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가 아닐까?

'공감'이라는 이름은 어렵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솔직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때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니까. <공감의 독서>는 어려운 독서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읽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메구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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