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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몰카범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혹시라도 해코지를 하면 어떡하죠?"
"일단은 핸드폰을 쳐서 떨어트리면 돼요. 그러면 보통 당황해서 도망가게 되거든요. 쫓아가서 잡을 필요도 없어요. 핸드폰만 경찰서에 들고가면 돼요."

10월 11일,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여성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가 이화여대에서 '강제로 돈이 되는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주최했다.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의 후원을 받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방안에 대해 다루는 강연으로, 서울 시내 대학을 중심으로 8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강연에는 고남숙 성폭력 강사, 하예나 DSO 대표, 닷페이스에서 '엄마와 나'라는 제목의 모자간 섹스토크 영상으로 잘 알려진 손경이 성교육 강사가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눈을 빛내며 강연을 들었다.

 DSO가 주최한 '강제로 돈이 되는 여자의 사생활' 강연의 포스터
 DSO가 주최한 '강제로 돈이 되는 여자의 사생활' 강연의 포스터
ⓒ D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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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하예나 DSO 대표는 여성의 사생활이 돈이 되는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불법 '야동' 사이트에 가보면 하루에도 수천 개의 영상이 올라온다. 이 많은 영상들은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올리는 걸까? 정답은 영상에 따라붙는 광고들이다. 이런 포르노 산업에서 유통되는 돈은 30조로, 전세계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75퍼센트, 그중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성산업 자체는 디지털 성폭력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광고를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광고들은 주로 성매매, 도박, 강간약물 등이다. "당신도 여자를 뿅가게 만드세요.", "당신도 여자를 가지세요"라는 이름으로 '여성흥분제'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합법적인' 최음제라며 광고를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판매하는 것은 보통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1980년대에 판매가 금지된 발기부전치료제 요힘빈 등이다. 인간에게 해롭기 때문에 가축용으로 사용되는 일명 '돼지발정제'가 이것이다. 이 약은 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술에 타서 먹이면 술에 빨리 취하게 된다. 결국 술에 취한 여성을 강간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강간약물이다.

또한 하예나 대표는 한국에서는 '일반인'이 성적 코드처럼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는 "이 여자들은 공짜로 해줍니다", "일반인들을 만나세요"라는 카피로 광고를 하고 있다. 일반인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그 '일반인' 여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결제가 필요한, 결국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인 것이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이른바 '국산 야동'이 모두 디지털 성폭력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성폭력이 성적 취향인 양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이 되는 것은 결국 여성의 몸

 DSO에서 배포한 팜플렛
 DSO에서 배포한 팜플렛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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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예나 대표는 '몰카에 남성과 여성 모두 나오는데 왜 여성만 피해자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에 하 대표는 P2P 사이트에 올라오는 몰카 영상의 제목을 본 적 있냐며 반문했다. 어린 여자, 늙은 여자, 예쁜 여자, A컵 여자, 취한 여자... 영상의 제목이 되어 '팔리는' 것은 결국 여성이다. 물론 몰카에 나오는 남성들도 자신이 유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해자이다. 그러나 신상이 유출되고 수천만 원의 개인비용을 들여 영상을 삭제하는 것은 피해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990년대 'O양 비디오' 사건이다. 당시 해당 여성 연예인은 온갖 언론의 비난을 받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결국 해외로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영상 속의 남성은 '섹스에 대해 잘 아는 능력있는 남성'이 되어 TV쇼에 출연하고, 이 사건을 책으로 내는 등 이 사건을 통해 오히려 유명세를 얻었다. 한국에서 같은 사건이 성별에 따라 얼마나 다른 반응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실제로 피해 입게 되면 이렇게 하세요

 강연을 하고 있는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
 강연을 하고 있는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장
ⓒ 이대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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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이어간 손경이 강사는 법무부에서 오랜 기간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담과 지원 봉사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실제로 강간약물을 먹었을 경우에는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성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정신을 잃는 게 아니라 의식은 있되 상황판단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피해자가 모텔로 제 발로 걸어들어가거나, 시키는대로 숙박비를 본인이 결제하는 등 강제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술을 마셨는데 내 주량에 비해 지나치게 빨리 취하는 것 같거나, 성관계를 맺었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강간약물을 의심해야한다. 이럴 경우에는 약물 성분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첫소변을 받고, 검사를 위해 해바라기 센터를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서울 내에는 다섯 개의 해바라기 센터가 있는데, 서울대병원, 삼육대병원, 보라매병원, 경찰병원,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찾아가면 된다. 이들 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의료, 상담, 법률, 심리지원 등을 제공한다. 검사 결과 약물성분이 검출될 경우에는 가해자가 우발적 범행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형량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손경이 강사는 녹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기억이 빨리 휘발되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을 하기 때문에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진술 번복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진술시에 꼭 녹음을 할 것을 권했다. 또한 지하철에서 성추행이나 몰래카메라가 의심될 경우에도 휴대폰 녹음기를 사용해 사건이 일어난 장소, 시간, 상황 등을 따져물으라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인데, 녹음 당사자의 목소리 없이 상대의 목소리만 녹음될 경우 도청이 되어 불법이지만, 당사자의 핸드폰으로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어갈 경우에는 합법이 되어 증거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

강사들은 여성들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경이 강사는 피해 상담을 하던 중 신고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는 새아버지가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하자 용기를 내서 신고를 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피해자가 찾아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 법으로는 제가 졌지만, 현실에서는 제가 이긴 거예요. 그 새끼가 저를 더 이상 안 만지잖아요."

손 강사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말처럼 무섭고 두려워도 여성들이 신고를 한다면 또 다른 범죄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주변에서 누가 신고를 하고 싸울 때에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여한 한 학생은 "몰카, 성추행 등은 실제로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사건들이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듣게 되었다"며 "앞으로 어디에 갈 때 몰카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손경이 강사는 "참여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들어줘서 고맙고, 이들이 행동하기 시작해도 사회가 바뀔 것"이라며, "최근 디지털 성폭력이 화제가 되고 정책도 새롭게 생겨나는만큼 더 많은 보도와 관심을 통해 이 문제가 뿌리뽑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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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언론을 공부하는 여성 청년. 페미니즘, 노동, 철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합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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