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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직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이 16일 밤 12시로 끝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을 1심의 경우 기소 시점으로부터 최대 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92조에서 "①구속기간은 2개월로 한다.  ②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하여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 다만, 상소심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의 조사, 상소이유를 보충하는 서면의 제출 등으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에는 3차에 한하여 갱신할 수 있다. ③제22조, 제298조제4항, 제306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 및 공소제기 전의 체포·구인·구금 기간은 제1항 및 제2항의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구속 기소됐었다.

원칙적으로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석방을 한 다음 나머지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방식으로 구속상태를 유지하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미 특검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이므로(지난 3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SK·롯데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 법원이 석방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건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과 불구속을 대원칙으로 한다"며 "7개월 동안 구금된 상태에서 주 4회 공판을 감내했는데 또다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검찰 주장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하지 않다"면서 석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선 "SK·롯데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중요 증인에 대해선 이미 증언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반박한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재판에 비협조적이었던 점과 향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 추가 영장 발부 필요성의 주된 근거로 제시한다.

특검은 "박근혜 피고인이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특검 조사 과정에서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본건 재판에서도 3회 불출석한 후 재판부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출석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다른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후에도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의 집행을 거부했다"며 "피고인의 태도를 비춰보면 향후 불구속 상태에 놓인 경우엔 법정에 출석할 가능성이 낮아 정상적 재판 진행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재판지연의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새로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복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 휠체어 탄 박근혜 환자복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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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가세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탄핵을 해서 끌어내리고 집권까지 했으면 그만할 때도 됐는데 굳이 지방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재발부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한다. 홍 대표는 "그(구속 기간 연장) 결정이 재판부의 단독 결정이라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하면서 "IMF 국난을 초래했던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않았다. 정치적 실패는 정치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애써 정치적인 사건임을 강조하면서 영장을 재발부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법원을 통해서 정치적인 보복을 하는 것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로 보인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들의 입장은 홍 대표의 입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정부여당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정의당의 노회찬 대표는 '우병우, 조윤선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하여 정황을 모의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구속이 연장된 사례가 있는 만큼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라는 의견을 표시함으로써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근혜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사건 주요 증인들을 직접 지휘한 바 있고, 개별 기업에 대해서도 각종 현안보고를 통해 은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앞으로 남은 주요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언을 조작하거나 기존 증언을 번복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발부 결정을 앞두고 보수층은 총궐기하는 모습이다. 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는 것은 물론 세를 과시하면서 대대적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영장 재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형사소송법 제92조의 취지는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가 피고인이 석방될 경우 재판 출석 불투명, 재판 지연, 증거인멸 등 우려보다 우선한다(헌법재판소 2001. 6. 28. 선고 99헌가14 결정)"는 것처럼 구속기간의 제한을 두는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의 제한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등에도 오로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규정된 것으로 법원의 재판 진행의 편의나 검찰의 공소유지보다 훨씬 상위의 가치인 것으로 보는 것이 틀림 없다. 우리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기본 가치인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고인에 대한 인권보장적 측면에서 구속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속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나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일단 석방하고 나머지 절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 다음 판결의 결과에 따라서 재구속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형사재판의 관례를 살펴보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피고인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해서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라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재판을 진행했을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이 다른 국민들과 달리 취급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정치적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줘서는 안 되며, 우리 헌법적 가치에 비춰보더라도 달리 취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새로운 범죄의 경우 구속의 사유가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구속에 필요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담보할 수 있는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의 관례를 살펴보면 구속사유가 있느냐의 판단 기준은 범죄의 소명이 충분하느냐, 그리고 그러한 범죄 사유가 중한 것으로 평가되느냐를 기준으로 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영장을 청구한 새로운 범죄 사유인 SK·롯데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이 되었는지, 그리고 만일 유죄가 인정된다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 것인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일신의 이유를 들어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관련된 다른 사건의 경우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요청받고도 출석을 안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또한 관련된 사람들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와는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그동안 재판의 심리가 지연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특검이나 재판부의 사정으로 재판이 지연되었다면 당연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발부의 명분이 없게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의 지연은 피고인이나 변호인 측의 잘못으로 인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직접적인 증거방법인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적극적으로 재판 진행에 협조하지 않았던 점도 분명하다. 따라서 헌법의 기본적 가치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불구속 재판을 해달라고 요청할 명분도 적어 보인다. 

구속기간의 제한 내에서 검사와 피고인, 그리고 재판부가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재판에 완결되지 못하는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구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속기간의 제한 규정을 악용해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까지 구속기간의 만료 후 당연히 석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만을 고려하면 된다. 우선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라면 어떤 기준을 따랐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는 것은 우리 헌법적 가치인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건은 정치적인 이유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 국법질서를 어지럽힌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다. 또한 특검이 청구한 새로운 사건의 경우 구속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면 된다.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미 새로운 사건의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죄의 심증이 있고, 그로 인해 상당기간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당연히 구속영장을 재발부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 6개월의 구속기간에도 심리를 끝내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단 기준은 앞으로 전개될 형사사건에서 그 준거가 될 것임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태그:#박근혜재구속, #박근혜구속영장재발부, #박근혜구속기간, #구속기간영장재발부, #재판지연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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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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