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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씨의 일련의 엽기 행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를 보도하는 대한민국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칼춤'을 추고 있다. MBN 보도화면 캡처
 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씨의 일련의 엽기 행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를 보도하는 대한민국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칼춤'을 추고 있다. MBN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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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 딸 친구 잠들자 음란행위...24시간 동안 변태행각 (<한국경제>)

'어금니아빠' 이○○, 수면제 먹은 A양과 24시간 단둘이..'성행위 기구' 발견 (<MBN>)
이○○, 드러나는 '변태 성향'… '여성 트라우마ㆍ성기변형 수술 후 성불구' 원인? (<이투데이>)

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씨의 일련의 엽기 행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를 보도하는 대한민국 매체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칼춤'을 추고 있다.

'음란', '변태', '성행위', '성기', '성불구' 등등 끌어다 쓸 수 있는 원색적인 단어들이 총망라된다. 이 희대의 사건 앞에서, 각종 매체들이 마치 제철을 만난 장사꾼들 마냥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언어들로 '제목 장사'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희대의 사건 중 한 대목을 마치 '19금' 소설마냥 묘사한 매체가 다름 아닌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라는 사실은 비감마저 들게 한다.

"'연합'이 무슨 '선데이서울'이냐?"

"기사가 너무 자극적이네요... 유가족들도 좀 생각하고 기사 쓰세요!"
"연합이 무슨 선데이서울이냐? 쓸데없이 자세히도 썼네. 그만 좀 기사 올려라!"

12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한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 들이다. 무려 수천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시하는 비난 댓글이 달린 기사는 이씨가 중학생 딸의 친구에게 벌인 범죄 장면을 구구절절 묘사했다.

기사 제목은 '이○○, 24시간 음란행위하다 여중생 깨어나 저항하니 살해'. <연합뉴스>는 이후 해당 기사의 제목('이○○, 여중생 의식 돌아와 저항하니 살해…음란행위도')과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통신사' 기사를 그대로 옮겨간 매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합뉴스> 기사가 '야설'이냐는 비아냥을 자처한 것도 모자라 그러한 논조를 여타 매체들에게까지 널리 '전파'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 기사를 그대로 옮겨간 매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합뉴스> 기사가 '야설'이냐는 비아냥을 자처한 것도 모자라 그러한 논조를 여타 매체들에게까지 널리 '전파'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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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신사' 기사를 그대로 옮겨간 매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합뉴스> 기사가 '야설'이냐는 비아냥을 자처한 것도 모자라 그러한 논조를 여타 매체들에게까지 널리 '전파'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최근 잇따른 오보에 <연합뉴스> 기사에 달리는 "세금 받아먹으면서 대형 오보나 쓰는 기레기"라는 비판을 그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이씨 사건 자체가 자극적이어서 뉴스들이 선정적인 건지, 뉴스들이 자극적이어서 이 사건이 한층 더 회자되는 건지 말이다. 이러한 보도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씨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에 의해 공개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찰의 결정은 최근 흉악 범죄이나 소년 범죄 등에 대해 '피해자보다 가해자 인권이 먼저냐'는 일각의 여론이 반영됐다고 보는 편이 마땅할 것이다.

이씨 얼굴과 실명 공개에 있어서도 발빠르게 먼저 나선 것은 언론이었다. <중앙일보>가 그랬다.

<중앙일보>의 실명과 얼굴 공개, 경찰보다 빨라야 했나

"중앙일보는 여중생 살인범 이○○(35)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보도합니다. 흉악 범죄 피의자의 인권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 안전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일입니다. 통상의 형사 사건 피의자에 대한 보도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그의 신원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고, 공개가 언론의 책임과 의무와 부합한다는 것이 중앙일보의 입장입니다.

중앙일보는 이○○이 다른 엽기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그의 행각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범죄 예방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했습니다. 그가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도 11일 현장검증이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중앙일보>는 "'어금니 아빠' 이○○ 이름과 얼굴 공개해 보도합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경찰 발표보다 하루 앞선 시점이었다. <중앙일보>는 "1994년 지존파 사건, 1996년 막가파 사건, 2009년 강호순 사건 등의 사례를 참고했다"며 이씨가 과거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상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또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가 피의자 얼굴을 공개한다. 얼마 전 괌에서 아이를 차에 혼자 뒀다가 경찰에 체포된 법조인 부부의 경우 머그샷(범죄자 얼굴 사진)이 공개됐다.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은 공공기록이며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또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의아하다. 과연 이씨의 얼굴을 온 국민이 안다고 한들, 어떤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가. 이씨는 또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됐다.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그에게 또다른 흉악범죄를 함께 저지른 공범이라도 존재하나. 과연 그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어떤 '사회 안전의 가치'와 부합하는가.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기 전에


피의자의 인권이 절대적일 수 없는 없다. 공익적인 측면이 크다면 여타 일반 피의자들과 달리 크게 제한돼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어금니 아빠'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이러한 공익에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재론의 여지가 크다.

범죄 예방 효과 역시 일시적으로 얼굴을 공개하는 것으로 개선될 리 만무하다. 흉악 범죄의 예방은 과거 범죄를 저질렀던 범죄자들의 현재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는 국민의 몫이 아닌 공권력과 사회 시스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얼굴 공개가 국민적 '공분'을 더욱 증폭시켜 사건을 이슈화하고 이를 토대로 '여론 장사'나 하려는 언론사와 여러 매체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건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 <연합뉴스>의 선정적인 범죄 묘사와 여타 매체들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면 딱 그러하다. '기레기'들은 오늘도 '기레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야말로 언론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이슈'가 바로 어제 터져 나오지 않았는가. '박근혜의 7시간'이 아닌 '박근혜의 7시간 30분' 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불법과 위법으로 권력을 행사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지금, 이씨의 얼굴을 공개하고 선정적인 보도를 수없이 쏟아내는 매체들이 '국민의 알권리' 운운할 수 있을 때는 국민들이 진짜 알고 싶은 사실들을 제대로 보도한 후다.


태그:#어금니 아빠, #연합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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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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