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현주엽이 이제는 감독으로서 코트에 돌아왔다. 14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2017-18시즌 프로농구에 가장 뜨거운 핫이슈는 현주엽 신임감독을 영입한 창원 LG의 행보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친 LG는 김진 전 감독을 대신하여 올시즌부터 현주엽 감독을 구단 역사상 제 7대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현감독은 휘문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청주 SK(현 서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여 골드뱅크, KTF 매직윙스, LG를 거치며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농구의 슈퍼스타였다. 국가대표로도 오랜 시간 활약하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꺾고 20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주역중 한 명이었다.

현 감독은 화려한 명성에 비하여 정작 프로에서는 우승복이 없어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 감독에게 LG는 2005년에 처음 입단하여 2009년 은퇴할 때까지 그의 농구인생 말년을 함께한 마지막 친정팀이기도 하다.

현 감독은 은퇴 후에는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가 2014년부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농구계에 복귀했다. 오늘날의 젊은 팬들에게는 사실 농구 스타보다는 활발한 방송출연과 재치있는 입담을 통하여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로 더 친근하다. 최근까지도 인기 방송 예능프로그램들에서 선보인 '슈퍼파워'나 역대급 '먹방' 등으로 한동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LG가 현주엽 감독을 영입한 것은 화제성과는 별개로 상당한 모험으로 평가받는다. 현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가 2014년부터는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농구계에 복귀했지만 지도자 경험은 단 한번도 없었다. 코치 생활을 거치지 않고 감독으로 직행한 경우는 허재 전 전주 KCC 감독(현 국가대표팀)에 이어 두 번째다.

현주엽 감독의 선수 시절 명성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충희(전 동부)나 박수교(전 전자랜드) 전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슈퍼스타 출신이라도 선수와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엄연히 별개다. 그런 면에서 지도자로서 아예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영입한 LG의 선택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현 감독도 이런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감독 취임과 동시에 농구계 선배인 김영만 전 동부 감독을 비롯하여 박재현, 강혁 등 오히려 자신보다 더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코치진을 영입하며 경험 부족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LG 역시 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우승과는 유난히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LG는 1997년 창단 이후  2013-14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한 차례 차지한 것이 최고성적이지만 정작 챔프전에서는 준우승만 두 번 차지했을뿐 단 한번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단기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며 정규시즌 순위가 더 낮은 팀에서 '업셋'을 당한 경우도 유독 많았다. 이 때문에 LG의 마스코트인 송골매를 빗대어 '새가슴'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현주엽 감독은 은퇴 후에도 우승에 대한 미련을 종종 토로한 바 있다. 감독으로 선임된 직후에는 현역 시절 못다 이룬 우승의 한을 지도자로서 풀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승에 가장 굶주린 팀'과 '우승과 인연이 없는 초보 감독'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스토리면에서는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LG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전력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김종규, 김시래, 조성민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소 보유하고 있어서 올시즌 외국인 선수만 제 몫을 해준다면 전력 상으로는 우승 도전도 가능할만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안정감이다. LG는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 선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김시래는  군복무로 시즌 중반에 합류했고 트레이드로 가세한 조성민이나 간판스타 김종규는 번걸아가며 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들은 개인능력은 좋았지만 수비와  팀플레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올시즌에는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영입한 조쉬 포웰과 터브스의 기량은 괜찮다는 평가지만, 터브스가 종아리 부상으로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며 급하게 조나단 블락을 일시 대체선수로 영입하는 등 이번에도 시작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현 감독도 "밖에서 보는것 만큼 전력이 화려하지만은 않다."고 냉정하게 평가할 정도다.

그래도 LG가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는  팀중 하나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지난 11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 바로 현주엽 감독이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구단의 선배 감독들은 막내급이자 초보 사령탑인 현 감독에게 연달아 짓궂은 질문공세와 도발을 이어갔다.

현 감독 개인의 스타성도 있지만 그만큼 LG가 올시즌 각 팀들의 경계대상임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현 감독은 난처한 질문에도 특유의 입담으로 능글맞게 받아치다가도 한편으로는 "처음 맞는 시즌이라 일단은 많이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살짝 발톱을 감추기도 했다.

현주엽 감독은 14일 고양에서 열리는 오리온과의 원정 경기를 통하여 지도자로서 프로 첫 신고식을 치른다. 아직 감독 현주엽으로서 보여줄 농구가 어떤 색깔인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현 감독은 선수시절 특유의 에이스 기질을 바탕으로 다재다능하면서도 호쾌한 파워플레이가 돋보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화려한 개인기보단 조직적인 수비와 체력,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농구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스타 출신 지도자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남아있는 가운데, 현주엽 감독이 특유의 유쾌한 입담이나 먹방처럼 지도자로서도 팬들을 사로잡는 '맛있는 농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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